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육감 “대입제도 개선 핵심은 고교 교육 정상화”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4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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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대입제도 개선 나선 박종훈 경남교육감

“학생인권조례 제정, 사립유치원 공공성 확보, 대입제도 개선…”

 

교육계 현안을 거론할 때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58)의 표정은 단호했다. 박 교육감은 “쉽지 않은 과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라고 잘라 말했다. 

 

11월13일 경남교육청 1층 브리핑룸에선 학생인권조례 제정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 시각 2층 교육감실에서 만난 그는 “설득할 일은 설득하겠지만, 정면 돌파 하겠다”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 교육감은 지난 9월부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대입제도개선 연구단’ 단장도 맡고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나. 사립유치원 비리와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등 굵직한 현안이 불거졌다. 때문에 박 교육감은 두 달 넘게 야근하는 일이 잦다. 직원들과 저녁을 함께 하는 날도 다반사였다. 빡빡한 일정 탓에 잠시의 여유도 없었지만, 이날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 

 

11월1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박종훈 경남교육감 ⓒ 이상욱 기자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왜 제정하는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 교육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이 꿈틀대는 학교를 만들 수 있다. 학생은 훈육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의 주체다. 때문에 학생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 상호 존중하는 학교 문화가 형성된다. 내 권리가 주어지는 만큼 타인의 권리를 인정하는 책임감을 키운다. 그래야만 학교 폭력도 줄어든다. 

 

불행히도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아이들의 학교생활 행복지수가 낮은 편이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선 학생인권조례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대 측 인사들의 주장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 보완만 하면 된다. 그런 지엽적인 주장 때문에 학생인권조례를 포기할 수 없다. 설득할 일은 설득하겠지만, 정면 돌파 하겠다.”

 

사립유치원 공공성 확보에 대한 견해는.

 

“지금은 진지하게 유아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사립유치원 공공성 확보는 유치원 교육의 공교육화와 유아교육의 의무 교육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비리를 저지른 문제 유치원을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경남교육청은 유아교육 관련 조례를 제정할 용의가 있다. 사실 지금까진 시행령에서 위임한 것을 조례로 만드는데 급급했다. 또 현안으로 대두되자 입법 미비도 파악하게 됐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은 향후 법률 테두리 내에서 유치원의 모집 시기와 규모 등을 정하는 조례 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 

 

숙명여고 사태 후 ‘내신부정’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두고 고교 내신 전체를 부정해선 안된다. 이 사건은 한 개인의 일탈행위다. 절대로 교육계가 여태까지 공들여 쌓아온 고교 내신의 공정성까지 흔들어선 곤란하다. 물론 1%가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1%는 그대로 단호하게 정리하면 된다. 99%를 100%로 만드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고교 내신 등 고교 교육과정의 공정성을 전체적으로 흔드는 여론을 수용할 수 없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 중 수능정시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 가치는 소중하다. 고교 교육과정이 정상화되도록 대입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중학교와 초등학교도 연동해서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의 상징은 단연 2022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고교 학점제다. 고교 학점제는 고교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고, 교육부도 그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5 교육과정 개편도 그 일환이다. 

 

고교 학점제 시행의 전제는 내신과 수능의 절대 평가다. 모든 교육 관계자들도 향후 고교 내신은 절대평가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대입제도는 그 예상을 벗어났다. 상당히 당황스런 상황이다. 고교 학점제의 전제인 내신을 절대평가하지 않으면 고교 학점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교육부가 고교 학점제의 추진 의지를 갖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의 여론수렴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 연구단’은 두 가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하나는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발표된 대입제도가 교육 관점인지 또는 여론에 휩쓸렸는지에 대한 평가다. 지금으로선 여론에 이끌렸다고 본다. 하지만 연구단은 여론의 향배보단 교육적 관점에서 미래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11월1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박종훈 경남교육감 ⓒ 이상욱 기자

 

학생부종합전형이 수능 위주 전형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대학 입시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중요한 가치는 학생선발권을 고교와 대학이 나누는데 있다. 대학에 입시를 100% 맡기면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 보다는 대학에서 평가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수능 위주 전형이 강화되면 고교는 문제풀이 중심으로 학습한다. 자연히 고교 교육과정이 왜곡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가 학생을 평가하고, 대학은 그 평가를 토대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취지가 정착되면 자연스레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는 안착된다. 그러나 수능 위주 전형으로 전개되면 고교 구성원들의 의지보다는 수능 문제풀이 중심으로 고교가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중요한 가치가 담겨 있다. 고교가 학생을 평가하고, 대학은 고교가 평가한 자료를 토대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대학은 고교의 자체 평가 방법을 신뢰할 수 있냐는 문제가 있다.

 

“그 문제는 영원한 의문점으로 남을 수 있다. 고교에 학생에 대한 평가를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 장기적으론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히려 수능 때문에 고교 교육과정이 왜곡되고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 고교 교사들은 고교가 대학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고교 교육과정은 정상화된다고 믿고 있다” 

 

연구단의 활동 로드맵은.

 

“현재 연구위원들이 정기 모임과 워크숍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3월경에 1차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물론 그 이전에 2회 가량의 전문가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7~8월경에 2차 보고서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구단이 낸 보고서를 교육부가 수용할 것으로 보는가.

 

“대학입시는 기본적으로 대학 자율이다. 단지 교육부가 정책으로 관리할 뿐이다. 연구단이 낸 보고서를 대학이 수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반면 연구단이 낸 대입제도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면 대학은 저절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연구단은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을 크게 흔들어선 안된다. 학부모들이 불안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연구단은 대입제도 방향을 제시하겠지만, 반드시 2022년도 대입에 올인하는 것은 아니다. 나 개인적으론 새롭게 발표될 2023~25년도 대입 제도에 교육감의 철학과 지향점이 녹아드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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