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호날두 걱정”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1 13:44
  • 호수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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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이적 후 4경기 만에 데뷔골 유럽 정복 연대기 신호탄

지난 7월 이탈리아 세리에A(프로축구 1부리그)의 명문 유벤투스가 1억500만 유로(약 1374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하며 레알 마드리드(레알)로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하자 반응은 엇갈렸다. 유럽 정복을 염원하는 유벤투스 팬들과 최근 스타를 계속 팔아오던 분위기에 질린 세리에A 팬들은 슈퍼스타의 입성을 일제히 환영했다. 


반면 만 33세 선수에게 4년 장기 계약에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2억2200만 유로의 네이마르와 1억8000만 유로의 킬리안 음바페 등 최근 이적 시장을 오가는 금액이 천문학적 수준이지만, 호날두의 경우 어느 순간 경기력이 뚝 떨어질 수 있는 30대 중반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호날두와 함께한 9년 동안 영광의 시대를 보냈던 레알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만 네 번이나 안겨준 팀의 레전드와 너무 쿨하게 작별했다. 일각에서는 호날두가 정점에서 내려온다고 판단한 레알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최적의 판매 타이밍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엇갈리는 반응에 대해 호날두 본인은 자신만만했다. 그는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팀의 발전을 돕는 것이 내 일이다. 난 더 많은 우승을 돕고 싶다”며 성공을 향한 변함없는 야망을 나타냈다. 프리미어리그(맨유), 프리메라리가(레알)의 최고 팀에 몸담으며 모든 트로피를 차지했던 그가 세리에A로 무대를 옮긴 것은 이른바 3대 빅리그를 모두 정복하겠다는 야심이기도 했다.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9월16일 사수올로전에서 이적 후 첫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AP 연합

 

멀티골로 부담 훌훌…리그 400호 골 겹경사


기대만큼 부담감도 컸을까. 유벤투스에서의 데뷔골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에선 데뷔전에서 첫 골을 넣었다. 맨유 시절엔 3개월이 걸렸지만, 만 18세 유망주 시절이다. 언론들은 레알 시절의 성과와 계속 비교했다. 키에보를 상대로 한 데뷔전에서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팀의 3대2 승리를 견인했다. 


그 뒤 라치오, 파르마와의 경기에서도 골은 없었다. 유벤투스는 3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단독 선두 체제를 구축했지만, 관심은 오직 호날두의 데뷔골 여부였다. 유벤투스의 동료들은 “세리에A 적응은 쉽지 않다. 상대가 호날두를 집중 수비하고 있어 오히려 팀은 도움을 받는다”며 옹호했지만, 일부 언론은 우려했던 노쇠화가 증명됐다는 성급한 의견까지 냈다.


3경기에서 슈팅 22개를 날리고도 골을 넣지 못했던 호날두는 4라운드 사수올로전에서 영점 조준에 성공했다. 부정적인 언론 보도와 거기에 민감해진 호날두를 돕겠다는 듯 팀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결국 후반 5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가 걷어낸다는 것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운 좋게도 호날두가 그 앞에 있었고, 그는 침착하게 세리에A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19분에는 가장 그다운 플레이로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속공 상황에서 엠레 찬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유벤투스는 홈에서 2대1로 승리하며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사수올로전 추가골은 그의 리그 통산 400호 골이기도 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스포르팅에서 3골, 맨유에서 84골, 레알에서 311골을 리그에서만 기록했던 그는 세리에A에서 멀티골로 출발하며 400골을 채웠다. 통산 득점은 클럽에서는 575골, A매치에서는 85골로 총 660골이다. 호날두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만 통산 120골을 넣어 해당 대회 최다골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운명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통산 624골, 리그 387골, 챔피언스리그 103골, A매치 65골)보다 모든 영역의 골 기록에서 앞선 상태다.

 


유럽 정복 꿈꾸는 유벤투스와 우승 청부사 호날두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호날두 걱정”이라는 얘기가 있다. 최근 두 시즌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2016~17시즌에 호날두는 개막 후 9라운드까지 2골을 넣는 데 그쳤다. 하지만 10라운드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12라운드에서 또다시 해트트릭에 성공했다. 12라운드는 프리메라리가에서 가장 수비력이 강하다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마드리드 더비였다. 결국 그는 리그에서 25골, 챔피언스리그에서 12골을 넣는 등 총 42골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지난 2017~18시즌에도 리그 8경기 만에 득점포 시동을 걸었던 호날두는 결국 리그에서 26골, 통산 44골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초반에는 부진한 경우가 많은데 보통 오프 시즌 동안 벌어지는 월드컵과 유럽선수권 등 대표팀에서 누적된 피로와 부상의 영향이 크다. 오히려 올 시즌은 지난 두 시즌에 비해 득점 속도가 빠른 편이다. 


아직 적응은 끝나지 않았다. 알레그리 감독은 “그를 위한 최적의 포지션과 조합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날두는 최전방 원톱, 측면 공격수, 투톱의 처진 공격수 등 매 경기 다른 포지션을 소화하는 중이다. 세리에A는 수비가 강한 이탈리아 축구의 속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적응에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호날두 자신도 “적응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것이 축구다. 결국 나는 골을 넣고 팀은 승리할 것”이라며 겸허한 자신감을 밝혔다. 


유벤투스는 20세기 축구클럽 순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유럽의 대표 명문이다. 2006년 칼치오폴리(승부조작) 사건으로 2부 리그 강등의 시련을 경험했다. 위기를 딛고 재기한 그들은 최근 일곱 시즌 연속 세리에A 우승에 성공했다. 통산 리그 우승도 34회로 가장 많다. 호날두 없이도 리그 정복은 수월하다. 하지만 유럽에선 23년째 실패하고 있다. 최근 4년 사이 두 차례나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유벤투스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1995~96시즌이다. 결승에 총 아홉 번 올랐는데 우승은 두 번에 불과하다. 


30대 선수에게 1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했지만, 유벤투스는 호날두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 노력으로 만든 운동 능력과 그걸 유지하는 탁월한 자기 관리의 대명사인 호날두는 유벤투스 입단 시 진행한 메디컬 테스트에서 20대 초반의 신체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유벤투스는 호날두의 우승 DNA에 주목했다. 레알은 호날두를 데려온 뒤 2001~02시즌 이후 12년 동안 막혔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호날두 시대에 레알 마드리드가 들어 올린 빅이어(챔피언스리그 트로피)만 네 차례다. 호날두 영입은 유럽 정복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것이다.


상업적인 성공도 따라왔다. 이른바 호날두 효과다. 축구선수 중 가장 큰 팬덤을 보유한 호날두(SNS 팔로워 3억 명)를 영입하자마자 유벤투스는 7월에만 1000만 명의 SNS 팔로워 증가를 경험했다. 아디다스 등 주요 스폰서도 재계약 금액 인상을 고려 중이다. 호날두의 인기가 높은 중국 기업들도 스폰서로 유입되는 분위기다. 유니폼 판매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다. 지난 시즌 85만 장의 유니폼을 판매했던 유벤투스는 호날두 영입 이틀 만에 52만 장의 유니폼을 팔아 치웠다. 전년도에 비해 가격이 30% 올라간 시즌권도 개막 한 달 전 완판됐다. 유니폼과 시즌권 판매 수익만으로도 유벤투스는 호날두에게 투자한 이적료를 회수한 상황이다. 여기에 호날두를 통한 글로벌 노출 효과로 중계권 등에서 부수적인 수입도 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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