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유시장에서 전통시장의 길을 묻다
  • 부산 = 황최현주 기자 (sisa520@sisajournal.com)
  • 승인 2018.11.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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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부산자유도매시장 번영회장 인터뷰 “고객과 상인이 모두 만족해야”
이승철 부산자유도매시장 번영회장 ⓒ 시사저널

 

부산 범일동에 위치한 부산자유도매시장은 1968년 12월 14일 정식으로 문을 연 곳이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추고 있는 이곳은 한국전쟁 피난민들이 생계를 위해 터를 잡은 곳으로도 유명하고, 의류, 신발, 생활잡화, 화훼 등 총 3000여개의 점포가 모여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도전도 만만찮다. 문화와 관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상업시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고 정부에서도 문화관광형 시장 조성을 장려하며 직·간접 지원에 나선지 오래다.

 

자유시장 또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의 탈바꿈을 시도 중이다. 번영회를 중심으로 쇼핑과 먹거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맛집 확보, 편리하게 고객들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시설 현대화, 부산 청년들에게 새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청년몰 조성 등을 시급한 과제로 선정, 가시적 성과를 위해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자유시장!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산 증인인 부산자유도매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났다.

 

 

부산자유도매시장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곳이라 알고 있다. 

 

"현재 신발과 의류, 가방 등 생활잡화를 비롯한 생화와 조화, 공구 등을 팔고 있는 점포 3000여 곳이 영업중이다. 자유시장은 전국에서도 가장 오래된 시장에 속하는데, 1968년 정식으로 문을 열었지만,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내려온 후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역사는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다.

 

피난민들이 장사를 하기 시작한 이유가 이곳이 ‘조선 방직’의 옛 터 였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내노라하는 방직공장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고 유동 인구도 상당했다."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화합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에 대한 방안은?

 

"지난해 자유시장은 산업자원부장관상 단체상을 수상했고, 금년에는 개인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이러한 상훈을 받기까지 상인들과의 노력과 소통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유시장은 체육대회를 비롯해 요일별로 상인들이 스트레스도 풀고 소통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실제 3층 번영회 사무실에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놨다.

 

월요일은 라인댄스, 화요일은 노래교실, 수요일은 풍악교실, 목요일은 요가교실, 금요일은 줌마댄스 등을 마련해 상인 개개인이 자신이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할 수 있게끔 번영회에서 배려하고 있다. 상인들간의 소통과 화합이 잘 조성돼 있으니 자체적인 장학사업이나 자선바자회 등 사회적 환원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전통시장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극복할 방안은?

 

"전통시장들이 대형마트나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에 밀려 자꾸 사양길로 가고 있는것 같아 솔직히 너무 걱정된다. 

자구책을 강구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문화관광형 시장조성 사업이다. 최근까지 3년 동안 자유시장은 정부로부터 18억 원을 지원받아 시설 현대화, 인터넷 쇼핑몰 구축 등 앞서가는 시장 시스템을 추진, 가동중이다.

 

특히 부산은 외국인들이 많이 오가는 지역이다 보니 시장에도 외국인 고객들이 많다. 최형욱 동구청장이 아시아 제일 관광특구로 조성하기 위한 의욕을 가지고 있는 만큼 거기에 발맞춰 자유시장도 구청과의 협력을 통해 발전하는 시장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자유도매시장의 자랑을 한다면

 

"자유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의류의 경우 각 점포가 수공예로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 좋은 원단을 가공해 가격까지 시중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각 지방 소매상인들이 우리 시장으로 많이 오고 있다.

 

유행에 뒤쳐지지 않고, 디자인과 감각 등을 갖춘 예쁜 옷들이 많다. 1층은 신발가게, 2층은 의류나 양말, 내의 등 패션계통, 3층은 생화부가 위치하고 있다. 생화부의 경우 앞으로의 목표는 ‘부산 제일의 꽃상가’로 자리 잡을 목표를 세우고 있다. 자유시장을 오랫만에 또는 처음 찾아오는 고객들은 ‘이렇게 잘 되어 있나’ 싶을 정도로 감탄하게 될 것이다." 

 

자유도매시장 내 의류, 포목 점포 전경 ⓒ 시사저널



현재 당면 과제가 있다면 

 

"재래식 시장을 현대화시키는 것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들과 경쟁을 해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은 ‘고객의 편리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시장은 엘리베이터가 없다. 전통시장은 특히 연로한 노년층이 주로 찾아오는데, 이분들을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엘리베이터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엘리베이터 설치 예산 9억 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부 상인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엘리베이터 설치가 시급한 곳은 상인들이 창고 등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도 생각치 않을 수 없다. 또한 2층 화장실 확충, 휴식 공간 조성, 시장 내 맛집 확보, 청년몰 구축, 2층까지만 진행된 석면 철거 작업 완료 등이 숙제로 남아 있다."

 

자유시장과 인연을 소개해 달라 

 

"나는 함안 칠원에서 태어난 해방둥이다. 75년 처음 이곳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했다. 40여년 이상을 시장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신발 도매를 하면서 아들과 딸을 건실하게 키워냈다.

 

14대 번영회장 선거에서 지난 역대 회장들 누구보다 많은 득표로 당선됐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무엇보다 먼저 시장 발전을 생각하고 있으며 ‘내가 죽기 전까지 자유시장에 보탬이 되고 떠나겠다’는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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