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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위헌 판결’ 후폭풍 쌩쌩

<시사저널>은 국내 헌법학자 100명에게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해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김은남 기자 ㅣ ken@sisapress.com | 승인 2004.10.26(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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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조사했나

조사 대상:한국공법학회 회원 수첩 명단에 있는 헌법 전공 학자 286명 중 설문에 응한 100명
표본 추출 방법:리스트 내 전수 조사
조사 방법:구조화한 질문지를 통한 전화 여론조사
조사 일시:2004년 10월22~25일
조사 기관:미디어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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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 헌법은 뭐고, 성문 헌법은 또 뭔지 국민 여러분 이번 기회에 공부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뒤 한 방송사 앵커는 정규 뉴스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실제로 그렇다. 문제는 공부를 많이 해도 시비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쌍방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헌법재판소(헌재)가 위헌 판결로 초대형 국책 사업을 무산시킨 것도 전무후무한 일이지만, 헌재의 판결문을 놓고 사회 곳곳에서 이렇게 전방위적인 법리 공방이 벌어지는 것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헌법 문제에 관한 최고의 전문성과 권위를 갖고 있는 헌법학자들은 이번 법리 공방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와 함께 10월22~25일 헌법학자 여론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헌법학회·공법학회에 속한 헌법 전공자 3백여명 중 국내에 없거나 연락처가 파악되지 않은 회원 20여 명을 제외한 2백86명을 상대로, 전수 조사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 설문에 응한 헌법학자는 전체의 약 35%인 100명이었다.

“개헌 절차는 필요 없다” 50%

이들 헌법학자를 상대로 맨 먼저 물은 것은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관습 헌법에 해당한다는 이번 헌재의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헌재는 이번 판결문에서 7명의 다수 의견으로 ‘비록 명문화된 헌법에 수도 관련 조항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관습 헌법으로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유일하게 합헌 의견을 낸 전효숙 재판관은,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관행적 사실’일 뿐 이를 관습 헌법으로 인정할 근거가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위헌을 전제로 소수 의견을 낸 김영일 재판관 또한 ‘수도의 위치가 관습 헌법 규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대신 수도 이전 문제는 헌법 제72조가 규정하는 국방·통일 및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하는 만큼 대통령이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은 것은 대통령의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이라는 것이었다.

이같은 관습 헌법 공방에서 헌법학자들은 일단 헌재의 다수 의견쪽 손을 들어주었다.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을 관습 헌법으로 인정하는 데 동의한다는 헌법학자는 모두 59명(59.0%)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응답자(37.0%)에 비해 22% 포인트 더 많았다.
그러나 ‘관습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개헌 절차가 필요하다는 헌재의 판단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조금 더 우세했다(동의한다 46명/반대한다 50명). 헌재의 이같은 판단은 성문 헌법과 관습 헌법의 효력을 과연 동일하게 인정할 수 있는지를 놓고 학계에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비판론자들은 설사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을 관습 헌법으로 인정한다 해도 성문 헌법 체제에서 관습 헌법은 성문 헌법에 대한 보완적 효력만을 가지며, 따라서 관습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성문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은 현행 성문법 체계를 부정하는 ‘헌법 파괴 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다.

흥미있는 것은, 헌법재판관 9명이 7(다수 의견) 대 1(김영일) 대 1(전효숙)로 의견이 갈린 데 반해 헌법학자들은 3.2(다수 의견) 대 2.5(전효숙) 대 1(김영일)로 의견이 갈렸다는 사실이다. 곧 ‘이번 판결 과정에 나온 세 가지 의견 중 어느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수 의견(윤영철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이상경)을 지목한 헌법학자가 45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전효숙 재판관의 소수 의견을 지지한 응답자 또한 35명에 이르렀다. 김영일 재판관의 소수 의견을 지지한 응답자는 14명. 나머지 6명은 어느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중 전효숙 재판관 의견을 지지한 헌법학자 수(35명)는 ‘서울=수도’를 관습 헌법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헌법학자 수(37명)와 대략 일치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러나 ‘서울=수도’를 관습 헌법으로 인정한 헌법학자 59명 가운데 헌재의 최종 판결이 타당하다고 지목한 응답자는 45명에 불과했다. 김상겸 교수(동국대·헌법학)는 “이는 헌재가 판결에 이르기까지 여러 군데서 논리적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발전적 판결” 51% “정치적 판결” 44%

그 결과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한 헌법학자들의 평가는 두 갈래로 나뉜다. 이번 판결을 두고 ‘헌법 정신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발전적 판결’이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린 헌법학자는 모두 51명. 이에 반해 ‘현행 성문법 체계와 배치되는 정치적 판결’이었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린 헌법학자는 44명이었다.

이들은 개헌 절차 없이 국민투표를 시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어슷비슷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헌재 판결 직후 청와대 일각에서는 개헌으로 정면 돌파를 하는 대신 관습 헌법에 해당하는 사항만을 국민투표로 물어 수도 이전을 재추진하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런 식의 우회 방안에 대해 헌법학자 42명은 실제로 ‘헌재 판결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이보다 많은 50명은 ‘헌재 판결에 위배된다’는 정반대 해석을 내놓았다. 만에 하나 정부·여당이 국민투표를 통한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경우 만만치 않은 논쟁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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