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부산 북·강서 갑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4.03.2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사와 사형수’ 부동층 잡기 안간힘
한사람은 공안 검사였고, 다른 사람은 사형수였다. 한나라당에서 대표적 저격수로 활동해온 정형근 의원(59)과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이 철 전 의원(56)이 맞붙은 부산 북·강서 갑은 영남권에서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두 사람이 빅 매치를 벌이면서 이 지역구는 두 후보가 걸어온 이력과 그 상징성 때문에 영남권뿐만 아니라 전국적 이목을 끌게 되었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의 절대 우세 지역이었다. 재선인 정형근 의원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76.6%를 득표했다. 이는 한나라당 후보 가운데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8년 동안 지역 조직을 탄탄하게 관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던 것이 탄핵 역풍이 몰아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부산 북구에 거주한다는 한 택시 운전사는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찍었는데, 지금은 솔직히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정후보 사무소의 한 관계자가 “후보 개인은 괜찮은데 당이 문제라는 소리를 듣는다. 사람들이 ‘히틀러식 편파 방송’만 안 보면 우리가 이기는데…”라고 말할 만큼 여론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민심이 요동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일보가 지난 3월20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전화 조사(지역구당 5백명)에 따르면, 이 철 후보는 38.9% 지지를 얻어 21% 지지를 얻는 데 그친 정형근 후보를 앞섰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은 정후보(35.1%)가 이 철 후보(27.1%)를 앞서고, 부동층이 33.5%에 달해 두 후보의 표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형근 의원은 아침 6시 등산로에 오르면서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매일 목욕탕에 가서 ‘스킨십 선거 운동’에 나선다. 특이한 점은 정의원이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2004년 의정보고 팜플렛에서 자신을 ‘16대 국회, 경제 전문가로 우뚝선 정형근 의원’이라고 부각했다.

정의원측 관계자는 “정의원은 서민 경제를 살리는 경제 전문가로 의정 기간 동안 경제 관련 토론회를 열한 차례나 열었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부산 경제를 감안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공안 검사 대 사형수’ 구도를 의식해서인지 “선거 때마다 상대편 후보가 공안 검사 출신이라고 문제를 삼았지만 이미 다 검증된 이야기다. 분단 국가에서 안기부 공무원으로 첩보 활동에 나선 것은 당연한 직무였다”라고 말했다.

이 철 후보도 시장통을 돌면서 강행군을 하고 있다. 하루 최소 20개가 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 때 노무현 후보측 국민경선대책위원장을 맡아 바람 유세를 도맡았던 ‘미키루크’ 이상호씨(<시사저널> 제752호 참조)가 상주하며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이 철 후보는 “이곳이 서민 지역이어서 먹고 사는 문제가 절박하다. 힘 있는 정치인이 와서 지역 개발을 하게 해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라고 말했다.

양 후보는 서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정의원측은 이번 선거가 결국 ‘친노 대 반노’ 국면으로 넘어가 지난 선거 때만큼 득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후보는 “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 본다. 특수 임무를 맡은 특공대로 내려온 만큼 반드시 승리한다”라고 말했다. 부산 북·강서 갑의 13만3천 유권자가 누구를 선택할지 4월15일 판가름이 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