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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평등이 공화국의 우환”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1(Thu) 08:01:00 | 1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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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기준으로만 본다면 한국은 분명히 성공한 나라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측정한 한국인의 삶의 만족 수준은 낮은 편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2만 달러가 넘고 3만 달러가 돼도 행복감은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최저 출산율과 최고 자살률의 어두운 모습이 한국의 자화상이다. 재벌 3세와 4세는 일본 라면 가게와 동네 빵집까지 진출해 배를 불리는 데 비해, 대다수 사람들은 지나친 사교육비와 주거비용, 고용불안과 노후불안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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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빈곤이었다면, 21세기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다. 경제성장이 계속돼도 지나친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행복감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거대한 부를 차지한 재벌 대기업과 부유층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살아간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의 상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재벌 대기업은 탈세와 불법 상속으로 배를 불리는데 다수의 중산층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되기 힘들다고 체념한다. 생존경쟁에서 실패한 사람은 절벽 아래로 추락한다. 먹이사슬의 최고 정점에 있는 포식자만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시장의 소득 불평등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다양한 통계에서 나타나듯이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상위 1%와 10%의 소득 집중이 높다. 대기업 회장과 임원의 연봉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근로자 평균임금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차이도 지나치게 커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도 심각하다. 남자와 여자의 격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 세대와 노인 세대의 빈곤율이 지나치게 높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분열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이 세습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상위 주식 부자 가운데 재벌 2세, 3세 비율이 압도적이며, 상속형 부자가 70%를 차지한다. 자기 힘으로 창업한 부자는 10명 중 3명에도 못 미친다. 한국 사회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한국은 지옥이고 아무런 희망이 없고 조선시대와 같은 신분제 사회가 되었다’는 의미다. 이는 ‘금수저냐 흙수저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개인적 좌절감의 표현이다. 2016년 촛불시민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청년 세대의 생각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불평등이 지나치게 커진 사회는 대다수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불평등은 정치적 문제이자 도덕적 문제다. 불평등은 자연적 과정이나 어쩔 수 없는 힘이 만든 것이 아니다. 불평등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듯 인간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정책은 절대빈곤을 퇴치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 성과를 만들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성장뿐 아니라 불평등을 줄이려는 적극적 정책을 더 고려해야 한다. 로마의 역사가 플루타르크가 “불평등이 공화국의 우환”이라고 지적했듯이, 오늘날 지나친 불평등이 결국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문재인 대통령이 경청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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