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게 실화야?’ 할 정도의 공연, 기대하세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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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8 쉘위워크’서 ‘역대급 공연’ 예고한 가수 바다


영원한 ‘요정’다웠다. 흰 옷을 입고 카페에 앉아있던 가수 바다는 햇볕을 받아 반짝였다. 연신 봉사에 대한 열정을 이야기하던 그의 눈망울도 빛났다.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를 보며, 함께 자리한 바다의 20년지기인 극단 벼랑끝날다의 심연주 음악감독의 표현이 떠올랐다. “품성이 고운사람”이었다.

원조 아이돌 출신인 바다는 올해로 데뷔 21년차를 맞았다. 많은 무대를 선만큼 봉사활동도 꾸준히 한 걸로 유명하다. 천주교 신자로서 종교행사는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 소아마비에 걸린 어린이나 화상을 입은 아이들을 위한 모금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함께 했다. 그런 그가 오는 9월29일 시사저널과 사단법인 여울돌,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가 공동 주최하고 사단법인 따뜻한하루가 주관하는 ‘2018 쉘위워크(Shall We Walk)’에서 무대를 펼친다. 희귀병·난치병 어린이를 후원하기 위한 시사저널의 사회공헌캠페인이다. 쉘위워크는 9월29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7시30분까지 인천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진다.
 

<2018 쉘위워크(shall we walk)> 행사에 공연자로 나선 가수 바다씨를 만났다. ⓒ 시사저널 고성준

 


"응원하는 친구가 있다는 행복, 아이들에게도 알려줄래요"

9월10일 마주한 가수 바다는 인사도 잊은 채 쉘위워크 행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냥 가족이나 친구들하고 놀러 나와서 걷기만 하면 아픈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행사잖아요. 얼마나 쉬워요. 맛있는 걸 먹고 다양한 걸 즐기고 몇 걸음 걷기만 하면 좋은 일에 참여할 수 있어요.”

바다가 2018 쉘위워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다. 그의 오랜 친구인 심연주 극단 벼랑끝날다 감독의 권유 덕이다. 심 감독은 지난해 쉘위워크에서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어린이용 음악극을 선보였다. 바다는 이렇게 말했다.

 

“심 감독과 저는 20년 동안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옆에서 들어주던 사이에요. 믿음직스런 신 감독이 좋은 행사라고 하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려왔어요.” 

 

가수 바다와 심연주 벼랑끝극단 음악감독. 둘은 20년 지기다. ⓒ 시사저널 고성준


심 감독은 귀에 이상이 있어 평생 어지럼증을 느끼는 채로 살아야 된다고 한다. 어느 날 어지러움이 심해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의 처방은 간단했다. ‘걸어야 걸을 수 있다’는 것. 

 

심 감독은 “죽을 때까지 한 시간씩 걸으라는 처방을 받았어요. 그래야 뇌가 속아서 어지럼증을 덜 느낀대요. 걷기 너무 힘든데, 결국 살려면 걸어야 하는 거죠. 어떤 길을 꾸준히 걷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예요. 그 길을 바다씨는 20년 넘게 걷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쉘위워크 행사는 걷는 데 방점을 두니까 바다씨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서 추천했어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예술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친구였다. 심 감독은 바다의 아버지에게 “아프지 말라”며 건강한 음식을 사다드렸고, 바다의 어머니는 심 감독의 치맛자락을 바느질해주는 사이였다고 한다. 바다는 “학창시절 집안 사정이 어려웠는데, 그때 옆에서 응원해준 친구의 힘이 컸다”면서 “희귀·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에게도 도와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걸 알리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했다.

바다는 아이들과 인연이 깊다. 17살 어린 나이 때부터 꽃동네에서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했다. 천사의 집에선 미혼모가 버리고 간 아이들을 돌봤다. SES 활동 당시엔 화상 입은 아이를 위한 모금 행사를 진행했고, 지금도 개인적으로 소아마비나 희귀병을 겪는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가수 바다가 걷기 포즈를 선보였다. ⓒ 시사저널 고성준

 

 

“후원 절실한 아이들, '회색 희망' 품는 아이돌과 같아”

후원하던 아이들 이야기를 하던 그의 눈에 이슬이 맺히더니 이내 흘러내렸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바다가 말했다.

 

“하늘나라에 간 친구들도 있고, 완치된 아이들도 있고, 지금도 수술하고 있는 친구도 있어요. 아직도 문자를 해요. 사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도 있어요. 하지만 희망은 놓지 않아요. 옆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 수술이 끝나고 문자할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거든요.”


바다는 자신도 같은 처지에 놓여봤기 때문에 아픈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희귀병이란 게 치유도 어렵고 약도 비싸요. 투자한 만큼 낫는다는 보장도 없고요. 네거티브한, 회색 희망이라고 할까요? 비교할 수 없는 아픔이겠지만, 저도 그런 공포를 느껴봤어요. 이 치료를 하면 이 병이 나을까 하는 의문처럼, 내가 걷는 이 길의 끝엔 뭐가 있을지 모르는 그 두려움이요. 아이돌이란 게 당시만 해도 희귀한 꿈이었잖아요. 그때 제가 포기했으면 전 여기에 없었죠. 아이들에게 그런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요. 금전적 후원도 절실합니다.”

그는 ‘희망전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평생 꿈이 사람들에게 무한한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는 것이라 했다. 

 

“가수로서 누리는 제 영향력을 어떻게 해서든 남들과 나누고 싶어요. 이왕이면 노래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그래서 심 감독이랑 함께 긍정적인 작품 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목도 ‘포지티브’로 벌써 지어놨어요. 처음엔 비극으로 시작하다가 희극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에요. 심 감독 동의는 아직 못 얻었지만 (웃음)”

바다는 “올해 쉘위워크 행사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21년 동안 쌓인 내공과 제 젊음을 그 무대에서 다 쏟을 예정이에요. ‘이게 실화냐?’ 할 정도로. 컨셉은 ‘다 줄 거야’에요. 놀라운 무대를 준비했으니까 많이 와서 에너지를 받아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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