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장서 팬티 축제 웬 말이냐”…광주 퀴어축제장 찬·반 격돌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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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민주화 성지’ 금남로 혼돈…첫 퀴어축제 둘러싸고 찬·반 집회 충돌

“성 소수자의 인권·성적 다양성을 존중하라.”(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

“민주화 성지서 퀴어축제라니, 광주정신 훼손하는 패륜적 행사다.”(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

 

광주 첫 퀴어축제를 둘러싸고 엇갈린 두 개의 목소리가 ‘강 대 강’(强對强)으로 맞섰다.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 금남로 한복판에서다. 지역 대형교회 중심의 보수적 개신교계가 퇴폐적 행사라며 축제를 반대하고, 시민단체들은 소수자의 인권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행위라고 응수했다. 워낙 강하게 붙은 결과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한 공존의 물꼬를 트기는커녕 청명한 날씨의 휴일 금남로는 혼돈에 휩싸였다. ​ 

 

광주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과 금남로 일대에서는 10월 21일 성 소수자들이 참여하는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광주, 무지개로 발광(光)하다’라는 슬로건으로 펼쳐지는 이날 문화축제엔 주최 측 추산 성소수자와 가족,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퀴어(queer)는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무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두루 일컫는 말이다. 광주에서 성소수자 축제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축제를 통해 ‘광주의 인권지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10월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퀴어문화축제가 열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퀴어 반대’ 3만명 집결…성평등 정책·행사 허가해 준 광주시장에 날선 비판 


비슷한 시각 반대단체들도 맞불을 놨다. 5·18 민주광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금남로 4가에서다.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와 전남기독교총연합회, 국가조찬기도회 등 개신교 단체는 호남지역 장자교회의 탯자리격인 구(舊) 중앙교회 앞에서 ‘국가인권정책 독소조항철폐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는 촛불 집회 이후 가장 많은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모였다. 
  
이들의 목소리는 먼저 정부를 향했다. ‘국가인권정책계획 독소조항 즉각 폐지하라’, ‘양성평등 예스, 성평등 노’, ‘5·18민주광장 팬티 축제 웬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성소수자·성평등 정책추진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했다. 또 500m 사이를 두고 열리고 있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강단에 선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는 “최근 우리나라도 골리앗이 나타났다. 칼과 창으로 무장한 골리앗이 아니라 NAP 독소조항인 동성애와 성평등 정책이다”며 “이대로 계속 나가면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며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을 문제 삼았다. 

고 목사는 “정부는 가정을 무너뜨리고 정신을 썩게 하는 잘못된 젠더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동성애를 하는 0.1%도 안 되는 극소수만 보이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20%의 국민은 보이지도 않느냐”고 성토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약속했으니 그대로 지켜달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결의문을 발표하고 NAP 독소조항 삭제,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동성애 반대활동 탄압하려는 시도 중단, 광주학생인권조례 폐기를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퀴어행사를 허용해준 광주시장에게도 강력 항의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에게는 동성애 행사에 광장을 사용토록 허가해준 잘못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광주전남 기독교계와 정부, 광주시 간 갈등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10월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퀴어문화축제가 열려 참가자들이 주변 도심을 행진하자 반대단체가 길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동성애 ‘문화화’ 우려…“성 정체성은 자유” VS “팬티 축제 웬말이냐”​

 

맞불집회 속에서도 이날 오후 1시에 시작된 퀴어 축제장 내부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활기찬 모습이었다. 서울과 울산 등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손깃발을 흔들거나 깃발을 몸에 두르며 축제를 즐겼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처음 열린 퀴어 문화축제에는 10·20대의 참여가 돋보였다. 이들은 부스마다 돌며 각종 굿즈를 둘러보고, 부스에서 마련한 코너에 참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행사장에는 외국인 참가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대중음악이 흘러나오자 춤을 추기도 했다. 성소수자 단체도 퀴어 상징 굿즈를 판매·제작하거나 후원 모금활동을 펼치며 연대의 뜻을 더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이날도 참석자들을 안아 주는 ‘프리 허그’를 진행했다. 애초 우려했던 축제 참가자의 과도한 노출과 성인용품 진열·판매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평화는 5분 만에 깨졌다. 축제의 주요 행사인 퍼레이드가 오후 3시께 시작되면서다. 이날 오후 3시 5분께 금남로 전일빌딩 인근에서 퀴어문화 반대 단체회원 수십여명이 퍼레이드를 진행하던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를 향해 욕설을 하고 진로를 막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10여분 간 발생한 충돌로 당초 5·18민주광장, 금남로4가, 전남여고 앞을 돌아 다시 광장으로 오는 약 1.5Km의 퍼레이드는 반도 못 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인근 예술의 거리로 향하는 골목길로 빠져야 했다. ​​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와 전남기독교총연합회, 광주성시화운동본부 등은 21일 광주 금남로 4가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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