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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만 이산 가족인가요?"

朴晟濬 기자 ㅣ 승인 2000.06.29(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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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가족이라고 하면 으레 북녘에 고향을 두고 내려온 실향민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진 ‘이산 가족 상호 교환’ 합의를 지켜보며 오히려 더 큰 슬픔에 젖어드는 ‘특수’ 이산 가족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 압도적 다수는 한국전 종전 직후 약 30만 명으로 추정되는 월북자 가족이 차지하고 있다. 월북자 대부분은 ‘정치·사상적 이유’로 스스로 북한을 선택했다. 하지만 남한에 이른바 ‘반공 체제’가 확정됨에 따라, 신분은 물론 생명에 대한 위협마저 느껴 북한을 택한 ‘비자발적’ 월북자도 상당 수에 이른다.

“실향민만 이산 가족인가요?”

일제가 패망한 직후 ‘건국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중도 좌파 노선을 걸었던 몽양 여운형 일가가 대표적이다. 몽양의 딸로서 현재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인 여원구씨와 사촌지간인 여명구씨(73)는 “우리 집안은 일찍부터 ‘빨갱이 집안’이라는 낙인이 찍혀 집안 사람들이 맞아 죽는 등 박해를 심하게 받았다. 사촌들이 북쪽으로 간 직접 동기도 ‘빨갱이의 자식’으로 학교를 제대로 다닐 만한 형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납북자들의 경우는 ‘한국전 이전’과 ‘한국전 이후’ 두 부류로 크게 나뉜다. 한국전 이전 납북자 수는 정부측 주장에 따르면, 약 8만2천5백 명. 한국전 이후 납북자(북한은 ‘귀순자’라고 주장) 수는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약 4백 명에 이른다.

납북자 송환 문제는 1987년 발생한 이후 아직도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동진호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남북한간 입장이 근접해 1991년 열린 7차 남북고위급회담 때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이른바 ‘훈령 조작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한국전 때 북한에 억류된 국군 포로, 남북한 체제 대결 과정에서 양산된 ‘간첩’들은 이산 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든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남측에서 국군 포로 문제가 정식으로 제기된 때는 일단의 유가족이 북한내 ‘국군 포로’의 존재(처음에는 9명)를 알리고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기 시작한 1998년께이다. 현재 국군포로가족협의회가 파악한 국군 포로 수는 2백90명이지만, 남한이 억류하고 있는 ‘북한 전쟁 포로’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국전 종전 때 이승만 정권은 ‘전쟁 포로 자국 송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이른바 ‘반공 포로’를 석방했는데, 그 수는 대략 2만3천 명에 이른다. 남한에서 국군 포로 송환을 당위로 여기듯이, 이들은 북한측에서 보자면 ‘남쪽에 억류된 인민군 포로’이자 ‘당연히 송환을 요구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체제 대결 과정에서 남북한 양측이 주고받은 이른바 간첩들의 가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1972년까지 남한은 약 7천7백 명, 미국은 약 3천 명에 이르는 ‘특수 요원’을 북쪽에 올려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북한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수의 간첩을 남한에 내려보냈다.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이산 가족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 문제가 그토록 오랜 세월 해결되지 못했던 밑바닥에는 이처럼 ‘껄끄럽고 예민한’ 쟁점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특수 이산 가족 문제는 두 가지 상반된 성격을 갖는다. 하나는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문제가 커진다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양측이 공동으로 치유해야 할 분단 시대 최대의 상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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