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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사업, 일본에서 해답 찾는다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국가 주도 하드웨어적 접근 한계 日 ‘롯폰기’와 ‘베이브리지’ 개발 사례 주목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 박사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5(Thu) 13:00:00 | 1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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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 인프라 공급에 앞장서겠습니다.” 최근 정부가 2018년도 전국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을 선정하면서 밝힌 미션이다. 선정된 지역은 서울의 낙후지역인 난곡동에서부터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경북 의성군에 이르기까지 총 99곳이다. 국비 1조288억원을 포함해 지방비, 민간투자 등 13조7724억원이 이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미션에서 밝혔듯이 대상 지역의 쇠퇴한 산업기반을 회복시켜 지역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소규모 사업들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목적이다. 대상 지역을 도시에서 지방 기초자치단체까지 두루 선정한 이유는 ‘도시재생’뿐 아니라 ‘지방 소멸’까지 아우르는 지원정책이라는 의미다. 전국 시·군·구 10곳 가운데 4곳이 ‘저출산 고령화’ 지역으로 분류돼 조만간 지역 공동체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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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 10곳 중 4곳 조만간 붕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토교통정책연구소의 추계에 따르면, 2040년에는 전국 896개 시·구·정(町·동 또는 면)·촌이 ‘소멸 가능도시’에 해당한다. 일본의 인구는 2008년 1억2808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우리나라는 2022년쯤 반환점을 돌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혁신 창업가나 활동가들이 도시재생에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에 진행된 도시재생 사업 대부분이 건설·인프라 구축 등 대자본이 필요한 사업에 집중하다 보니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아이디어로 접근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먼저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미러링(Mirroring)해 보면 방향이 보인다. 필자는 과거 창업 트렌드를 연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일본을 다녀왔다. 안내를 자청한 NHK 기자는 “일본을 알기 위해 꼭 가봐야 할 곳이 몇 곳 있다”며 ‘롯폰기’와 요코하마의 ‘베이브리지’로 나를 안내했다. 롯폰기에서는 먼저 공연장과 레스토랑을 갖춘 대규모 복합문화시설을 둘러봤다. 때마침 일본의 대표적인 버라이어티쇼 《홍백전(紅白歌合)》 예행연습이 한창이었고, 거리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에 발걸음을 맞춰 걷듯 여러 무리의 청춘들로 들썩였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선술집이었는데, 옆자리 손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은은한 조명 아래 일본 술 ‘사케’와 ‘절임 안주’가 나왔다. 사케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주조법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종류만도 2000여 종이 넘고, 절임 안주 역시 각 지방 농산물마다 독특하게 절여 내기 때문에 고급 안주로 인기가 높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선술집 골목인 종로 피맛골이 개발과 함께 해체된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다음 날은 요코하마 베이브리지로 향했다. 금요일 오후였다. 해가 질 무렵, 수백여 대의 튜닝한 자동차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다리 밑에 제각각 자리를 잡았다. 어떤 차는 외장을 화려하게 꾸미기도 했고, 또 어떤 차는 트렁크에 통째로 고급 오디오를 장착해 놓고 연신 음악을 틀어댔다. 그 음악에 맞춰 주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으로 규제하던 때라 색다른 풍경이었다.

안내해 준 기자는 이곳들을 보여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본은 조만간 인구가 줄어들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도시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이탈하게 되고, 지방은 쇠퇴를 거듭해 지방 소멸 시대가 올 것이다.” 롯폰기를 보여준 이유 역시 죽어가는 도심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선술집처럼 도시와 농촌이 어떻게 해야 상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요코하마 역시 시들어가는 도시를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 그 사례로 충분했다. 마니아들의 놀이터를 만들어주면 관광객이 모이고, 그곳에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당시에는 그다지 와 닿지 않았지만 10여 년이 지나자 바로 그 얘기가 우리나라 일이 됐다. 실제로 일본은 2006년에 노인 인구 비율이 21%를 넘었고, 우리나라는 7~8년 후에 그 지점에 도달한다. 인구 감소도 일본은 2008년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2020년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듬해에는 부동산 개발회사 초청으로 삿포로에 갔다. 삿포로 역사를 되살리는 프로젝트 일환으로 ‘한국관’을 검토해 보자고 했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기회가 있었다. 실버타운을 견학한 일이다. 처음에는 노인 전용 주거시설인 실버타운이 주로 자연 속의 조용한 장소에 들어섰다. 하지만 가족 면회가 어렵고, 오히려 사회와 차단돼 노인 우울증이 심해졌다. 그래서 착안한 방법이 실버타운을 도시 근교에 세워 젊은 부부들과 인접생활이 가능하도록 해 크게 성공한 곳이다.

주 중에는 입주 노인들이 아이들을 돌봐주게 했더니 신혼부부들이 대거 이웃으로 이사를 왔던 것이다. 도시재생은 본질적으로 공동체 문화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다. 따라서 국가를 위한 공동체 재생이 아니라 삿포로 실버타운처럼 개인 중심의 공동체 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본 개방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나가사키현을 가면 매년 봄에 열리는 ‘개항축제’가 볼거리지만 최근 오픈한 ‘로봇호텔’도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 건설회사가 세운 하우스텐보스(HTB) 체인호텔인데, 거의 모든 서비스를 로봇이 대신하는 곳이다. 여행자의 호기심과 로봇기술을 뽐낼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지금은 기술기반 시대인데 과거의 공동체 이론으로 접근하려는 도시재생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간 주도로 지역 특유 콘텐츠 개발해야

아오모리(青森)현에는 가을이면 30여만 명이 찾아오는 히라카와(平川)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논(畓) 예술’을 보기 위함인데, 넓은 논에 역사적 인물이나 세계적인 미술작품 등이 작물을 활용해 논에 그려져 있다. 필자가 다녀올 당시에는 ‘말을 탄 사무라이’와 ‘로마의 휴일’ 등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동네 사람들이 먼저 모여 다음 해 작품을 의논한다. 합의가 되면 그 지역 미술교사가 스케치를 하고, 이를 다시 캐드로 작업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봄이 되면 1000여 명의 마을사람들이 주어진 작업 위치에서 정해진 작물로 모심기를 한다. 마을 사람 모두가 일심동체가 돼서 관광명소로 만들어낸 것이다.

일본의 사례를 들어 도시재생을 해석해 본 이유는 우리보다 먼저 겪은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가 주도로 하드웨어적 접근이었다면, 일본은 민간 주도로 지역 특유의 콘텐츠 개발을 통해 재생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우리는 단기 성과에 집착한 반면에 일본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즉, 소프트 랜딩이 오히려 큰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몰고 온다’는 나비효과가 도시재생 정책에도 해당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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