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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사회’ 향해 내달리다

영화 <말아톤>, 자폐아의 삶 과장 없이 그려 큰 호응

고재열 기자 ㅣ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02.21(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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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자폐증 환자 배형진군(22)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말아톤>은 흥행 영화의 코드와는 거리가 있는 영화다. 정윤철 감독의 데뷔작인 <말아톤>은 실력파 배우로 각광받고 있는 조승우가 출연했다는 것말고는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이 없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자폐아의 이야기를 담은 <말아톤>은 어찌 보면 조금 싱거운 영화일 수도 있다. 장애인 주인공을 다룬 영화의 스토리가 예측이 가능하고, 스토리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감동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아톤>은 조미료를 넣지 않고도 담백하게 감칠맛을 내는 한정식처럼 억지 감동과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 없이도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켰다. 평단의 호평과 관객의 호응을 모두 이끌어낸 <말아톤>은 2002년 개봉해 화제가 된 <집으로>의 이변을 재현하고 있다. 개봉한 지 18일 만에 3백만 고지를 넘은 <말아톤>은 조용히 입소문이 퍼지면서 4백만 고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말아톤>은 자폐아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이다. 감독은 이런 문제 의식을 스토리와 캐릭터에 솜씨 있게 녹여 냈다. 주인공 초원(조승우 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보여줌으로써 감독은 자폐아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환기한다.

현실성 살린 연출·뛰어난 연기 ‘환상 조화’

자폐아 아들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장애를 극복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어머니, 자폐아 아들과 형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하는 아버지와 동생, 자폐아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라톤 코치, 자폐를 극복할 수 없는 장애로 보고 관습적으로 학생을 대하는 자폐아 학교 교장의 모습은 자폐아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시선을 대변하고 있다.

자폐아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사이의 갈등을 해소시키는 것은 초원이 자신이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서브 스리’(3시간 안에 완주) 기록으로 풀코스를 완주함으로써 그는 자폐아에게도 자신만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 안에서 스스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갈등을 풀어낸다. <말아톤>의 영화적 미덕은 장애아 문제를 관습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격 효과’를 노린 영화는 할인 마트·지하철 등 실제 우리 주변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폐아 문제를 일상의 문제로 풀어 관객의 공감을 얻어낸 감독은 판타지로 그린 마지막 질주 장면을 통해 관객이 자폐아인 주인공과 함께 세상의 굴레를 벗어난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말아톤>의 성공은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먼에 버금가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 조승우의 열연에 힘입은 바가 크다. 다섯 살 지능을 가진 스무 살 청년의 모습을 그는 완벽하게 연기했다. 과장된 연기를 자제하고 덤덤하게 자폐아의 일상을 재현한 그의 연기는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과 함께 관객들에게 자폐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었다.

<말아톤>은 영화사적으로 의미가 큰 영화이다. 할리우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블록버스터 영화 외에 가족 영화에도 주목했듯이, 한국 영화도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가족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가족> <우리 형> 등 가족주의에 대한 영화가 연이어 나왔는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말아톤>이 성공함으로써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말아톤>은 가족 영화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가족 문제를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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