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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사기분양 논란에 표류하는 ‘정몽규號’

HDC현대산업개발, 끊이지 않는 허위·과장 광고 구설…선대부터 이어온 ‘정도경영’ 무색

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ㅣ gil@sisajournal-e.com | 승인 2018.09.13(Thu) 11:00:00 |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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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파크’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유명한 HDC현대산업개발의 ‘막무가내식’ 경영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허위·과장 광고로 ‘사기분양’을 한 것도 모자라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는 입주자나 예정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 내에 위치한 ‘운정신도시 아이파크’가 대표적이다. 총 3042세대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운정신도시에서 최대 규모 단지로 평가된다. 사업비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이 단지는 친환경 아파트라는 점과 GTX의 수혜지로 꼽히며 올해 1월초 진행한 분양에서 완판됐다. 


하지만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입주 예정자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파트의 녹색건축 인증 등급이 분양 당시 홍보문구에 명시됐던 ‘최우수’ 등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녹색건축 인증은 건축물이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지어졌는지 평가하는 제도다. 평가 점수에 따라 최우수(그린 1등급), 우수(그린 2등급), 우량(그린 3등급), 일반(그린 4등급)의 네 등급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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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때는 최우수, 계약 후 일반 등급 둔갑


현대산업개발은 분양 당시 홈페이지·홍보카탈로그·블로그 등에 ‘녹색건축 인증 최우수(예정)’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1등급으로 지어진 아파트는 친환경성과 에너지 절감에 효과적인 동시에 희소성도 높기 때문에 청약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이후 자신들의 아파트가 일반 등급으로 지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계약 후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들은 녹색건축 인증을 받기도 전에 분양 광고에 표기한 행위는 명백한 고객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한 입주 예정자는 “계약이 1월초 진행됐고 녹색건축 인증(4등급)은 2월에 나온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1등급)을 많은 홍보물에 넣으면서 3000세대를 상대로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입주 예정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현대산업개발은 “단순 표기 오류였다”는 입장을 내놨다. 회사 측은 5월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홈페이지를 통해 “운정신도시 아이파크의 녹색건축물 인증은 일반 등급으로 시공 예정이며 계약 체결 시 홈페이지 및 카탈로그상 표기된 최우수 등급(예정)은 제작 과정상 단순 표기 오류다. 고객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 입주 예정자는 “현대산업개발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1조원대 사업을 하면서 단순 표기 오류라고 딸랑 말하면 끝이냐”며 “1등급과 4등급의 차이는 크다. 입주자 공고문에 대한 글자는 하나하나 신경을 쓰는 건설사가 이러한 부분을 몰랐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공지글을 올리기 전 문제가 된 부분을 각종 홍보물에서 은밀히 삭제해 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자가 만난 또 다른 입주 예정자는 “공지가 올라오기 전에 홈페이지, 블로그 등에서는 해당 문구들이 하나둘 삭제되기 시작했다”며 “사과나 어떠한 해명조차 하지 않더니 뒤에서는 증거인멸 행위를 하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정에 따르면, 1000가구 이상의 신규 분양 단지는 입주자 공고문에 층간소음 등 주택 품질·성능 등과 관련된 ‘공동주택 성능등급 인증서’를 명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자신이 구입한 아파트의 성능등급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적용 대상을 500가구로 확대하고 인증서의 공개 기준을 강화할 정도로 정부에서도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공동주택 성능등급 인증서도 누락 논란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운정 아이파크 입주자 공고문에서 ‘공동주택 성능등급 인증서’를 누락했다. 이는 앞서 나온 녹색건축 인증과 관련이 있다. 공동주택 성능등급 인증서는 녹색건축 인증의 예비 인증 단계에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진행했기 때문에 인증서를 명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인근 ‘운정 푸르지오’ ‘운정 힐스테이트’ 등이 입주자 공고문에 이 부분을 명시한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현재 입주 예정자들은 홍보문구에 맞는 시정조치와 정중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크고 작은 허위광고 논란에 휩싸여 왔다. 올 3월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는 분양 당시 롯데마트가 입점할 것이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입주가 지난 지금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2016년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세종메이져시티’는 300~400세대별도 4개 블록으로 이뤄짐에도 마치 한 블록에 3000세대 매머드급 단지인 것처럼 홍보해 구설에 올랐다. 이외에도 용곡아이파크(단지 바로 옆 초등학교 광고, 실제는 2km 떨어진 곳에 위치), 청주아이파크(분양 홍보물보다 안방 한쪽 길이가 30~49cm 작게 시공) 등에서 논란이 일었다.


올 3월에는 허위광고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현대산업개발이 남가좌동 DMC 2차 아이파크 분양 당시 서부경전철 착공시기가 2020년인데 2019년으로 광고한 것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허위·과장광고’에 해당되는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2010년에는 경기 파주시 ‘자유로 아이파크’ 분양 당시 국토교통부 계획에도 없던 ‘경의선 신운정역이 신설될 예정’이라는 홍보문구가 허위·과장광고로 인정돼 입주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일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허위·과장 광고와 위법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대산업개발을 놓고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 때부터 강조해 온 정몽규 회장의 ‘정도경영’이 퇴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복된 허위·과장 광고 논란은 이미지가 중요한 주택건설 시장에서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대산업개발이 ‘2018 시공능력평가’에서 지난해보다 2단계 하락한 10위를 차지한 만큼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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