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재학당 교수님은 재단과 소송 중
  • 대전 =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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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 교수 6인, 재단 측과 임금 관련 재판 진행 중

 

사립대학들의 교수 임금 문제가 배재학당까지 옮겨 붙었다. 지난해 배재대에서 정년퇴임한 홍성경 전 교수가 동료 교수 5인과 함께 배재대학교 재단인 학교법인 배재학당에 소송을 제기했다. 요지는 재단 측에서 교수들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는 것이다.

 

배재대학교가 교수와 임금 삭감에 대한 건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PxHere


 

"2016년 별안간 학교 운영 적자를 이유로 일방적 임금 삭감했다" 주장

 

홍 전 교수는 퇴임 전까지 배재대 교수협의회 회장을 맡은 인물. 그는 재단 측이 정확한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교수들의 임금을 삭감했다고 주장한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2016년 초 학교 측에서는 교협측에 경영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김영호 총장이 재임에 성공한지 1년이 채 안된 시점이다. 이에 교협 대표와 직원노조 대표, 학교 측 대표가 함께 재정점검위원을 만들어 학교 재정상태를 점검한다. 

 

홍 전 교수는 “예년에 비해 어려워지긴 했지만 임금을 삭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점검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배재대학교에서 공개한 법인 일반업무회계 결산서를 보면 이 학교의 운영 수익은 2015년 약 32억8000만원, 2016년 약 37억9000만원, 2017년 약 43억원이다.

 

3자는 2016년 2월 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교수 측에서는 총장이 약속했던 재단 전입금 추가 확보 등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건의했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비대위 방안이 나오기도 전인 2016년 3월 10일, 교수 급여를 일방적으로 삭감해 지급했다. 이때부터가 재단과 교수협 측의 분쟁이 시작됐다고 홍 전 교수는 기억했다. 교수협은 같은 달 16일 곧바로 총회를 열고 결의문을 작성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임금 삭감에 대한 항의와 총장의 관용차 반납 등의 요구 내용이 포함됐다. 

 

결국 학교 측은 2016년 4월 16일 책임자 및 보직교수를 문책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한다. 그리고 3월이 아닌 4월 지급 임금부터 원래대로 환원 하기로 결정한다. 

 

 

학교 측, 200여 명의 교수 중 36명 찬성으로 비대안 가결

 

사건이 이렇게 봉합이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5월 18일 기획처장이 비상대책안을 설명하겠다며 교수들을 모았다. 홍 전 교수는 “발표 과정에도 논란이 많았다. 사전 설명과 인쇄물 하나 없이 파워포인트 자료만 가지고 발표를 강행했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교수들은 기획처장의 노트북에만 들어 있는 자료로 설명하는 행사에 불만이 폭발했다. 결국 설명회장에 참석했던 교수들 다수가 이탈하기 시작해 결국 70명만 남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비대안 찬반 투표가 진행됐다.

 

찬반투표 결과는 36명 찬성으로 가결. 학교 측은 이 숫자를 가반수가 넘었다고 판단해 비대안 대로 교수들 임금의 2.9%를 삭감했다. 홍 전 교수는 이 2.9%라는 숫자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비대안에는 기본급의 2.9%만 삭감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상여금과 연구보조금까지 손을 댔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교수협은 1년 가까이 학교와 씨름을 해왔다. 결국, 홍 전 교수는 학교 측에서 협상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비슷한 사례인 대덕대학교 소송 건을 담당했던 변호사를 고용해 올 9월 재판에 나섰다. 

 

 

시작은 6명이지만 더 많은 교수들 동참 가능성 높아

 

현재 재판에 참여한 교수는 홍 전 교수를 포함해 6명. 하지만 이 숫자는 언제든지 늘어날 수 있다. 대덕대 교수들이 1, 2차 재판에서 승소하자 다른 교수들이 대거 추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덕대도 처음에는 7명의 교수들만 힘든 싸움을 시작했다. 결국 1심과 2심을 모두 7명의 교수가 승소하자 학교 측도 항소를 포기했다. 여기에 힘을 얻어 현재는 총 34명의 교수가 학교 측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역 사립대 교수들의 임금 관련 소송은 대부분 대덕대의 사례에 힘을 얻어 시작했다.

 

홍 전 교수는 “지금도 교수들은 재단에 잘못 보이면 많은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눈치만 보고 있지만 우리가 승리할 경우 참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재판은 개인의 돈 문제가 아니라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라며 “재판에 승소할 경우 소급 금액을 모두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송과 관련해 배재대 측에 문의 했으나 “재판이 끝난 후 결과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는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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