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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소고기가 전부라는 것은 오해”

[인터뷰]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韓 기업 사업화 능력, 호주 R&D와 시너지”

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ㅣ mw@sisajournal-e.com | 승인 2018.11.08(Thu) 13:45:00 | 1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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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의 삶을 바꿔놓은 와이파이(wi-fi) 기술을 만든 국가가 호주라는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 의외라는 반응이다. 호주는 그저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닌 농업 강국이지, 첨단기술과는 거리가 먼 국가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마치 외모가 빼어나고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지적 매력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란 고정관념과 유사하다.

한국계인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는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한국과 호주 간 교류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한국으로 넘어왔다. 지난 10월30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그는 “농업이나 관광이 호주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오해를 풀고 싶다.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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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 기업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등 한국 대기업들의 시장 포착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의 신흥기업들도 인상적이다. 새로운 분야, 특히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를 보는 호주의 시각은.

“한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호주도 교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나라여서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한국 같은 국가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무역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의 적은 인구는 한국 기업들에 현지 진출을 꺼리게 하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이 호주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현재 인구가 2500만 명가량이지만, 출산율과 이민 추세 등을 고려하면 2060년까지 4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호주는 또 27년 연속 경제성장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유지했다. 크레딧스위스의 최근 리포트를 보면 중산층 기준 가장 부유한 국가란 분석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호주를 가장 성공적인 부유국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자원 및 환경, 정국 안정성, 인구 증가세 등을 보면 호주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호주는 대체에너지 개발 등에 힘을 쏟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한국 기업들이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호주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2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호주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려감에 따라 한화큐셀 같은 기업들이 호주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기회를 볼 수 있는 측면은 수소다. 호주 국립과학원(CSIRO)은 최근 ‘국가수소로드맵’이란 자료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 내용을 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 특히 수소 관련 정책과 잘 맞아떨어진다. 호주는 2020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생산국이 된다. 한국에서 화력발전을 줄여나가면 그 대신 천연가스가 대체연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 호주를 자원과 농업의 나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석탄·철광석·천연가스 등과 같은 자원이 여전히 한국의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호주 경제가 광물과 농산물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원은 호주 GDP(국내총생산)의 7%밖에 차지하지 않는데 말이다. 호주 경제의 75%는 금융·관광·교육 등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고, 이것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다.

호주가 전 세계 경제 순위 13위 국가지만 연기금 규모는 6위다. 연기금 제도가 탄탄히 마련돼 있고 전 세계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 자산운용사들이 호주 금융부문의 경쟁력을 깨닫고 호주 파트너사들과 손잡고 호주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맥쿼리 같은 금융기업은 한국에 진출해 많은 투자를 한 상태다. 호주 금융사들이 한국 파트너사를 위해 한국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있다. 또 한국은 호주가 연구·개발(R&D) 강국인 것을 잘 모른다. 호주는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호주는 R&D에 강점이 있고 한국은 상품화가 강하기 때문에 힘을 합하면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호주는 스타트업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한국에 많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호 경제협력위원회’를 통해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호주는 4차 산업혁명 강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어떤 부문을 참고할 수 있을까.

“자율주행차 부문은 한국이 호주보다 앞서 있지만, 스마트시티나 스마트그리드 부문은 호주가 자신 있다. 호주에 파워그리드라는 회사가 있는데 블록체인을 활용해 도시 전체의 전력을 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이 호주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분야를 추가로 소개해 달라.

“호주에서 다음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아마 유전학 분야일 것이다. 시드니에 있는 한 회사가 DNA 기반 맞춤형 치료요법을 개발했다. 호주의 유서 깊은 의학연구 역사가 낳은 결과다. 최근 5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모두 의학 부문에서 배출됐다.”

호주는 기존 강점을 보이는 산업에서 벗어나 과감히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것 같아 부럽다. 그런 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호주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80년대 중·후반기에 대규모 개혁을 진행했다. 그 당시 대규모 규제개혁을 통해 유연성을 갖게 됐다고 보면 된다. 환율, 노동시장, 보조금 제도 등을 유연하게 개혁했다. 호주는 선진국 중 관세가 가장 낮다. 또 어떤 개별 산업에도 정부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단기적으론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런 작업들을 통해 인적자원 등 재원이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옮겨갔고, 자연스레 경쟁력과 생산성이 낮은 산업은 고사(枯死)했다. 환율 유연성도 상당히 중요하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보장해 시장상황에 맞게 환율이 움직여 호주 경제의 경쟁력 유지가 가능했다. 호주의 성공비결을 꼽으라면 경제개혁으로 확보한 유연성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자유무역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만, 내수시장에서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관세를 없앤 것은 결국 호주 국민들이 이익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대북제재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북제재 해제 여부를 결정할 핵심변수는 역시 북한의 비핵화다. 현재 우선 과제는 김정은이나 트럼프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계산보다 어떻게 북한을 국제적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지 고민하는 것이고 결국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취임 초 최초의 한국계 호주대사로 큰 관심을 받았는데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지 않을까.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대사로 기억되고 싶은가.

“한국에 호주의 현대적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 많은 한국인들이 호주에 대해 소고기·자원·관광 등 단편적인 이미지만 갖고 있다. 한국이 잘 모르는 호주의 강점들을 소개하고 싶다. 앞서 말한 대로 경제나 R&D 부문에서의 강점도 있지만 라이프스타일 강국이라는 것도 소개하고 싶다. 호주가 워라벨이 좋은 문화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다문화를 어떻게 환영하고 있는지 등 문화적 측면들을 알리고 싶다. 또 한국이 양성평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해당 부문에 대해 호주가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지 소개하고 싶다. 지금 말한 이 모든 것들이 호주의 현대적 면모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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