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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자르기는 멍청한 경영?

다운 사이징 이후 이윤 증가한 기업 50% 미만

張榮熙 기자 ㅣ 승인 1998.09.03(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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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 제조 업체인 유한킴벌리에는 정리 해고라는 말 자체가 없다. 이 회사는 최근 감원 없이 근무 형태를 3조 3교대에서 4조 2교대로 바꾸어 경영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 이러한 변형 근무제를 도입해 회사측은 인건비를 25∼30% 줄였다. 대신 직원들은 일자리를 보장받았다.

미국계 기업 한국휴렛팩커드는 감원 무풍 지대이다. 이 회사는 설립 이후 한번 뽑은 직원을 강제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이른바 ‘HP 웨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위기가 닥쳐도 감원하지 않고 전직원이 똘똘 뭉쳐 어려움을 이겨내면 기회가 찾아 왔을 때 2∼3배 힘을 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라면 업계 선두 주자 (주)농심, 유업체 한국야쿠르트, 사무용 가구 전문 업체 (주)퍼시스, 제일모직, OS코리아 같은 회사의 경영자들도 정리 해고를 마지막 선택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 번지고 있는 ‘구조 조정=고용 조정=정리 해고’라는 등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7월 현재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한 사업장은 2천5백84개나 된다. 그 덕분에 해고되지 않은 노동자는 55만7천명. 특히 7월 한달 동안 지원금을 받은 사업장이 6월 평균의 4배나 될 정도로 최근 들어 이 제도를 활용하는 업체가 크게 늘고 있다(고용유지지원금은 기업의 구조 조정 과정에서 감원이 불가피한데도 감원하지 않고 근로 시간 단축, 휴업, 사외 파견, 휴직, 인력 재배치 등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정부가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는 제도다).

세계적인 기업 중에도 정리 해고 없이 어려움을 넘긴 기업이 적지 않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BMW·벤츠, 프랑스 자동차 회사 장 르페브리·르노, 미국의 리플렉사이트·휴렛팩커드 같은 회사 들은 종업원을 자르지 않고 근로 시간을 줄이거나 조직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으로 경영난을 이겨낸 기업들로 꼽힌다.

‘생존자 증후군’ 등 정리 해고 후유증 심각

정리 해고가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에 대해서는 한국의 선배 격인 미국의 예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80년대 초부터 거의 모든 미국 기업들은 유행병처럼 다운 사이징이라는 ‘사람 자르기’에 돌입했다. 인건비를 줄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경제 월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80∼93년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8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이같은 ‘살육’이 빚어낸 효과는 그리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5년 미국경영협회 조사에 따르면, 사람을 줄인 기업들이 사람을 더 뽑은 기업보다 오히려 생산성이 낮았다. 또 다운 사이징을 단행한 이후 이윤이 늘어난 기업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91년에 실시된 와트 사의 조사 보고서에서도 이미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조사 대상 1천5개 기업 가운데 겨우 22%만이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다운 사이징의 이윤 기여도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다운 사이징 효과를 측정한 많은 조사 보고서들은 다운 사이징을 실시한 기업 가운데 이윤이 늘어난 경우는 절반도 되지 못하며, 종업원의 생산성과 상품 및 서비스의 질, 그리고 주가가 높아진 기업 역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대규모 인력 감축 정책이 종업원들의 사기와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경영 혁신 같은 회사 정책에 협조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살아 남은 사람들에게 분노·공포·냉소주의·적개심·체념 같은 부정적 심리를 안겨 준다는 ‘생존자 증후군’을 다운 사이징의 해악으로 지적하는 이도 있다. 한마디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병훈 연구위원은 “미국 사례를 들여다보면 임시 방편적이고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인력 감축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고용 조정이 필요하더라도 그것이 노사 협력으로 이루어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말한다. 고용 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노조나 종업원이 참여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구체적 대안을 함께 모색하면 고통을 최소화하고 종업원의 사기나 생산성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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