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발길 많이 안 닿은 대만의 진주 같은 관광지
  • 대만 = 박영철 기자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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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의 궁원안과, 타이난의 치메이 박물관, 가오슝의 보얼예술특구 등 볼거리 많아

지난 여름 대만을 다녀왔다. 대만은 해마다 100만명 넘는 한국인들이 다녀가는 곳이다. 대만은 음식이 맛있고 거리가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가성비가 좋다.

 

대만 하면 타이베이(臺北)와 고궁박물원, 단수이(淡水), 지우펀(九分), 예류(野柳), 스펀(十分), 중동부의 화롄(花蓮) 정도가 떠오르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대만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은 나라다. 아직 한국인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에 진주 같은 관광지가 널려 있다.

 

나는 대만 서부 해안선을 따라 남하했다. 타이중(臺中), 타이난(臺南), 가오슝(高雄)은 대만 서부 지역의 매력적인 관광지다. 타이중에는 시내를 흐르는 조그만 개천이 있다. 녹천(綠川)과 유천(柳川)이 그것인데, 유천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든다. 관계자는 “서울의 청계천을 벤치마킹해서 정비했다”고 말했다.

 

궁원안과 내부 (사진 = 박영철 기자)


 

요즘 타이중의 핫 플레이스로 타이중역 부근의 궁원(宮原)안과를 들 수 있다. 궁원안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야하라라는 일본인이 1927년부터 운영하던 안과인데 지금은 베이커리 & 디저트 판매점으로 변신했다. 대만이 해방되면서 일본인은 물러갔지만 대만인들은 이 건물을 부수지 않고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1920년대 고풍스러운 건물과 21세기풍 베이커리 & 디저트의 조화가 돋보이는 가게였다. 궁원안과에서는 차와 아이스크림도 파는데 아이스크림의 인기가 단연 최고다. 대만의 명물 과자로 펑리수가 있는데 궁원안과 펑리수도 명품 펑리수로 유명하다. 단가는 좀 센 편이지만 제품의 품질이 좋으니 한번쯤 가볼만하다.

 

타이난은 대만이 시작한 곳이어서 유적이 많다. 1653년 네덜란드가 대만을 점령한 후 세운 프로방시아 성의 성루인 적감루(赤崁樓), 17세기 중엽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세운 군사요새인 안평고보(安平古堡), 반얀트리 가지와 뿌리가 건물을 감싸고 있는 건물인 안평수옥(安平樹屋), 1875년 일본군을 견제하기 위해 지은 대만 최초의 서양식 요새인 억재금성(億載金城) 등 문화재가 즐비하다. 고적만유권(古蹟漫遊券)이라는 티켓을 끊으면 이들 유적지 4곳을 모두 싼 값에 볼 수 있다.

 

타이난에도 공자묘가 있다. 묘라고 하니 무덤(墓) 같지만 사당(廟)이면서 학교다. 대만 최초의 학교로 1655년에 설립됐다. 명나라를 재건하라는 정성공(鄭成功)의 유지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는 대만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운영됐고,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 ‘전대수학(全臺首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해마다 9월28일에 대성전 앞에서 공자 탄생을 기리는 의식이 열린다.

 

치메이 박물관 소장품 (사진 = 박영철 기자)


 

타이난 최고의 보석은 치메이(奇美)박물관이다. 치메이박물관은 아직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는데, 알고보면 아시아 최대 개인 미술관이다. 타이베이의 고궁박물원과 더불어 대만 양대 박물관이다. 바오안(保安)역 부근에 있는 이 박물관은 대만의 대기업 치메이 그룹의 창업주인 쉬원룽(許文龍) 회장이 오랜 세월 수집한 서양미술, 동서양 악기, 무기, 동물표본 등 방대하고 수준 높은 소장품을 전시해놓은 곳이다. 부지도 2만8700평으로 방대해서 산책하기도 좋다.

 

가오슝은 한국으로 치면 부산에 해당하는 항구도시다. 가오슝은 항구도시답게 낭만이 넘친다. 나는 몽시대(夢時代)역에서 전철을 타고 종점인 하마센(哈瑪星)역에서 내렸다. 하마센역은 일본어를 아는 사람은 바로 느낌이 온다. 하마(濱)는 물가, 바닷가라는 뜻이다. 약자로는 浜이라고 쓴다. 도쿄 옆의 요코하마의 한자가 橫濱, 橫浜이다. 센은 선(線)의 일본 한자발음이다. 바닷가 노선이라는 뜻이다. 대만 사람들은 이것에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갖다 붙여 지금도 하마센이라고 쓰고 있다.

 

보얼예술특구 부근의 매장 (사진 = 박영철 기자)

 

하마센역 부근에는 보얼(駁二)예술특구가 있다. 대만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예술가들은 허름한 물류창고를 작업 공간, 작품 판매공간으로 탈바꿈시켜놨다. 각종 카페와 식당들도 잘 갖춰져 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대만 여행에서 가장 신기했던 경험을 들라면 가오슝의 마이 코피(My cofi) 카페의 라테 아트라고 하고 싶다. 우유거품을 베이스로 에스프레소, 초콜릿, 과일 잼 등으로 그림을 그려 3D로 완성시킨다. 완성된 작품이 담긴 찻잔을 조금 흔들면 작품이 움직여 생동감이 넘친다. 

 

마이 코피의 라테 아트 (사진 = 박영철 기자)


 

창구이팡 마이 코피 사장 (사진 = 박영철 기자)


 

이곳 주인 창구이팡(張桂芳)씨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출신으로, 2004년 커피 전문점에서 일을 시작한 14년 경력의 바리스타이며 2011년 3D 라테아트를 시작했다. 3D 라테아트는 짧은 시간 안에 초코시럽과 색소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수년 사이에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좋아요를 150만개 이상 받는 등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MRT 문화중심역 부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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