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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사태’ 후폭풍, 대안 찾기 나선 벤투

벤투 감독 신임 두터웠던 장현수 국가대표 자격 박탈…11월 A매치 ‘안정’보다 ‘실험’ 쪽에 포커스 맞춰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3(Tue) 17:00:00 | 1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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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특정 선수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기로 유명한 지도자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에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선수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는 미디어의 질문을 거부했다. 세계적인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팀의 일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 그가 한국 사령탑에 오른 뒤 자신의 원칙을 깼다. 지난 10월 우루과이와의 친선전에서 2대1로 승리한 뒤였다. 벤투 감독이 언급한 선수는 수비수 장현수(FC도쿄)였다.

그는 “장현수는 팀을 위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구상하는 미래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선수”라고 말했다. 극찬에 가까운 호평이었다. 러시아월드컵에서의 결정적인 실책과 벤투 감독 부임 후 두 번째 A매치였던 칠레전에서도 위험천만한 실수를 저지르며 팬들의 비난에 날이 서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전에서 에디손 카바니(PSG)를 앞세운 막강한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은 장현수를 팀 수비의 중심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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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후 처음 원정 A매치를 치르는 11월 소집 명단에 장현수는 없다. 앞으로도 장현수는 대표팀에 선발될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 자격 영구 박탈의 중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주장으로서 남자축구 금메달을 이끈 장현수는 병역특례를 받았다. 하지만 병역특례를 위해 체육요원으로 편입 신고한 후 34개월 동안 이수해야 하는 544시간의 체육봉사활동이 문제가 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봉사활동을 모교에서 허위로 수행하고 시간을 부풀려 보고서를 제출한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있다고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선수가 장현수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10월26일 장현수 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했지만 국민적 반감이 거셌다. 장현수에 대한 축구계 차원의 징계는 불가피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1월2일 상벌위원회 격인 공정위원회를 소집해 국가대표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장현수에게 국가대표 자격 영구 박탈과 벌금 3000만원의 중징계를 부과했다. 이전까지 국가대표 자격 정지가 최대 3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대치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일벌백계(一罰百戒)의 의미가 컸다. 공정위원회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력한 징계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상 초유의 중징계 배경은?

대한축구협회가 단호한 징계를 내리며 장현수 사태는 일단락됐다. 축구협회는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를 받은 20명의 새로운 선수가 있는 만큼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관리와 지원을 시스템화하겠다는 보완책도 발표했다. ‘카잔의 기적’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되살아나던 대표팀과 축구협회를 향한 믿음도 지켰다.

하지만 이번 징계를 수긍하는 전반적 분위기와 다른 입장인 이도 있다. 바로 벤투 감독이다. 장현수의 기량과 가치를 높이 평가했지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선발하지 못하게 됐다. 장현수 징계와 관련한 벤투 감독의 입장은 11월5일 대표팀 소집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선수의 기량만 보면 아깝지만 징계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하는 동안 장현수가 보여준 모습에 고맙다. 앞으로의 축구 인생에선 좋은 일이 있길 빈다”며 작별인사를 보냈다.

처음엔 벤투 감독도 장현수의 중징계에 납득 못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정법인 병역법상 장현수가 받는 벌은 경고 1회와 복무기간 5일 연장인데, 축구계는 국가대표 퇴출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최근 호날두와 메시 등 슈퍼스타들이 탈세 문제로 징계를 받았지만, 축구계는 법률적 범위를 넘는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은 “병역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인 감독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벤투 감독의 반응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사회가 병역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설명했고, “축구를 넘어 사회적 기강과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제야 벤투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고, 코치진 회의에서 장현수를 대표팀 구상에서 빼겠다고 얘기했다. 김 위원장은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뒤 어떤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 단호하고 냉철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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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까지 2개월, 수비 진영 재건해야

장현수는 손흥민·기성용과 함께 벤투 감독의 전술상 축이었다. 벤투 감독은 10월 A매치에서 “공격을 완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수비는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그 중심에 장현수가 있었다.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는 멀티 능력도 높이 샀다. 장기적으로는 기성용의 대표팀 은퇴에 대비한 옵션으로도 내다봤다.

수비의 중심을 지운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전까지 대안을 찾아야 한다. 김영권(광저우 헝다)에 대한 믿음이 크지만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장현수-김영권 조합으로 상당 부분 진척됐던 수비 전술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소집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벤투 감독은 “우리의 철학과 방향은 유지하겠지만 새로운 선수에게 장현수의 역할을 그대로 소화하라고 할 수는 없다. 새로운 선수의 능력과 특징에 맞게 세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월 소집 명단에 벤투 감독은 5명의 중앙 수비수를 불렀다. 김영권 외에 지난 10월에도 선발된 김민재(전북 현대),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 박지수(경남FC), 그리고 권경원(톈진 취안젠)이 벤투 감독 취임 후 처음 발탁됐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안은 김민재다. 부상으로 러시아월드컵에 가진 못했지만 3월까지만 해도 김영권을 밀어내며 장현수와 함께 신태용호에서 주전으로 각광받았다. 1996년생의 젊은 선수임에도 압도적인 힘과 제공권, 경기를 읽는 눈과 패스 능력이 좋다. 최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한 정승현도 기회를 새로 얻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11월 A매치의 목적과 성격도 바뀐다. 호주 브리즈번으로 날아가 호주·우즈베키스탄과 친선전을 치른다. 당초 9월과 10월에 진행한 실험과 조합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수비 조합부터 다시 짜야 한다. 벤투 감독은 ‘안정’보다 ‘실험’ 쪽에 포커스를 맞추며 당초 소집 제외가 예정된 손흥민(토트넘) 외에도 기성용(뉴캐슬), 이재성(홀슈타인 킬) 등을 과감히 뺐다. 아시안컵에 중용해야 하는 선수들을 굳이 부르지 않고, 소속팀에 남아 컨디션을 조절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대신 이청용(보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기존에 선발되지 않았던 베테랑과 나상호(광주FC), 김정민(리퍼링), 이유현(전남 드래곤즈) 등 젊은 선수들까지 대거 불러들여 다양한 조합을 테스트하고, 팀 내 경쟁을 유도하는 쪽을 택했다. 장현수가 사라진 후폭풍을 대표팀이 새로운 추진력을 얻는 순풍으로 돌리려는 벤투 감독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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