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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경제 발전 열망, 발목 잡는 건 결국 북한

"이번엔 믿어 달라" 남북 공동 호소에도 국제사회 불신감 여전

오종탁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6(Wed) 15: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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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의욕이 아주 강했다.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해 주면서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신뢰를 준다면 김 위원장은 얼마든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졌다고 믿는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9월25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에서 열린 CFR·KS(코리아소사이어티)·AS(아시아소사이어티) 공동주최 연설 직후 가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 발전 의지를 두드러지게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 경제 발전이기에, 이를 위한 선결 조건인 비핵화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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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어린 시절부터 개혁·개방 열망…文대통령 "진정성 믿어"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전 행적부터 돌아봐도 경제 발전에 대한 그의 의지는 꾸준하고 집요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통한 개혁·개방에 나설 수밖에 없으리라고 예상했다. 정 본부장은 "지도자의 개인적인 경험이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김 위원장은 세계관이 형성되는 청소년기 약 4년 반(1996년 여름~2001년 1월) 동안 스위스에서 유학했다. 스위스 유학 도중 프랑스·일본 등도 찾으며 선진자본주의 시스템을 눈으로 직접 봤다"며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목표는 단순히 정권을 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발전된,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을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북한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롤 모델 격인 중국 덩샤오핑(鄧小平)도 프랑스 유학과 장기 체류를 통해 자본주의를 직접 경험한 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돼 개혁·개방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개혁·개방에 부정적이다 못해 적대적이었다. 김 국방위원장은 서방세계를 경험한 적이 없고, 집권한 뒤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정성장 본부장은 과거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전속요리사 출신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에게 했던 말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에 간 지 2년이 흐른 1998년 6월 후지모토에게 "외국의 백화점이나 상점을 보니 어디를 가나 물자와 식품들로 넘쳐나 놀랐다"면서 "우리나라(북한) 상점은 어떨까"라고 물었다. 2000년 8월에는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비해 공업기술이 한참 뒤떨어진다"며 "초대소에서도 자주 정전이 되고 전력 부족이 심각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3개월 전에 있었던 김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상기하면서 중국 경제를 극찬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중국은 여러 면에서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공업이나 상업, 호텔, 농업 등 모든 것이 잘 나간다"며 "중국은 13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를 가졌는데도 통제가 된다는 게 대단하다"고 후지모토에게 말했다. 북한 경제, 인프라, 기술 등에 대한 아쉬움은 최근 남한과의 대화석상에서도 솔직하게 드러내 화제가 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어린 시절 북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밤새워 토로할 만큼 열정적이었다고 후지모토는 밝혔다. 정성장 본부장은 "김 위원장은 청소년 때부터 북한이 왜 이렇게 낙후돼 있는지를 절절히 고민해온 것"이라며 "비핵화로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그토록 갈망하는 개혁·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 발전 목표로 핵 포기할까, 북한에 대한 불신 여전 

 

4월27일과 5월26일, 그리고 9월18~20일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과 후속 비핵화 협상 등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 발전 플랜은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아직 돌이킬 수 없을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다. 남북만 장밋빛 기대에 부풀었지 국제사회는 불신과 우려를 안 거두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또는 남한의 입을 빌려 답답함을 토로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많은 세계인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못 믿겠다', '속임수다', '시간 끌기다'라고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북한이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을 향한 불신 때문에 비핵화 협상과 개혁·개방이 지지부진한 현실을 타개해 보려는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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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북한 자체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실제 진정성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뒤에 있는 북한 체제를 미국 등 국제사회는 아직 믿지 못한다.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북한 외교 실무자들의 치밀한 두뇌 플레이는 김 위원장의 '허심탄회·솔직담백' 대외 메시지와 온도 차가 컸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날인 9월17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현재 북한은 남한에는 '우리민족끼리'를, 미국엔 '종전 선언을 해주지 않으면 핵무기란 방패를 내려놓을 수 없다'고 외치며 북·미 협상 교착을 남북 관계 진전으로 풀어나간다는 비대칭 전술을 쓰고 있다"면서 "북핵 해결보다 남북 군축을 먼저 놓고 구체적인 비핵화 약속 없이 경제 협력을 약속해 준다면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기회는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은 중국과 한국만 잘 이용하면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고서도 제재에서 풀려나올 수 있고 중국·한국과만 교류하고 협력해도 북한 경제가 회생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에게 핵무기와 경제적 번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을 위해서 좋고 김정은도 도와주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북한 전문가는 "최근 북한에 남한,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전부 매달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 핵 보유국이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물론 올해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도 지독하고 철저하게 체제 보장과 실리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던 북한이 단지 먹고 사는 문제(경제)를 위해 선뜻 핵을 내놓으리라 관측하는 것은 지나치게 나이브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개인적인 열망과 젊은 패기 뒤에 있는 70년 북한 체제를 허투루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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