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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입문 5년 만에 곤두박질…윤장현에 무슨 일이

‘광주 시민운동 대부’에서 황당 사기사건 연루자로 추락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4(Tue) 17: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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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현재 네팔 카트만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마쳤는데도 귀국하지 않았다. 나머지 일행을 먼저 보내고 홀로 남았다. 곧 그가 최고기온 17~20도로 쾌적한 카트만두에서 한국에 돌아오면 칼바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서 윤 전 시장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40대 여성에게 억대 사기를 당했다는 뉴스가 파장을 일으켰다. 자료화면 속 인상 좋은 윤 전 시장은 사기사건의 억울한 피해자로 소개됐다. 그런데 그가 해당 사기꾼의 자녀 취업 과정에 은밀히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을 선거법 위반 피의자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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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사람'으로 광주시장 벼락 당선 

 

말 그대로 '희대의 황당 사기사건'이다. 속은 사람은 윤장현 전 시장 단 한명이다. 사기꾼 A(49)씨는 검찰 조사에서 "여러 정치인에게 (권양숙 여사 사칭) 범행을 시도했으나, 성공한 건 윤 전 시장뿐"이라고 진술했다. 윤 전 시장이 A씨를 진짜 권 여사라고 믿은 기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쯤까지 약 8개월에 이른다. 30여년을 의사와 시민운동가로 살다 기성 정치계에 입문한지 이제 겨우 5년째. 윤 전 시장은 짧은 정치 경력에서의 큰 오점로 인해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 위기다.  

 

광주 일각에서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몸에 밴 선행 때문에 금전 사기까지 당하게 됐을 것'이란 옹호론이 나왔을 정도로 윤 전 시장에겐 아직 깨끗한 이미지가 남아 있다. 과거 윤 전 시장은 광주에서 각종 시민단체를 두루 이끌며 '시민운동의 대부'로 통했다. 그의 아버지는 전남도청에서 과장, 국장, 군수, 나주시장, 광주부시장 등을 역임한 뒤 퇴임한 윤지혁씨다. 윤 전 시장은 2013년 정치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직전 전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정치 참여를 권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권유받은 적이 많았지만, 그 쪽(정치계) 일은 할 사람이 많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흔적 없이 하고 싶은데 알려지는 게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이끌던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정치 신인' 윤 전 시장에게 2014년은 벼락같이 찾아온 기회의 해였다. 안 의원은 그 해 2월 제3 정당인 '새정치연합'을 만들겠다면서 윤 전 시장을 창당준비위 공동위원장으로 세웠다. 이어 다음 달 안 의원을 위시한 새정치연합 준비 세력과 민주당이 힘을 합쳐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선출된 안 의원은 윤 전 시장을 6·4 지방선거 광주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조용히 시민운동에 매진해왔던 윤 전 시장은 일약 인구 140만 광주광역시의 행정 수장이 됐다. 강운태 현직 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단일화까지 이뤘는데도 '안철수 바람'을 넘지 못했다.       

 

 

좌충우돌 정치 행보에 논란 뒤따라 

 

정치적 입지가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급작스런 성공이 독이 됐을까. 윤장현 전 시장의 시정(市政)은 순탄치 않았다. 당장 당선 직후부터 공공기관장의 보은, 측근 인사 논란이 이어졌다. 윤 전 시장의 외척(外戚)인 김용구 전 광주시 정책자문관의 비리는 결정타였다. 김씨는 한 건설사에서 1억8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2016년 9월 구속 기소됐다. 이에 앞서 광주시의회가 '김 전 자문관이 인사 등에서 과도하게 권한을 행사한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광주시 측은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시정 농단'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촛불 정국 속 '국정 농단'을 차용한 표현이었다. 정작 김씨가 구속되자 윤 전 시장은 "인척 관계인 김 전 자문관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하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꼬리를 내렸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풍자 걸개그림 전시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서도 윤 전 시장은 비판에 휩싸였다. 홍성담 화백은 2014년 8월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서 광주 시민군이 세월호 희생자를 구하는 내용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선보였다. 박 대통령을 김기춘 비서실장이 조종하는 허수아비로 풍자하면서 광주시의 수정 요구, 이용우 비엔날레 대표이사 퇴진, 전시 무산 등 사태가 불거졌다. 윤 전 시장은 "창작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나 시비가 부담되는 비엔날레 특별전에 정치적 성향의 그림이 걸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사실상 전시 불가에 동조했다. 당시 광주시는 자동차 100만대 조성사업과 광주하계U대회 예산 확보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었다. 윤 전 시장이 박근혜 정부를 의식해 현실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윤 전 시장은 2년여가 지난 2016년 11월 돌연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오월이 전시되지 못한 것이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외압에 의한 것임을 밝혔다. 그는 "역사를 꿰뚫어 보는 홍 작가와 작업정신을 존경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작품을 당당히 내걸지 못하고 현안을 정면 돌파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부끄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나온 때늦은 사과라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외압의 주체가 윤 전 시장 주장처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인지, 윤 전 시장 지인 측 주장처럼 김기춘 비서실장인지를 놓고도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불안한 입지…"공천 청탁하려다 사기 연루 의심" 

 

윤장현호(號)의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시민이 시의 주요 정책과 예산 결정에 참여하는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은 점은 지역에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국가 정책으로 채택됐다. 그럼에도 윤장현 전 시장이 공(功)을 인정받기에는 과(過)가 너무 커진 상태다. 발목을 잡은 건 역시 정치다. 좌충우돌하던 그의 정치 행보는 시장 임기 말 사기사건 연루로 최악의 결말을 맺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전 시장이 너무 준비되지 않은 채 광주시장을 맡은 점, 당내 계파 지원을 받지 못한 점 등을 '용두사미' 이유로 꼽는다. 우선 광주시청 관계자들은 윤 전 시장이 취임 이후 공조직을 믿지 못하고 소수 측근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고 전하고 있다. 또 윤 전 시장은 2015년 12월 안철수 의원(공동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이후 안 의원과 결별하고 당에 남는 길을 택했다. 더불어민주당 창당, 촛불 정국, 정권 교체 등이 이어지며 당내에서 그의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한국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는 "윤 전 시장이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받기가 쉽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보험 성격으로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었을 것이 의심된다"고 했다. 윤 전 시장이 친문(親文) 쪽에 광주시장 공천을 청탁하려는 의도로 권 여사 사칭범에게 돈을 보냈을 거란 주장이다. 

 

실제로 윤 전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임을 자신했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결과는 컷오프였다. 윤 전 시장은 지난 4월3일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 당한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이를 뒤늦게 확인하고 이튿날 광주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검경 수사 결과에 비춰보면 윤 전 시장은 불출마 선언 이후에도 넉달여간 사기꾼 A씨를 권양숙 여사로 착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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