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우승, ‘국내파’ 2연패냐, ‘해외파’ 탈환이냐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9 14:04
  • 호수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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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와 LPGA 선수들 간 그린전쟁

‘국내파의 수성이냐, 해외파의 반격이냐’

오는 11월23일부터 3일간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경북 경주시 블루원 디아너스 컨트리클럽(파72·7367야드)으로 나들이를 가볼 만하다. 특별한 골프 이벤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한국 및 한국계 월드스타들이 총출동해 펼치는 샷 잔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4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지난 3회 대회와 달리 교포선수들이 한국을 처음 찾는다. 또한 미국에서 활약하던 선수가 국내파로, 국내에서 활동하던 선수가 해외파로 돌아서서 이색 샷 대결을 벌인다.

무대는 호스트 박인비(30·KB금융그룹)가 초청해 3일간 팀 대항전을 갖는 오렌지라이프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챔피언스 트로피(총상금 10억원). 2015년 창설한 이 대회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13명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 13명이 출전해 골프 축제를 갖는다. 스트로크 플레이로 성적을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매치플레이로 승자를 가린다.

첫날 1라운드는 2명의 선수가 한 조를 이뤄 각자의 볼로 경기를 해 좋은 점수를 취하는 포볼, 둘째 날 2라운드는 2명의 선수가 한 조를 이뤄 볼 1개로 경기하는 포섬, 최종일 3라운드는 26명이 홀 매치로 ‘맞짱’을 뜬다. 이기면 1점, 무승부는 0.5점, 지면 점수가 없다. 2015·2016년에 팀 LPGA에 패했던 팀 KLPGA가 지난해 ‘복수혈전’에 성공했다.

사실 개개인의 면만 보면 세계랭커들로 꾸며진 팀 LPGA가 더 화려하다. 세계여자골프랭킹 10위 이내에 4명이 들어 있고, 20위 이내에는 7명이나 속해 있다. 이와 달리 KLPGA 선수는 1명밖에 안 된다. 순위가 가장 높은 선수는 이정은6(22·대방건설)으로 19위에 올라 있다. 최혜진(20·롯데)이 21위, 오지현(22·KB금융그룹)이 37위다.  

 

박성현 ⓒ LPGA


‘2015년 MVP’ 박성현 이번엔 해외파로 출전

대회 호스트이자 홍보대사인 박인비를 비롯해 10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지키다가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게 자리를 내준 박성현(25·KEB하나은행), 4개국 내셔널 타이틀을 석권한 유소연(28·메디힐), 15개월 만에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24·KB금융그룹)가 선봉장으로 나서고, ‘미키마우스’ 지은희(30·한화큐셀), 신지은(26·한화큐셀), 최운정(28·볼빅), 이정은5(30·교촌F&B), 이미향(25·볼빅)이 힘을 보탠다. 여기에 교포들이 가세해 우승을 노린다. 올 시즌 LPGA 상금랭킹 4위 이민지(호주), 역대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리디아 고(뉴질랜드), 뷰익 상하이 대회 우승자 다니엘 강(미국),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박인비와 뜨거운 연장승부를 겨뤘던 제니퍼 송(미국) 등이다.

2015년 출전 당시 2승1무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MVP를 차지했던 박성현이 3년 만에 출전하는데 이번에는 해외파로 출전하는 첫 선수다. 작년에는 장하나가 2015년 팀 LPGA로 출전한 후 2017년 팀 KLPGA로 출전한 최초의 선수였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미국 진출의 꿈을 이룬 박성현과 미국 무대를 노크한 ‘대세’ 이정은6의 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즌 3승을 올리고 있는 박성현은 최근 주춤하며 세계랭킹 2위로 밀려나면서 샷을 점검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정은6은 11월11일 막을 내린 KLPGA 투어와 8일간의 장기 레이스로 쌓인 피로를 풀며 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정은6은 “Q스쿨을 치르면서 샷이 더 좋아졌다”면서 “대회 2연패를 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박성현은 “모처럼 국내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우승 타이틀을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무패 행진을 벌여 2015년에 이어 다시 MVP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 ⓒ LPGA



‘리디아 고’ 등 LPGA 한국계 4인방 첫 출전

우승 트로피 수성에 나서는 국내파 선수들의 전력도 막강하다. 11월5일 LPGA Q스쿨에서 수석 합격한 이정은6, 최혜진, 오지현, 이소영(21·롯데), 김아림(23·SBI저축은행), 장하나(26·비씨카드), 조정민(24·문영그룹), 이다연(21·메디힐), 이승현(27·NH투자증권), 김지현2(26·롯데) 등 올 시즌 상금순위 11위 중 10명이 출전한다. 여기에 김지영2(22·SK네트웍스), 김지현(27·한화큐셀), 김자영2(27·SK네트웍스) 등 작년 승리의 주역들이 2연패에 힘을 보탠다. 특히 팀 KLPGA의 이소영·김아림과 팀 LPGA의 한국계 선수 4인방 이민지·리디아 고·다니엘 강·제니퍼 송이 대회 첫 출전해 어떤 모습을 보일는지도 궁금하다.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대표이사 정문국), 문화방송(대표이사 최승호), 브라보앤뉴(대표이사 김우택)가 공동주최하는 이번 대회의 올해 출전 선수는 지난 10월 각 투어의 상금랭킹을 기준으로 10명을 선발했고, 팀별로 공동주최사가 추천한 선수 3명이 포함됐다. 팀 LPGA는 상금랭킹 기준으로 한국 선수 8명, 한국계 선수 2명을 우선 선발하고, 한국 선수와 한국계 선수 중 추천 선수 3명으로 구성했다. LPGA투어를 일찌감치 접고 국내에 들어와 KB금융스타 챔피언십 등에 출전해 우승을 기대했던 박인비는 이정은6에게 우승을 내주며 결국 2위에 그쳐 국내 우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대회가 열리는 블루원 경주는 18홀 코스로 자연과 코스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친환경 골프장이다. 자연 그대로의 암반과 푸른 하늘의 어울림,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꽃길을 이루며 국내 최고의 풍광을 이루고 있다. 페어웨이 잔디는 장성 중지여서 켄터키블루 등 양잔디에서 늘 경기를 하는 LPGA 선수보다 국내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국내에서 모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박인비는 “호스트로서 책임감이 크다. 대회를 준비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래도 이 역시 한 단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많은 동료선수들이 해마다 기쁜 마음으로 참여해 줘서 기쁠 따름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해 한국 골프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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