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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이겼지만, 이기지 못한 트럼프

[재미 변호사가 보는 재밌는 미국] 美 중간선거 향후 관전 포인트

이철재 미국변호사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3(Tue)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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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의 30석 정도를 빼앗아왔다. 이로써 2010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하원의 다수당이 됐다.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인 51석을 차지하며 다수당 지위를 지켰다. 최대 격전지로 꼽힌 플로리다주 상원선거에 대해선 재검표가 결정됐지만, 결과가 뒤집히긴 힘들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 개표 땐 릭 스콧 공화당 후보가 우세한 걸로 나타났다. 

선거를 한 번 치르면 분석이 분석을 낳고, 공방이 공방을 낳게 마련이다. 이 시점에서 두 가지 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는 앞으로 짧은 시간 내에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이번 선거가 2020년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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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이후 특검과 정국의 향방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후 일성으로 법무장관 제프 세션스를 해임했다. 선거 다음 날 기자회견에선 자신에게 기분 나쁜 질문을 한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시켰다. 또 이번에 떨어진 공화당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이들은  나에게 충성하지 않아 낙선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런 행동은 사람이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진리를 재확인시켜줬다. 나아가 특검 수사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세션스는 2016년 대선 때 공화당 의원 중 가장 먼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던 앨라배마주 상원의원이었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세션스는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중책을 맡으며 두 사람은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행정부가 출범하자 세션스는 법무장관으로 지명됐다. 오히려 이때부터 트럼프와 세션스의 사이는 틀어졌다. 상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세션스가 인수위원회 위원 당시 러시아 인사와의 접촉설을 부인했는데, 나중에 거짓으로 들통 난 것이다. 

이 경우 세션스에겐 법적, 윤리적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는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특검 수사 지휘를 그만둬야 한다. 자의든 실수든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세션스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의 외모와 남부 억양을 들먹이며 모욕까지 일삼았다. 

결국 트럼프는 선거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세션스를 해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이상, 세션스 대신 특검 수사를 방해할 다른 법무장관이 필요한 것이다. 트럼프에게 있어 법무장관은 국가의 법률문제를 공정하게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하는 자리일 뿐인 듯하다. 

새로 법무장관 업무 대행을 맡은 매튜 휘터커는 세션스의 비서실장이었다. 특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트럼프와 부딪치던 세션스와는 노선이 다른 인물이다. 휘터커는 특검 수사가 근거 없는 마녀사냥이란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다녔다.


돌이킬 수 없는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이제 휘터커와 트럼프가 합심해 특검을 해임할 수도 있다. 반대로 휘터커가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여태껏 진행돼온 수사를 모두 백지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선 아무도 예스라고 답할 수 없다. 이미 수사가 상당히 진행됐다. 핵심 인물들이 기소됐거나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수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을 뜻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하원이 민주당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만약 특검이 해임된다면, 정보위원회(Intelligence Committee)의 전권을 쥔 민주당이 청문회를 소집하고 해임당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불러 수사 내용을 물어볼 수도 있다. 이제 특검을 방해하려는 트럼프와 보호하려는 민주당의 기싸움이 시작됐다. 하지만 결과야 어떻든 특검 수사기록을 모두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다음으로 이번 중간선거가 2년 뒤 대선에 미칠 영향, 그리고 그간의 정국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의 막말과 그의 차별적 정책에 열광하는 세력이 꽤나 공고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들 세력의 대부분은 미국 남부에서 힘을 키웠다. 때문에 남부 주들은 아직 민주당에 있어 난공불락이다. 단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심상치 않은 票心

우선 남부의 텍사스와 애리조나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들이 선전했다. 애리조나는 11월12일(한국시간) 기준 민주당 후보 키어스텐 시네마가 간발의 차로 앞서 있다. 또 공화당이 지난 30년간 상원 자리를 독식한 텍사스에선 베토 오루어크라는 민주당 신예가 화제를 일으켰다. 그는 공화당의 중진 테드 크루즈에 간발의 차로 패했음에도 일약 스타가 됐다. 

오루어크의 매력은 솔직함이었다. 정치인 특유의 에둘러 말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지 정당을 떠나 미국인으로서 투표하자는 그의 독려도 주요했다. 또 정치 단체의 돈을 일절 받지 않으면서 모금의 새 역사를 썼다. 그는 패배 인정 연설에서 조차 희망과 화합을 강조하며 단번에 2020년 대선의 강력 주자로 떠올랐다.

또한 러스트벨트인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민주당이 약진한 점도 눈에 띈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선 공화당이 주지사·상원·하원선거 모두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완패했다.

그리고 공화당을 지지하던 대도시 교외 주택가의 고학력자들이 전향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버지니아주의 7선거구와 10선거구는 고학력자들이 모여 사는 공화당 표밭이다. 이곳의 투표 결과를 보면 중간선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 선거 전부터 공공연하게 나왔다.

선거 당일 보수성향 매체 폭스뉴스는 버지니아주 선거가 끝나자 1분도 안 돼 민주당 상원의원 팀 케인의 당선을 발표했다. 그의 재선을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1분 만에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은 출구조사에서 표 차이가 현격해 방송사 입장에서 자신 있었다는 걸 방증한다. 상원선거가 이처럼 민주당의 승리로 결판났다는 것은 그 주의 다른 모든 선거도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증거다. 예상대로 7선거구와 10선거구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다. 

공화당의 절대 지지를 업고 있는 몬태나주의 상원선거에선 민주당의 조 테스터가 3선에 성공했다. 그는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처럼 행동했던 매트 로젠데일을 물리쳤다. 트럼프도 로젠데일의 승리를 위해 몬태나를 네 번이나 들렀지만 허사였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에 대한 피로감이 가장 잘 드러난 대목이다.


트럼프의 예스맨들이 ‘뜨끔’할 만한 선거결과

그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던 의회는 본연의 견제와 균형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상원과 하원 모두 트럼프의 예스맨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새로 집권한 민주당은 의회의 견제 기능을 되살릴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상원은 아직도 공화당 손에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차지하던 26석 가운데 트럼프가 1~2석 정도만 빼앗아왔다는 건, 공화당으로선 졸전을 치렀다는 뜻이다. 게다가 26석에 해당하는 선거구 중 상당수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더블스코어 차로 힐러리 클린턴을 물리친 곳들이다. 

이제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앞으로 2년간 계속 트럼프의 예스맨 노릇을 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과 협상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2020년 선거 때도 당내 경선을 피하고자 트럼프의 충복 역할을 자처한다면, 이번처럼 고배를 마시는 후보가 속출할 것이다. 2020년 총선과 특검 수사가 얽히고설킨 미국 정국의 향후 2년이 어떻게 펼쳐질지 지켜볼 일이다. 

끝으로 이번 선거에서 한인 두 명이 하원에 진출했다. 캘리포니아에 출마한 영 킴은 공화당원이다. 뉴저지에 출마한 앤디 킴은 오바마 정부 때 중책을 지낸 민주당원이다. 둘 모두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정당이 다르다.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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