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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두손 들게 만드는 영국의 치열한 대입 경쟁

허울뿐인 기회의 사다리…저소득층 학생 외면하는 메이 총리의 교육정책

방승민 영국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0(Thu) 09:23:21 | 1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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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아이비리그(Ivy Leagues)가 있다면 영국에는 옥스브리지(Oxbridge·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을 아울러 부르는 말) 외에도 러셀그룹(Russell Group·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을 포함한 영국 전역 24개 명문 대학들이 모인 그룹)이 있다.

 

영국 고등법원 판사의 4분의 3이 옥스브리지 출신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비(非)러셀그룹 대학 출신 졸업생들이 일생 동안 평균 139만 파운드(약 20억4000만원)를 버는 데 비해, 러셀그룹 대학 출신은 160만 파운드(약 23억5000만원), 옥스브리지 졸업생들은 180만 파운드(약 26억4000만원)의 수입을 얻었다. 한 개인에게 출신 대학은 평생 경제적 지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셈으로, 영국의 대학 입시 경쟁은 한국 못지않게 치열하다.

 

영국의 대학 입시 시즌은 9월1일부터 시작된다. 대다수 영국 대학 입시 원서 접수는 UCAS(The University and College Admission Service)라는 온라인 서비스 웹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 대학 지원 시 제출해야 할 자료들을 보면 한국 입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학생들은 한국의 수능 점수에 해당하는 A-Level 선택 과목 시험 점수, 지원자의 출신 학교명, 성적 및 교외활동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교육 이력, 자기소개서, 인턴 또는 아르바이트 등을 포함한 근무 경력 내역, 그리고 선생님의 추천서 등을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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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영국 대학들은 이듬해 1월 중순을 기점으로 지원을 마감한다. 하지만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 기타 대학의 의대 및 수의대 등은 입시 지원 시작 후 1개월 반 만인 10월 중순쯤 지원을 마감한다.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함일까.

 

영국엔 사립학교와 공립학교가 공존한다. 16세 이상 영국 학생 중 약 18%만이 사립학교 학생이다. 그러나 영국 내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사립학교 출신 학생들의 비율은 공립학교 출신에 비해 매우 높다. 2017년 BBC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학 입학자 중 38% 이상이 사립학교 출신이며, 이외에도 옥스퍼드는 45%, 임페리얼칼리지는 34.5%, 왕립음악 학교는 입학생 중 51.5%가 사립학교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명문대 입학생은 출신부터 다르다

 

옥스브리지와 러셀그룹 등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의 절반 이상은 영국 학교 랭킹 상위 100위에 해당하는 학교 출신이며, 주로 사립학교와 선발형 공립학교인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이 이에 해당한다. 사립학교는 상당히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만큼 영국 평균 연봉을 웃도는 수준의 교육비가 요구된다. 한 예로, 오랜 기간 동안 졸업생의 상당수를 옥스브리지와 러셀그룹 대학들에 진학시킨 웨스트민스터 스쿨(Westminster School)은 초등학교부터 대학 진학반인 식스스 폼(Sixth Form)까지 모두 갖춘 영국 내 손꼽히는 명문 학교다. 이곳 초등학교의 경우 연 학비가 1만9344파운드, 한화로 2840만원 정도다. 대학 진학반은 약 3만 파운드(약 4500만원), 기숙사생의 경우 약 4만 파운드(약 5800만원)에 달한다. 퀸즈 스콜라(Queen’s Scholar)라는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12명의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지만, 이들도 여전히 연 3000만원 이상의 학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 같은 사립학교들은 학비에 걸맞은 높은 수준의 커리큘럼 및 교육 환경과 더불어 승마, 해외 뮤지컬 투어, 해외 명문 학교들과의 교류 프로그램 등과 같이 다양한 교외활동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졸업생들과의 네트워킹 등 다양한 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 학생들이 영국뿐만 아니라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해외 유수 대학에 진학할 확률을 높여준다.

 

선발형 공립 중고등학교인 그래머 스쿨은 11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레븐 플러스’(11+)라는 시험과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며 무상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 16세기에 최초로 설립돼 잉글랜드 및 웨일스 지역에 1200개가 넘는 그래머 스쿨이 존재했으나 1950년대 이후 노동당의 교육 평준화 정책에 따라 그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는 잉글랜드 지역 약 3000개의 공립학교 중 163곳이 그래머 스쿨이며, 북아일랜드 지역에는 69개만이 남아 있다. 

 

그래머 스쿨에 진학하기 위해선 시험 및 인터뷰 이외에도 한 가지 조건을 더 충족해야 한다. 바로 지원자가 해당 학교가 있는 지역의 주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영국에서도 좋은 학군이 갖춰진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매우 높은 편이므로 일반적으로 중산층 이상 가정의 학생들이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즉, 명문대에 진학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유년 시절부터 좋은 학군이 있는 집값이 높은 동네에 살거나 높은 학비를 지불하며 명성 높은 사립학교에 다녀야 한다. 영국 내 모든 대학 등록금은 영국 시민일 경우 2019년 기준 9250파운드(약 1360만원)다. 대학 등록금은 평준화됐지만 입학하기까지의 여정에는 학생 개인의 학습 능력과 무관한 타고난 경제적 조건에 따라 매우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셈이다. 

 

 

그래머 스쿨 부활=계급 사회 부활?

 

현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는 집권 기간 중 그래머 스쿨의 수를 늘리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 기회의 사다리라 불리는 그래머 스쿨의 확대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더 많은 다리를 놓겠다는 제스처로 인식되기 쉽다. 현실적으로 사립학교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무상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좀 더 많은 공립학교 출신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하도록 돕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그래머 스쿨 증설에 한정된 교육 예산을 사용한다면 정작 좋은 학군을 갖추지 못한 낙후된 지역과 저소득층 학생들을 더욱 외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좋은 학군이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향후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젠트리피케이션 등 도리어 기존 거주민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은 국력 증진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오히려 엘리트주의와 사회 계층 분열만 반작용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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