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르포②] ‘넥스트 차이나’ 변화하는 기회의 땅(下)
  • 베트남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6 16:04
  • 호수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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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인건비 기반 생산시장에서 풍부한 내수 갖춘 소비시장으로

※앞선 ☞[베트남 르포①] ‘넥스트 차이나’ 변화하는 기회의 땅(上)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호찌민시 인근 동나이성에 위치한 효성의 연짝공단 ⓒ 시사저널 송응철


양질의 노동·소비시장과 지리적 이점에 주목

이처럼 많은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을 ‘제2의 중국’으로 판단하고 투자를 하는 이유는 뭘까. 현지 기업 관계자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먼저 양질의 노동시장과 발전 가능성 높은 소비시장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국 기업에 입사하는 베트남 대졸자의 초임은 40만~50만원 사이다. 생산직 임금은 더욱 낮다. 그러면서도 노동생산성은 인접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높다. 또 베트남의 인구는 9600여만 명으로 세계에서 13번째로 많다.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내수시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인구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30세 이하 연령이 인구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가 70%에 달한다. 아직까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500달러에 불과하지만 성장동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지리적 이점도 있다. 베트남은 중국 남쪽과 인도차이나 반도 동쪽에 위치해 있다. 동·동남·남아시아를 잇는 거점이다. 아시아와는 육로를 통해, 기타 국가들과는 해상을 통해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구 30억 명의 거대 시장인 아세안(6억), 중국(13억), 인도(12억)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위치다. 글로벌 거점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베트남이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경제개방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베트남이 향후 미국과 EU, 중국의 우회수출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혜택도 상당하다. 베트남 정부는 매년 GDP의 12~18% 규모의 신규 해외직접투자(FDI)를 유치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경제특구 진출 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이다. 현재 베트남에 경제특구는 북부 2곳, 중부연안 지역 10곳, 그리고 남부 메콩 델타 지역에 3곳이 있다. 경제특구에서는 법인세 10%의 우대세율을 15년간 적용받게 된다. 또 베트남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부자재는 5년간 수입관세가 면제된다.

한국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호감은 무엇보다 큰 자산이다. 베트남 내 한류의 인기는 높다.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게 ‘무궁생활’이라는 한글 간판을 단 체인 잡화점이다. 실제로는 한국과 전혀 관계없는 중국계 기업으로, 판매되는 제품도 모두 중국산이다. 베트남 내 한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한국 기업으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현지 기업 관계자는 “이전에도 한국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인식은 좋았지만 최근 ‘박항서 효과’로 호감도가 한층 상승했다”며 “이런 분위기가 당장 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호재임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부패한 공직사회 기업들에 부담

물론 베트남에서 사업하기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현지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기 어려운 이유 1순위로 ‘부패한 공무원’을 들었다. 베트남은 아직까지도 공무원들의 부패지수가 높다. 베트남 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부패와의 전쟁을 벌여왔지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골적으로 사업장을 찾아 뒷돈을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를 거절할 경우 다양한 명목으로 사업을 방해해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지 공무원을 관리하는 ‘대관(對官)’은 기업 주재원들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한 기업 주재원은 “한국 본사의 지침에 따라 현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사업이 진행되긴 하지만 다른 기업들에 비해 속도가 더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각종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대표적인 것이 물류 환경이다. 베트남에는 고속도로가 거의 없다. 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건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철도와 수로 운송비도 높다. 베트남은 현재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GDP의 2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 평균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런 환경은 신선도 유지가 생명인 식품 사업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물론 베트남 정부도 운송수단 개선에 양팔을 걷은 상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물류비를 대폭 낮추겠다는 발표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여전히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중국에서 임금 등 각종 비용 상승과 투자 유치 정책의 혜택 감소로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어서다. 외국계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은 당장 인력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한 기업 주재원은 “영어가 유창한 경력자들의 경우 기존 연봉의 2~3배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데려가는 통에 인력이 유출되고 고급인력의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영업 환경도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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