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청와대…‘내부 알력설’부터 ‘집단 항명설’까지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7 16:38
  • 호수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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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특감반 비위 사태 끊이지 않는 의혹들

청와대가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 인사의 음주폭행, 음주운전에 이어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실 산하 특별감찰반(특감반) 비위 의혹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특감반 비위 의혹과 관련해서는 청와대의 내부 알력설부터 사건 무마설까지 갖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조국 민정수석은 물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야권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조 수석과 임 실장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입장하고 있다. 앞은 조국 민정수석 ⓒ 연합뉴스


“감찰반 비위, 작은 내용이 부풀려지고 있어”

청와대는 지난 11월29일 특감반 전원을 교체한다고 밝혔다. 특감반 소속 김아무개 수사관이 경찰청 특수수사과(특수과)를 찾아가 지인의 뇌물 사건을 캐물은 사건이 발단이 됐다. 김 수사관은 특수과가 수사하는 ‘국토교통부 공무원 뇌물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특수과는 국토교통부 전·현직 공무원이 건설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일감을 몰아준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는데, 수사 결과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30명의 혐의가 밝혀졌다. 이 가운데 방음터널 전문공사업체 대표 최아무개씨는 2010년경 공사 수주 대가로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민자도로관리과장으로 재직했던 김아무개씨에게 1100만원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김 수사관의 지인으로, 김 수사관은 최씨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정보를 빼내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수과 관계자는 “김씨가 지난 10월경 특수과를 직접 방문했다. 서무를 보고 있는 직원을 만나서 이 사건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봤다”면서 “청와대 직원이 경찰청을 방문해 수사에 대해 물어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우리 직원도 이상하게 생각해 청와대 측에 김씨에 대해 이런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다. 청와대 측도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지난 11월28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다음 날인 29일 청와대는 특감반 전원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부적절한 처신과 비위 혐의가 있는 특감반 파견 직원들을 즉각 소속 기관으로 돌려보내고, 소속 기관이 철저히 조사하고 징계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감찰 결과 비위 행위와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특감반 분위기를 쇄신하고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특감반장을 비롯한 특감반 직원을 전원 교체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감반은 공직사회 감찰을 담당하는 부서로, 한 부서를 통째로 교체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특감반 전원 교체는 김 수사관 외에도 다른 직원들의 비위가 있었음을 의심케 한다. 이후 “김 수사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셀프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부터 “또 다른 수사관이 김 수사관 사건에 연루됐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특감반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골프를 쳤다” “검찰 출신 특감반 직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 특정 사업자를 소개해 줬다” 등 여러 가지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김 수사관이 수사 과정에서 다른 특감반 직원들의 비위를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감찰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감반 직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감반 직원 모두가 비리의 온상인 양 매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출신 특감반 직원은 “작은 내용 하나하나가 크게 부풀려져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경찰 출신 특감반 직원에 대해서는 감찰조차 들어가지 않았고 검찰 쪽도 다 사실이 아니다”면서 “문제가 된 수사관이 이것저것 다 얘기한 모양인데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크로스 체크도 안 되고 언론에 나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감찰을 받고 있는 검찰 출신 특감반 직원 역시 “골프 접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일부 직원들의 부적절한 처사가 있었을지언정 모든 특감반 직원을 교체할 사안이 아니다. 감찰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감반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 시사저널 임준선


“특감반 전원 교체, 또 다른 배경 있다”

특감반 직원들의 주장은 “전원 교체를 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각은 특감반과 업무 연계성이 있는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특감반 전원 교체에 “또 다른 배경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아래에 있는 특감반은 청와대 내부 직원들을 감찰하고,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은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감반은 고위 공직자들을 감시하는 곳이다. 반부패 특감반이 담당하는 전국의 공공기관은 330개 정도다. 현행법상 선출직 공무원은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를 비롯해 대다수 공무원이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판 암행어사라고 불릴 정도로 특감반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은 특감반을 활용해 문화체육관광부 직원을 표적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권이 감찰권을 통해 공직자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박근혜 정부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정권 실세로 불린 우 수석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가 해임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특감반 전원 교체는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많다. 박근혜 정부 때는 조직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일로 치부했다지만, 이번 경우는 개인적 비위를 조직 전체에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때문에 여러 가지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는 특감반이 공공기관에 내려간 친문 인사들의 비위를 조사했고 특히 청와대 실세 라인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기 때문에 전원 교체라는 철퇴를 맞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보 누수에 대한 책임을 물어 특감반 전원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특감반 전원 교체를 처음 요구한 것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라고 알고 있다. 또한 정권 실세에 대한 감찰 때문에 특감반 전원이 교체됐다면 박 비서관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최근 청와대 실세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정보 출처가 청와대 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특감반 전원 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감반 전원 교체가 항명 사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감반 감찰을 맡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김 수사관 외에 또 다른 특감반원들이 골프를 쳤다는 혐의를 파악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감찰 확대를 결정하고, 김 수사관 외에 또 다른 특감반원들에게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특감반원들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은 이를 사실상의 ‘항명’으로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특감반 전원을 원소속청으로 돌려보내 감찰을 받게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출신 특감반 직원은 “집단 항명이라기보다는 특감반 직원들의 오래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면서 “특감반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유명무실한 존재였다. 민정실 산하의 한 비서관실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다. 민정수석도 아닌 A비서관이 전체 비서실을 좌지우지한다. A비서관은 전체 민정수석실 수사관들에게 전체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한 예로 A비서관은 전체 문자를 통해 특정 대기업을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밖에서 보면 특감반이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빈 수레’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2월5일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와 관련한 지시사항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총리실이 이미 특감반 비위 적발해”

특감반 비위 사실이 이미 오래전에 적발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청와대는 국무총리실에서 민정비서관실에 파견된 사무관이 한 사업가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총리실로 원대 복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특감반과 함께 공직자 감찰을 담당하는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지난여름 청와대 수사관들의 비위를 조사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복수의 투서가 접수돼 수사를 진행했는데, 투서 내용 중에 시기가 맞지 않는 등 모호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몇 달이 지난 지금 갑자기 이 문제가 불거졌다”며 의아해했다.

문 대통령은 5박8일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12월4일, 임 비서실장과 조 수석에게서 특감반 사건의 경위를 보고 받았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이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겠지만, 경질을 요구했던 야권의 생각과 달리 조 수석의 유임을 결정했다. 여당에서도 “조 수석과 아무런 연계가 없는 수사관들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있다. 야당은 “개인적 일탈이라면 특감반 전원을 교체한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이번 사건은 ‘내 편은 그 정도의 일은 해도 된다는 것’이라는 이 정부의 도덕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정국 경색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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