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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명 죽이고도 바뀐 게 없네

1995년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사고와 중앙로역 참사 ‘6대 공통점’

신호철 기자 ㅣ eco@sisapress.com | 승인 2003.03.03(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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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명석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폭발 사고(위)의 교훈은 쉽게 잊혔다.



2월19일 새벽, 대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김인옥씨 영안실에 문상을 온 김판호씨(35)에게는 지하철 재난이 낯설지 않다. 8년 전인 1995년 4월28일 아침, 차를 몰고 출근하던 그는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부상자 2명을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 때는 그래도 남의 일이었다. 이번에는 회사 동료가 죽어 더 안타깝다.” 김씨는 도무지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며 항변한다. 두 참사의 공통점 여섯 가지를 통해 대형 사고의 고질적인 원인을 알아본다.



안전불감증…예고된 사고:1995년 당시 언론은 한마디로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데서 말미암았다고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번 사고에도 ‘고질적인 인명 경시 풍조,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였다’는 분석이 빠지지 않았다.
1995년 사고의 경우 넉 달 전인 1994년 12월 서울 아현동에서 비슷한 폭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터졌다. 국정 감사에서 공사장 주변 가스관이 대형 사고를 부를 것이라고 지적되기도 했다. 이번 참사의 경우 2001년 11월 감사원이 대구 지하철 방재 시스템이 대량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 사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감지 장치가 없다:1995년 당시 공사장 현장에 가스 감지기가 한 대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가스 누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2003년 사고 때 전동차 객실 내부에 화재 감지 장치가 전혀 없었다. 외국에는 전동차 운전실과 객차에 화재 감지 장치를 달도록 하고 있다.


사고가 나면 허둥지둥한다:1995년 당국은 사고 발생 30분 전에 ‘가스 냄새가 난다’는 경보를 접수했지만 통행 금지 등 안전 조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만약 일찍 대피시켰다면 사망자가 1백1명이나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9시 54분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역무실과 사령실에서 신속한 조처를 취했다면 1080호 차량 승객들의 목숨은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책임 떠넘기기는 들통 난다:1995년 사고는 애초에 지하철 공사를 맡은 우신건설의 책임으로 여겨졌다. 후에 검찰 수사 결과 지하철 공사장이 아니라 인근 대백쇼핑 신축 공사장에서 도시 가스 관을 건드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참사의 경우 초기에는 이른바 ‘정신병자’라는 김대한씨에게만 책임을 물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기관사와 사령실의 판단 착오가 화를 키웠음이 밝혀졌다.


인력 감축이 화를 부른다:1995년 지하철 1호선 공사장 19개 공구 19.46km 구간의 가스관을 관리하는 대구도시가스 직원이 2명뿐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지하철 화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차량 승무원이 2명이었다면 1명이 불을 끄는 사이 다른 1명이 상황실에 알릴 수 있었다. 승무원은 1997년 구조조정 때 1명으로 줄었다.


언론, 늑장 대응해 욕을 먹는다:1995년 4월28일 아침 7시50분에 사고가 발생했는데 KBS는 오후까지 고교 야구 중계를 내보내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일본 NHK가 사망자가 75명이라고 보도할 때 국내 언론은 10명 안팎이라며 축소 보도했다. 이번 참사의 경우에도 방송사들은 11시 이후에 짧은 속보를 내고 12시 이후에야 재해 방송에 들어갔다. 이 때에도 ‘사망자 3명’ 등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잘 잤어요 여긴 날씨 맑음, 오늘 하루 보고 싶어도 쬐금만 참아요.’
사고 발생 7분 전. 올 봄 결혼을 앞둔 송혜정씨(30)가 애인 이호용씨(31)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지하철 역, 중앙통역 전철 안에서 지금 불났습니다. 빨리 출동해 주십시오. 지하철역, 중앙로역, 지금 불났습니다!”
9시54분40초. 최초로 119에 신고한 40대 남자.

“…좀 있으면 중앙로역을 지난다. 곧 갈께. 조금만 기다려.”
9시50분. 서동민씨(21)가 선배 송두수씨(21)에게.


“지금 지하철인데 거의 사무실에 도착했어. 저녁 밥 맛있게 준비해 놓을 테니까 오늘 빨리 퇴근해요!”
(몇 분 뒤 다시 통화) “여보, 여보! 불이 났는데 문이 안 열려요. 숨을 못 쉬겠어요. 살려줘요. … 여보 사랑해요. 애들 보고 싶어!”
김인옥씨(30)가 남편 이홍원씨(35)에게.


“엄마, 지하철에 불이 났어!”
“영아야, 정신 차려야 돼!”
“엄마, 숨을 못 쉬겠어.”
“영아, 영아, 영아야….”
“헉헉… 숨이 차서 더 이상 통화를 못하겠어. 엄마, 그만 전화해.”
“영아야, 힘을 내. 제발 엄마 얼굴을 떠올려봐!”
“어… 엄마, 사랑해….”
이선영씨(20)가 어머니 장계순씨(44)에게.


“민아, 지하철을 탔는데 사고 났어.”
“문 열고 나가요.”
“정전 때문에 캄캄해서 보이지 않아. 아빠하고 청년들이 창문 깰려고 하는데 곧 구조되겠지. 걱정하지 말고, 밥먹고 씻고 학원 가거라.”
아버지(52)와 어머니(45)를 잃은 한 유가족이 인터넷에 쓴 글.


“지현아 나 죽어가고 있어. 나를 위해 기도해줘.”
기독교 모임 간사 허 현씨(29)가 동료 강사 강지현씨(20)에게.


“중앙로역 전동차에서 불이 났다!”
“거기가 어디냐. 내가 가겠다!”
“(기침을 하며) 엄마가 여기 와도 못 들어온다!”
9시55분께. 대학생 딸(21)이 김귀순씨(45)에게.


“오빠, 연기 때문에 숨을 못 쉬겠어… 오빠 사랑해.”
9시55분께. 민심은씨(25)가 남편 김구한씨(31)에게 .


‘대구역 앞에서 지하철 타고 간다.’
9시50분. 이현진양이 친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아, 안돼… 안돼!”
9시58분 이현진양(19)이 어머니에게. 이양은 올해 서울대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여기 지하철인데. 불났어요. 빨리 와주세요. (숨을 헐떡이며) 죽을 것 같아요!”
9시58분15초. 어느 여성이 119센터에.


“어머니!”
“와, 와?”(왜, 왜)
“어머니, 아(아이들) 좀 거둬주세요. 불났어요. 저는 죽어요.”
10시께. 박정순씨가 시어머니 황정자씨(60)에게.
“엄마, 지하철에 불이 났다.”
“침착해라, 자세 낮추고, 수건으로 입 막아라. 주위에 사람들은 같이 있나?”
“응, 다 갇혔다. 엄마, 나 도저히 못참겠다. 악!”
이희정씨(대구대 2학년)가 어머니에게.


‘지하철에 사고가 나 약속 시간을 못 맞출 것 같다.’(친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얼마 뒤) “아빠, 지하철에 불이 났어. 살려줘. 문이 안 열려!”
10시3분께. 조효정양(12)이 아버지(41)에게.


“승민씨, 승민씨, (흐느끼며) 지하철에서…불이 났어….”
10시9분께. 김진희씨(33)가 남편 신승민씨(37)에게 남긴 음성 메시지.


‘불효 자식을 용서해 주세요.’
막내 아들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늙은 부모에게.
“불이 났어. 나 먼저 하늘나라 간다.”
김창제씨(68)가 부인(66)에게.


“엄마, 불이 났는데, 문이 안 열려!”
“침착해라. 창문을 깨라!”
(2분 뒤) “엄마, 어떻게 해. 빨리 구해줘!”
계명대 경제과 2학년 강영주씨(21)가 어머니 김복순씨(45)에게.


“아버지, 구해주세요. 문이 안 열려요!”
이미영양(19)이 아버지 이우석씨(48)에게.


“지금 사람을 구출하고 있다! (콜록거리는 기침소리)” “연기 때문에 숨이 막혀 답답하다.”
지하철공사 직원 장대성씨(34)가 동료 박충일씨와 임명식씨에게.


“엄마, 열차에 불났어요. 문이 안 열려 못나가요!”
정미희씨(21)가 어머니 김지순씨(47) 에게.


“여기, 불났다. (울면서) 아빠 오지 마!"
어느 딸이 아버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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