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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로 평양과 백두산 가는 날 오나

남북 직항로 개설 탄력…北, 순안·삼지연공항 대대적 정비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21(Wed) 08:00:00 | 15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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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항공로 직항 시대가 열릴까.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협의와 현장 점검 등을 벌여온 남북 양측이 항공 관련 당국회담까지 개최하면서 서울~평양 및 서울~백두산을 직접 연결하는 항공로 개설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그동안 중국 베이징(北京)과 선양(瀋陽) 등을 경유해 이뤄지던 방북길이 단축되는 건 물론, 남북 간 경협과 교류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남북 간 항로개설 등을 위한 당국 간 협의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이 항공 관련 실무회의를 열자고 우리 측에 제의해 왔고, 11월16일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만남이 성사됐다. 회의에는 우리 측에서 손명수 국토교통부 실장을 포함한 관계부처 5명, 북측에선 리영선 민용항공총국 부총국장 등 5명이 나왔다. 정부 당국자들은 대북제재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국면에서 실현 가능한 남북 간 항공 분야의 협력 방안과 함께 중장기적인 문제가 앞으로 후속 협의 등을 통해 다뤄져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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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항로, 2007년 10·4 선언 통해 이미 합의

남북 직항로 개설 문제가 주목받는 건 이미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10·4 선언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양 정상은 백두산 관광을 실시한다는 데 합의하고 서울과 백두산 간 직항로를 열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 직후 백두산에 접근하는 항공 루트인 삼지연공항의 활주로 개·보수 공사 등을 추진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이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속속 시행되는 상황에서 민감한 이슈인 항공협력 문제가 힘을 받기는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뤄진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항공로 개설 문제는 다른 사안에 밀렸다. 철도·도로 연결 문제와 여타 교류·협력 사업에 일단 주안점이 두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측의 전격적인 제안으로 항공 분야 협력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향후 논의 방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후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실 올 들어 남북 정상회담과 다양한 당국 회담, 민간 차원의 교류가 이어지면서 양측 사이에는 항공로를 이용한 왕래가 적지 않았다. 9월 평양 정상회담에는 우리 대통령 전용기가 오갔고, 회담 대표단의 백두산행을 위해 삼지연공항이 문을 열기도 했다. 대북제재로 인한 우리 민간 항공기의 운항이 어려움을 겪자 공군 수송기가 투입되기도 했다. 최근 이뤄진 제주 감귤 200톤의 북송에도 공군기가 동원됐다. 평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약속한 서울 방문을 이행하려면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전용기를 이용하는 게 불가피하다.

항공 분야에 대한 김정은의 각별한 관심은 북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노후한 고려항공 기체를 새롭게 도입하거나 재단장하도록 했고, 스튜어디스 유니폼을 개선하는 등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평양 순안비행장을 신축 수준으로 리모델링했고 강원도 원산공항을 현대적으로 탈바꿈시켰다. 2015년 7월 문을 연 평양 순안비행장은 터미널 규모가 6배 커졌다. 면세점과 식당·커피숍 등이 들어섰고 비행기 탑승 때 승객 편의를 위해 브리지(탑승교)가 설치된 점이 눈길을 끈다. 김정은은 준공식 며칠 전 공사 현장을 돌아보면서 “국제비행장으로부터 평양시 중심구역까지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해 원활한 교통과 운수를 보장하라”고 지시하는 등 항공 문제를 직접 관장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김정은이 체제를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개방하려는 의중을 갖고 있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순안비행장 외관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드러났다. 주목되는 건 터미널 건물 옥상 부분에 설치돼 있던 대형 김일성 초상화가 철거된 대목이다. 공항 활주로에 내리면 마치 ‘이곳이 평양이다’라고 확인해 주는 듯하던 상징물이 사라진 것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김일성 체제에 대한 해외의 거부감을 의식해 없앤 것이라거나 김정은이 더 이상 할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북한체제를 이끌어가겠다는 의미라는 해석 등이 나온다.

직항로 개설 등 남북 간 항공분야 협력을 위해서는 대북제재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 북한의 도발적 행태로 인해 촘촘하게 짜인 그물망을 벗어던지려면 김정은 체제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김 위원장이 여러 차례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 문제가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금처럼 핵무기에 미련을 갖고 약속 이행을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아무런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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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순안비행장과 평양 중심구역 연결하라”

당장 우리 민항기가 북한 영공을 통과하기 위해 북측에 지불하는 비용 문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북한 영공 통과료는 1회당 약 8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천공항 기준으로 미주를 오가는 노선의 경우 북한 영공을 거치게 되면 비행경로를 200〜500㎞ 정도 단축할 수 있어 항공유 등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기 북한은 우리 항공기의 북한 영공 통과를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면서 우리 정부는 국적기의 북한 영공 통과를 전면 금지시켰다. 이번에 북측과 협의가 잘 진행될 경우 북한 영공 통과 문제도 재개될 공산이 커졌다. 북한도 올 상반기 우리 측 관할 공역을 거쳐 제3국을 오가는 국제항로 개설 문제를 유엔 산하 국제민항기구(ICAO)에 요청한 바 있다.

북한 고려항공의 열악한 현실과 국제사회의 평판 저하도 넘어야 할 벽이다. 세계 최대의 공항 및 항공사 서비스 평가기관인 영국의 스카이트랙스는 고려항공 탑승객을 대상으로 공항시설과 기내 서비스 관련 56개 부문에 걸쳐 설문조사한 결과를 내놓으며 고려항공이 전 세계 600여 개 항공사 가운데 최저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연합(EU)은 안전문제를 이유로 북한 고려항공의 EU 역내 운항 제한 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 20개국 231개 항공사의 EU 역내 취항이 금지됐고, 북한 고려항공을 포함한 8개 항공사는 운항 제한 항공사로 지목됐다.

항공협력이 당국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11월15일 고려항공편으로 김포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려던 민간 태권도 단체의 방북에 제동이 걸렸다. 고려항공편 이용이 대북제재에 막혔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허용에 부담을 느꼈고, 급작스레 다른 경로를 이용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직항로를 이용해 남한에서 평양과 백두산을 오갈 수 있는 꿈이 현실화하려면 김정은의 비핵화 결단과 이행은 물론 남북 간 신뢰 구축이 필수 요소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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