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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르포⑤] 베트남서 찾는 한국 경제의 해법

역발상의 한국형 베트남 산업 모델, 新남방정책 롤모델 돼야

박광기 뉴패러다임미래연구소장(前 삼성전자 부사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9(Mon) 08:00:00 | 1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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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한류, 행정 한류, 교육 한류, 아파트 한류 등 베트남에서 ‘한류’ 바람이 거세다. 이는 모두 한국형 홈쇼핑, 한국형 택배서비스, 한국형 신도시 등 ‘한국형 OO’이라는 상품과 서비스로 정의할 수 있다. K팝의 원류인 팝 자체는 한국이 창조한 것이 아니지만 우리가 수입해 한국만의 DNA를 입혀 재탄생시킨 상품이 K팝이다. 선진국에서 수입해 들여온 기술·제품·시스템·제도 등을 상용화해 테스트해 본 후, 모순점을 찾아 보완하고 숙성시켜 리메이크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한국형 OO이다. 이를 세계 시장에 역수출하는 흐름이 한류의 본질이다.

‘중진국 함정’을 탈출해 국민소득 4만~5만 달러의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 산업이 한 단계 위로 옮겨가야 하는데, 그 방향성의 핵심은 추격해 오는 후발국 및 앞서가는 선진국과 차별화하는 한국형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있다. 저성장 해법은 문화 한류 뒤에 숨어 있는 지구촌의 거대한 한류 수요를 깨우는 것이다.

베트남과 같은 나라가 30여 개 있고 이들 국가를 위해 적정 기술 연구·개발, 인재 육성, 한국형 서비스 등의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면 일자리, 중소기업, 주력산업 구조개혁, 양극화 등 각종 사회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모할까.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허브, 두바이는 중동의 허브, 미국은 세계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의 허브다. 타 국가와 연결성이 극대화된 국가가 허브다.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 에너지 산업, 금융, 기술, 인재 흐름에 대한 주도권 경쟁은 국제사회와의 연결성에 달려 있다. 즉 연결성 증대가 국가경쟁력이 되고 국가 미래 전략의 핵심 축으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한류는 한국을 지구촌과 연결하는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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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한국 中企의 젠트리피케이션 출구

한국에 베트남은 어떻게 이런 나라가 됐을까.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제조기업들이 교두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중국에서 이전해 온 기업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한국 제조 기지가 형성됐지만 베트남과 같은 산업 파트너 국가를 계획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이는 신흥국 모두가 원하는 산업 파트너십이다.

산업 파트너십은 신흥국에 이미 진출해 있는 경쟁국의 산업단지와는 다른 ‘한국형 산업단지’로 구현할 수 있다. 각국의 경제개발 단계에 맞는 업종과 기술로 기획된 ‘맞춤형 산업단지’다. 공장만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산업과 기술을 가진 우리 국민을 패키지로 묶어 기술을 전수하고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국가종합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는 ‘맞춤형 산업화 플랫폼’이다. 한국 제조업도 살리고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한 제조업 일자리를 우리 국민의 일자리로 전환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더욱이 중소기업이 각개전투로 해외로 나가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한국 기업이 ‘팀 코리아’로 동반 진출해 리스크를 줄이는 해외진출 포맷이 한국형 산업단지다.

한국은 지금 범국가적인 산업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중소기업 85%가 향후 2년 내 해외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탈한국 엑소더스’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이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탈출에 가깝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을 앞두고 저부가, 과밀경쟁 업종에 대한 대규모 탈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52시간이 중소 제조기업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노동집약 산업은 기술집약으로, 다시 기술집약 산업은 자본집약 산업으로 옮겨가는 진화 과정이다.

문제는 저부가 제조 부문의 출구가 있을 때 연구·개발, 상품기획, 디자인 중심의 고부가 영역으로 제조기업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과밀업종의 구조조정도 과잉설비를 활용할 시장 기회를 마련해 줄 때 가속도가 붙는다.

일자리 문제도 산업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다. 고비용 저부가화의 덫에 빠진 국내 중소 제조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고, 지금처럼 산업만 내보내면 국내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해외 이전을 막으려 하지 말고 노후화된 산업의 출구 찾기로 전환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해법은 신흥국과의 산업 파트너십을 통해 제조업을 버리지 않는 ‘탈제조 사업고도화’를 이루는 것이다. 일례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제조기업과 같이 저부가의 제조 부문은 이전하고 본사는 핵심부품 R&D, 설비 업그레이드 등 기술서비스업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중국의 추격에 경쟁력을 잃고 있는 우리 주력 산업을 보강하면서도 산업을 고부가로 재탄생시키는 레버리지다.

중소기업의 탈한국 엑소더스는 현재 베트남 쏠림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베트남 외에는 마땅히 나갈 만한 여건이 갖추어진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로컬업체와 경쟁력 격차가 없어 현지 진출은 꿈도 꿀 수 없다. 특정 국가에 투자가 몰리면 그만큼 국가 차원의 리스크 대응도 어려워진다. 아세안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중남미·서남아시아·아프리카 등 지구촌 곳곳에 제2, 제3의 베트남을 시급히 조성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유통·홈쇼핑·패션 등 중국에서 철수하는 한국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도 중국에서 존재감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낮은 인건비를 찾아다니는 수출 전진기지 확보 차원의 해외진출은 현지에 뿌리내릴 수 없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탈중국 엑소더스는 가르쳐준다.


일자리 해법은 제2, 제3의 베트남 조성에

최근에는 베트남 정부도 무역적자를 빌미로 한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규제를 높이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해 외국기업이 기술전수에 적극 나서고 로컬기업으로부터 부품 구매를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로컬기업의 기술 수준이 떨어지고 품질 수준이 낮아 쉽지 않다. 게다가 한국 대기업이 로컬기업에 발주를 늘리면 현지에 진출한 한국 중소 협력업체들의 물량에 타격을 주게 된다. 이를 ‘윈윈(win-win) 관계’로 전환시키려면 어떤 해외진출 모델이 필요할까.

첫째, 현지 기업과 경쟁하는 직접투자보다 유망한 현지 기업을 발굴해 지분을 인수하고 합작 형태로 투자하면 제조기술을 전수하면서 우리 기업은 R&D, 기술서비스, 상품기획, 디자인 기획 중심으로 역할을 업그레이드해 같이 성장할 수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버틸 수 있는 힘도 해외시장에 투자해 놓은 소득수지 덕이 크다. 둘째, 초기는 수출거점으로 출발했다 하더라도 내수기업으로 변신해야 현지인을 개발하고 현지 기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다. 셋째, 단품 판매를 넘어 한국만의 경험 노하우 콘텐츠가 들어 있는 한국형 솔루션 서비스를 개발해 차별화해야 지속 가능하다. 이 세 가지 원칙을 구현한 해외진출 방식이 산업 파트너십이다. 신남방정책 기조인 3P(Peace, Prosperity, People)도 상대국과의 공동체 의식하에 윈윈 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맞춤형 산업단지를 토대로 한 산업 파트너십 모델이다. G2 패권구도 속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시장·투자시장의 다변화를 위한 대체시장 개척에 가장 효율적인 실천 방안이 될 수 있다.

 

 

 

 

※‘베트남 르포’ 연관기사


[베트남 르포①] ‘넥스트 차이나’ 변화하는 기회의 땅(上)

[베트남 르포②] ‘넥스트 차이나’ 변화하는 기회의 땅(下)

[베트남 르포③] 자영업자에도 불어닥친 베트남 창업 열풍

[베트남 르포④] “탄탄한 내수, ‘넥스트 차이나’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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