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의원과 조선일보 기자의 진실 게임
  • 김은남·신호철 기자 ()
  • 승인 200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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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 전력도 예외 없다?, 선후배끼리 ‘진실 게임’
과거사 논란은 친일·용공 문제만 놓고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8월12일자 조선일보에는 난데없이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의 전력을 문제 삼은 글이 하나 실렸다. 진성호 문화부 차장이 쓴 ‘기자는 사자가 되겠습니다’라는 <데스크 칼럼>이 그것이었다.

이 칼럼에서 진차장은 ‘전두환 정권 초기에 서울대에서 <대학신문> 간부를 맡아 학부 학생 기자들이 쓴 비판적 기사를 빨간 펜으로 고치는 일로 ‘대학 언론 자유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들었던 인사가 지금 여당 국회의원이 되어 이른바 ‘언론 개혁’의 선봉에 서 있는 어처구니없는 시절에 한국 기자들은 살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에 앞서 8월4일자 사설에서도 ‘5공 시절 <대학신문> 편집국장 출신’이라며 김의원의 전력을 물고늘어진 일이 있었다.

김의원이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 편집국장(1982~1987년)으로 재직했던 것은 이력에도 공개되어 있는 사실이다. 김의원에 따르면, 그가 <대학신문> 편집국장을 맡게 된 것은 1980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되고 1982년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 석사 과정에 입학한 직후였다고 한다. 그에게 편집국장 직을 권유한 것은 당시 서울대 부총장이던 이현재씨(전 국무총리)였다. 학부 시절 학생처장 대 운동권 학생으로 김의원과 인연을 맺었던 이씨는 다시 만난 김의원에게 <대학신문> 복간을 맡아 달라고 주문했다(<대학신문>은 1981년 2학기부터 정간되어 있던 상태였다).

문제는 그가 과연 당시 진성호 차장의 주장대로 빨간 펜을 휘두르며 대학 언론의 자유를 탄압했느냐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두 사람은 지금 상반된 진술을 하며 진실 게임을 벌이고 있다. 당시 자신은 편집국장으로서 정당한 편집권을 행사했다고 김재홍 의원은 주장한다. 정간 사태 이후 기자의 맥이 완전히 끊겨 있어 기자단을 급조해 신문을 만들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수준 이하의 기사가 부지기수여서 자신이 도저히 손을 대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1980년대 중반 시위 기사 내지 이념 논문 게재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은 데 대해서도 그는 “나로서는 맡은 역할을 했을 뿐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5공 시절 편집국장 재직시 역할 놓고 티격태격

이 진실 게임이 흥미있는 것은, 두 사람 모두가 일종의 사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경영학과 학부생이던 진차장은 김의원이 편집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1982~1984년 <대학신문> 학생 기자를 지냈다.

현재로서 두 사람 중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당시를 회고하는 제3자들의 의견도 각기 엇갈린다. 같은 시기 <대학신문> 학생 기자로 일했던 ㄱ씨는 김의원을 ‘소극적 조정자’로 기억했다. 주간 교수와 학생 기자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며 특별히 학교 편을 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의 사회 비판 의식을 교묘하게나마 지면에 담아 보려고 노력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시 학생 기자였던 ㄴ씨는 “김의원이 해직 기자 출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대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당시는 기관원이 대학에 상주하던 시대여서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다들 알아서 기는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학생 기자 출신 ㄷ씨에 따르면, 1982년 학원 자율화 이후 김의원과 학생 기자 사이에 마찰이 심한 기간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대학신문>을 어용 신문인 양 취급하던 서울대생들이 <대학신문> 화형식, 수령 거부 운동을 잇달아 벌였던 1984년에는 학생 기자들이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단 이때는 진성호 차장이 없었다고 ㄷ씨는 회고했다. 학원 자율화 열기가 달아오르기 전 진씨가 기자를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ㄴ씨는 또 김의원이 편집국장 직을 그만둔 직후인 1988년 <대학신문>에 주체사상 관련 논문이 게재된 사실을 보도해 신문사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이 바로 조선일보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뒤늦게 김의원을 ‘언론 탄압자’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속보이는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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