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한 개발현장 ‘두바이를 가다’
  • UAE 두바이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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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엑스포’ 준비 한창인 두바이…여의도 6배 사막을 빌딩숲으로 만든다

 

분진(粉塵)인지 모래인지 모를 가루가 흩날렸다. 동서남북 어딜 보나 크레인이 시야에 하나씩 들어왔다. 건물들은 높이를 경쟁하듯 쌓여 올라가고 있었다. 엑스포 개최를 2년 앞둔 두바이의 모습이다. 

 

“우리가 2020년에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약속한다.” 두바이 왕이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총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은 지난 2013년 이렇게 말했다. 그해 11월 두바이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를 2배 넘는 표차로 제치고 엑스포 개최국으로 뽑혔다. 중동 국가론 최초다. 이후 두바이에선 엑스포 시기에 맞춰 수많은 개발 프로젝트를 쏟아내고 있다고 알려졌다. 

 

10월1일(현지시각) 오후 두바이 다운타운 외곽에서 진행되고 있는 건설 현장. ⓒ 시사저널 공성윤

 

 

엑스포 2년 앞둔 두바이는 지금…“전 세계 크레인 30%가 모여있다”

사실이었다. 지금 두바이는 사막 곳곳에서 삽을 뜨고 있다. 10월 1일(현지시각) 기자는 쇼핑센터 두바이몰의 외곽 약 5km를 걸어 다니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 지역은 두바이 다운타운으로 불리는 주요 관광지다. 세계 최고(最高) 마천루 부르즈 할리파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밖으로 나가자 안에선 볼 수 없던 풍경이 펼쳐졌다. 빌딩 사이사이마다 십중팔구 우뚝 솟은 철제 프레임이 보였다. 건물 뒤로 돌아가니 공사용 가벽이 길게 이어졌다. 포장도로 바깥에 언뜻 보이는 모래무덤만이 이곳이 원래 사막이었던 걸 보여주고 있었다. 공사장 근처 나무 밑에선 인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쉬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두바이 최고 온도는 37도에 달했다. 

 

두바이 등지를 오가며 일하는 국내 건설사의 한 직원은 “전 세계 타워크레인의 30%가 두바이에 모여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상당히 많은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현지 최대 국영 건설업체 이마르는 두바이 다운타운의 두 배 넓이에 가까운 신도시 두바이 크릭 하버를 조성중이다. 이곳엔 중동에서 제일 큰 차이나타운이 들어설 계획이다. 또 부르즈 할리파보다 약 200m 더 높은 두바이 크릭타워도 건설 중이다. 엑스포 시기에 맞춰 짓고 있는데, 완공되면 세계 최초 1000m가 넘는 마천루가 될 예정이다. 

 

국내 건설사도 두바이에서 삽을 쥐었다. 부르즈 할리파를 지은 삼성물산은 2013년부터 두바이 테마파크 개발사업을 맡고 있다. 쌍용건설은 올 8월 두바이 호텔 공사건을 수주했다. 중동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BNC 네트워크에 따르면, 두바이 엑스포와 관련된 건설 프로젝트의 규모는 올 3월 425억 달러(47조 6000억원)로 조사됐다. 


10월4일 두바이 유명 쇼핑몰 '데이라 시티 센터' 부근의 공사 현장에 주차된 차량. 분진인지 모래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가루로 뿌옇게 뒤덮여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47조원 규모 공사 2년 내 끝낸다’는 계획

 

두바이 인터넷 시티는 엑스포 이전부터 ‘중동판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추진돼 온 프로젝트다. 다운타운에서 19km 떨어진 이곳은 현지 국영 투자업체 두바이 홀딩이 2000년부터 조성해 왔다. 인터넷 시티에 진출한 기업은 세제 혜택과 소유권 보장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기자가 근처에 다가가자 어김없이 모래밭 위에 건축 자재가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모래밭을 건너 인터넷 시티 중심 쪽으로 가니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시스코 등의 건물이 하나둘 나타났다. 이 외에 삼성, 페이스북, 화웨이, 노키아 등 글로벌 IT기업도 인터넷 시티에 입주했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그렇다고 이처럼 대기업하고만 손을 잡은 건 아니다. 현지 매체 '더 내셔널'은 올 5월 “인터넷 시티에 등록된 기업 1600곳 중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대략 60%”라고 전했다. 또 이들 업체가 2021년까지 두바이 GDP의 45%를 책임지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이는 두바이 엑스포를 전 세계 창업 신화가 탄생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과도 맞닿아있다. 


두바이 엑스포 관련 시설이 들어설 공사 현장. ⓒ 시사저널 공성윤



“지킬 수 있나?”…“일정대로 진행 중”

 

10월2일엔 엑스포 관련 시설이 세워지고 있는 현장을 방문했다. 눈을 아무리 멀리 돌려봐도 모래밭만 보였다. 틀을 갖춘 건물은 드물게 눈에 띌 따름이었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 수도나 전기 등 기간시설을 완공하고, 엑스포를 1년 앞둔 2019년 10월까지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는 게 엑스포 조직위원회 측의 주장이다. 대략 여의도 면적(2.9㎢)의 6배가 넘는 19.2㎢의 사막을 건물과 교통시설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거대한 꽃 모양의 신도시가 펼쳐질 전망이다. 

 

기자가 “정말로 계획을 지킨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고 재차 물었다. 엑스포 조직위의 마르한 파라두니 본부장은 “당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거의 매 시간마다 현장 상황을 체크하고 있고, 지금까지 일정대로 진행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파라두니 본부장은 현지 매체에 의해 ‘아랍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힌 바 있다.

 

엑스포에 대한 두바이의 기대감은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당국은 엑스포 이후 2021년까지 약 230억 달러(약 26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파라두니 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총 2500만명의 사람들이 엑스포에 찾아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70%를 해외 방문객으로 채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는 지난 2015년 밀라노 엑스포 때 해외 방문객 비율인 30%를 훌쩍 넘는 수치다. 현재 조직위는 자원봉사자 3만 명 모집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엑스포 건설 현장을 다시 둘러봤다. 사막 한가운데에 나무 한 그루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 나무엔 상징적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조직위의 카밀레 르나딘 부팀장은 “엑스포 건물을 짓기 전 사막에 남아 있던 유일한 생명체”라며 “엑스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뿌리 뽑지 않고 남겨두고 있다”고 했다. ​ 

 

10월2일 두바이 엑스포 건설현장본부에 걸려 있는 카운트다운 타이머. 2020년 10월 열릴 엑스포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동시에, 건설 프로젝트 마무리 시점이 언제인지 알려주고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10월2일 엑스포 공사현장. 저 멀리 한가운데 나무가 있는 걸 볼 수 있다. 관계자는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남아있던 유일한 생명체"라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공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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