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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제한, 오히려 기득권 지키는 수단

[주택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 통념과 달리 저밀도 개발이 오히려 환경오염과 집값 상승 부추겨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6(Thu) 10:00:00 | 1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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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는 한정된 자원으로 새로 만들어질 수 없는 자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면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층수를 높이는 것이 대표적인 토지의 효율적 이용 방법이다. 20세기 초반 철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라는 발명품은 이전과 다르게 도시를 수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해 줬다.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서울의 아파트 건설은 급증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도입됐으며 점차 높아지게 됐다. 1970년대만 해도 12층이면 고층으로 분류됐으나 15층을 거쳐 이제는 25층이 넘어서야 고층아파트로 분류되고 있다.

고층아파트의 증가에 대해 많은 이들은 고층아파트가 경관을 해치고 공동체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투기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들어 더 이상 고층아파트를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따라 서울시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대해 35층의 층고 제한을 두고 있으며, 250~300%의 엄격한 용적률 제한을 두고 있다. 과연 이러한 고층, 고밀도 억제정책은 타당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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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밀도보다 고밀도 개발이 친환경

저밀도 개발은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한정된 토지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제공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같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더 넓은 면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훼손 면적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낮은 밀도로 인해 대중교통의 보급을 어렵게 한다. 이로 인한 자동차의 이용 증가는 각종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을 가져오게 된다. 겉으로 보면 많은 녹지로 인해 쾌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부담을 환경에 주는 것이 저밀도 개발인 것이다.

반대로 고밀도 개발은 오히려 환경친화적이다. 같은 인구를 수용하는 데 필요한 면적이 감소하기 때문에 자연훼손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한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단축되고 대중교통 보급이 용이해져 차량 이용이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1인당 에너지 소비량과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발생량은 줄어들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는 이러한 고밀도 개발을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라 명명하고 기존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권고하고 있다. 다른 사안의 경우라면 이러한 권고를 근거로 정부의 정책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시민단체 어디에서도 콤팩트 시티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일까?

2000년 들어 강남의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강남을 대체하는 판교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쾌적한 자연환경을 제공한다는 명목에 따라 정부는 당초 1만9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으나, 공급량이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에 따라 계획을 변경해 2만9000가구를 공급했다. 당초 계획에 비해 50% 증가한 계획 변경에 따른 용적률은 얼마였을까? 160%였다. 1990년대 건설된 분당신도시가 200% 수준임을 감안해 보면 매우 낮은 저밀도 개발이었던 것이다. 저밀도 개발에 따라 신도시 건설의 혜택은 소수의 분양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으며, 이에 따라 당초 의도했던 강남 대체, 주택가격 안정의 목표는 달성될 수 없었다. 과연 무엇을 위한 저밀도 개발이었을까?

최근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한 일부 아파트에서는 용적률을 높이지 않고 기존의 층수와 면적을 그대로 유지하는 1대1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적인 재건축은 늘어나는 용적률에 해당하는 주택을 분양함으로써 건축비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데 비해, 1대1 재건축은 재건축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기존 소유주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1대1 재건축은 분양수익 대신 쾌적한 주거 여건 및 높은 대지지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더 높은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토지 자원을 기존 소유주가 계속적으로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재건축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기존 주택 및 토지소유권자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개발을 제한하거나 각종 규제를 통해 저밀도 개발을 강요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에 따라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및 임대료가 폭등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젊은 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맞서 최근 미국에서는 서부를 중심으로 청년들이 중심이 돼 용적률 상향, 층고 제한 철폐 등 적극적 도시개발을 요구하는 임비(YIMBY·Yes In My Backyard)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운동이 등장하지 않을까?

아마도 높은 용적률과 층고제한 철폐가 이루어질 경우 주택가격이 다시 폭등하고, 이로 인한 이득은 기존의 토지소유자가 독점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2018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급이었다. 각종 규제로 인해 향후 서울 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됨에 따라 잠재적 대기수요까지 주택구매에 나섬으로써 가수요가 발생했던 것이다.


수요가 높은 곳에는 더 높은 용적률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높은 지역에 더 많은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 대책이 돼야만 한다. 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의 용적률이 가장 높고, 그곳에서 멀어질수록 점차 낮아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실제로는 수요가 높은 서울과 경기도의 용적률은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경기도 지역이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다.

수요처로부터 먼 곳에 공급된 아파트는 결국 통근 수요의 증가와 이로 인한 혼잡과 각종 오염물질 배출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다시 서울로의 회귀를 가져옴으로써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과 외곽 지역의 공급과잉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을 감내하면서까지 고밀도 개발을 억제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대 이전 공급된 많은 아파트는 이제 수요자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주택보급률은 높지만 실제로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마음에 드는 집은 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각종 규제로 인해 신규 공급이 감소하는 와중에 기존 주택의 노후화가 진행됨으로써 수요는 소수의 아파트에 더 집중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주택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 피해는 청년층을 비롯한 미래세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1970년 최초로 용적률 규정이 도입된 이래 용적률은 시대적 상황에 맞춰 낮아지기도, 높아지기도 했다. 미래세대를 위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고, 그 판단을 내릴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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