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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소득 있음 세금 내고 지원 있음 감사 받아야”

[인터뷰] ‘재벌 저격수’ 박용진 의원은 왜 사립유치원 감시자로 나섰나

김종일·조유빈 기자 ㅣ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5(Mon) 14:00:00 |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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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이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사상 최초로 개최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반발한 유치원 원장들이 집단으로 토론회를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이날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었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 200여 명이 토론회장 단상에 난입하면서 토론회가 중단됐다. 유치원 관계자들은 “소란을 피우게 된 이유는 사립유치원을 비위(非違) 집단으로 매도했기 때문”이라며 토론회 진행을 실력행사로 막았다. 실랑이를 벌이던 과정에서 욕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 의원이 “밖에 나와서 이야기하자”며 즉석에서 바닥에 앉아 1시간 동안 좌담회를 열었으나 항의는 멈추지 않았다. 박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백번 양보해도 동의가 안 되는 건 여기서 교육자 여러분들이 하시는 행위”라고 맞섰다. 결국 토론회는 발제자 8명의 강연을 요약해 발제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여파는 컸다. 여론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만큼 궁금증도 커졌다. 정무위에서 교육위로 자리를 옮긴 박 의원은 왜 많고 많은 교육 이슈 중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에 주목하게 됐을까. 왜 토론회까지 열어 이 문제를 환기시키려 했을까. 지역구에서 상당한 영향력은 물론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강력 반발하는데도 이 문제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뭘까. 그래서 시사저널은 박 의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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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소득이 있다면 세금을 내야 하고, 국가 지원이 있다면 당연히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인터뷰 내내 반복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핵심도 이 한 문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유치원 스스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없었고, 국고를 지원·보조하면서 철저히 감시하려는 교육 당국의 노력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70년 역사를 지니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에는 잘 정비된 제도와 규칙이 있다. 그런데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할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곳이 있다. 그걸 우린 특혜라 부른다. 관료들조차 어떤 이익집단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회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된다. 돈 없고, 힘없는 사람만 억울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금까지 ‘재벌 저격수’로서 이름을 날렸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제기해, 수십 년간 금융 당국이 방치해 온 과징금 징수와 차등 과세를 하도록 만들었다. 또 현대자동차의 세타2엔진 결함 문제 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끝에 미국 소비자 기준으로 국내 소비자들도 리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편법과 꼼수로 투자활동을 벌인 미래에셋그룹의 행태에도 확실한 제동을 걸었다. 지금까지 발의한 법안도 주로 재벌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공익법인이 가지고 있는 재벌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회사를 인적 분할할 때 자사주에 대해서는 신주 배정을 금지하도록 한 상법 개정안(일명 이재용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질문부터 하자. 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

“문제가 있으니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어야 하고, 국가의 지원이 있으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 한마디에 제 모든 문제의식이 녹아 있다.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있는 원칙 중의 원칙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엔 이 구조에서 벗어난 곳이 적지 않다. 사립유치원 이슈도 마찬가지 이유로 주목하게 됐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사립유치원에 매년 2조원 넘는 돈이 정부 누리과정 예산으로 지원되고 있다. 매년 엄청난 예산이 지원됨에도 학부모들의 원비 부담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 왜 그럴까.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 집행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점이 우리 아이들은 물론 가계 살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심각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국가의 예산이 지원되면, 당연히 국가는 이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해야 할 의무와 권한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사립유치원에 지원되는 국민 혈세에 대한 사후 관리는 매우 취약하다. 지난 3년간 경기도교육청이 유치원 94곳을 골라 감사를 했는데, 92곳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94곳을 감사하는 데 무려 3년이 걸렸다. 교육 당국 설명에 따르면, 지금의 회계 구조로는 경기도에 있는 1100여 개 유치원을 전수조사하려면 2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투명한 회계 시스템을 만들어 도입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맞다. 당연히 사립유치원 회계 운영의 부조리함을 바로잡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문제는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의 태도다. 이들은 자신들을 사업자라고 말한다. 정부는 지원만 하고 사유재산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사립학교법상 유치원은 학교다.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유치원 처음 개원할 때 관련 법령을 다 지키겠다고 서명도 하셨다. 지켜야 할 법이 뭐가 있는지 다 알고 계시다는 뜻이다.”


정부는 1981년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 수립 후 유치원 취학률 제고에 노력해 왔다. 이때부터 사립학교법상 법인 전환이 필요 없는 개인이 유치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유치원 취학률 제고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까지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회계 투명성 제도는 갖추지 않았다. 2012년 실시된 무상교육 정책은 우수 교원이 있는 저렴한 국공립유치원을 ‘로또 당첨’으로 만들어버렸고, 사립유치원생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증가시켰다. 작년 통계로 전체 유치원의 47%인 4282개 사립유치원이 유치원생의 75%인 52만 명을 돌보고 있다. 학부모 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아동 1인당 보육료 22만원에 방과후 과정비 7만원, 교원 인건비 및 각종 지원금을 투입하고 있다. 전체로 연간 약 2조원, 사립유치원당 약 4억6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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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사실이다. 교육부는 관련해서 작년 10월 17개 시·도교육청에 유아 교육정보 시스템 구축을 위한 특별교부금 예산을 배부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시·도교육청에도 알리지 않은 채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언론 보도로 문제가 되자 교육부는 공공 소프트웨어가 민간 소프트웨어 시장에 미칠 영향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판단할 영향평가는 없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이다. 국가와 국민은 세금이 정당하게 사용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 교육부로부터 올해 내로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정부 의지만 있으면 바로 할 수 있는 문제다. 이미 국공립유치원에서 사용 중인 국가관리 회계 시스템(에듀파인)만 적용하면 된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센데.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은 원장님들의 생존권 문제 이전에 국가의 유아 교육이 달린 문제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회계 투명성은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반드시 관철해 강제해야 할 문제다. 지금처럼 ‘셀프 감사’하겠다는 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내 재산’이라고 계속 주장하실 거면 차라리 폐원(廢園)을 하시고 학원을 여셔야 한다. 유치원은 학교다. 오히려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 많은 선량한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게 전체를 위한 일이다. 국회의원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드리겠다.”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나.

“물론이다. 우선 제도적으로는 첫째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이걸 잘못 쓰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다. 둘째로는 일부 사립유치원의 일탈이라고 하는데, 이 일부 유치원이 어딘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제대로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학부모들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 현재 유치원은 일종의 교육시장이기 때문에, 알 권리가 보장돼야 교육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권리도 보장할 수 있다. 물론 회계 투명성 시스템 강화 이슈도 중요하다. 이런 부분들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묻고 감시할 것이다. 방향성만큼 속도도 중요하다. 지침 등 부처에서 쉽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바꿀 수 있게 요구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제가 법안을 발의할 것이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소급 적용’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보나.

“저는 미래가 중요하다고 본다. 앞을 내다보고 해야 개혁 동력도 생긴다. 현실적으로 지금 교육 당국의 여건과 역량을 감안하면 전국 사립유치원에 대한 전수조사는 무의미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과거 문제를 파헤쳐 이를 확인하고 처벌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의원 박용진’은 유독 ‘특혜’ 문제에 집중하는 것 같다.

“우리 헌법 전문을 본 적 있나. 그 긴 글이 한 문장으로 돼 있는데, 유일하게 두 번 반복되는 단어가 두 개 있다. 바로 ‘자유’와 ‘균등’이다. 우리 헌법 전문이 근대 민주주의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양극화다.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도 바로 이 지점이다. 법과 제도를 바로 세우는 일은 그래서 정말 중요하다.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작동되면 안 된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정치가, 국회의원이 할 일이라 믿고 있다.”

재벌 개혁 이슈도 계속 제기할 건가.

“저는 스스로 상임위가 정무위와 교육위 두 개라고 생각한다. 이미 시작한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상임위 옮겼다고 안 할 이유가 없다. 이 화두를 계속 가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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