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왜 여자보다 일찍 죽는가
  • 전상일 (E&H 가제트, www.eandh.org) ()
  • 승인 2003.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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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면역력에 ‘흠’…직업 환경 등도 사고·질병 발생률 높여
남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인간의 수명 면에서 볼 때 ‘흠’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거의 모든 사회 계층에서 여자보다 건강 수준이 낮고 일찍 죽기 때문이다. 2000년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 나라 여자의 평균 수명은 79.5세로 남자의 72.1세 보다 7.4세 더 길다. 같은 해 미국인의 성별 수명 격차는 5.4세(여자 79.5세, 남자 74.1세)였다.
성별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는 왜 발생할까? 과학자들은 먼저 생물학적 원인에서 그 단서를 찾는다.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인 심장질환의 경우 여자는 남자보다 발생률이 낮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이 심장병 예방 효과를 가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과학자들은 또 여자들이 더 강한 면역 체계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 나라에서도 ‘감염성 및 기생충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그만큼 여자는 외부의 병원균을 물리치는 힘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남성 호르몬의 하나인 테스토스테론은 면역력을 오히려 약화시킨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거세된 남자의 수명이 더 길다는 보고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며칠 전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남자 아기를 임신한 산모가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는데, 만약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남자 아기는 태어날 때 ‘태생 결함’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그 영향은 평생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요인말고도 남자를 일찍 죽게 만드는 요소는 도처에 널려 있다. 남자는 여자보다 위험한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다. 작업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90% 이상이 남자다.

열악한 작업 조건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숙면을 방해하여 육체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과식을 하거나 음주나 흡연 같은 약물 의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어 궁극적으로 생명을 단축시킨다.

과학 기술의 혜택도 남자와 여자에게 각기 다르게 적용되었다. 여자 사망 원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분만 사망 사고는 의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자동차 성능이 발전함에 따라 과속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남성들이 교통 사고로 죽는 경우가 늘어났다.

남자들의 ‘성향’도 생명 단축을 재촉한다. 자신이 ‘슈퍼맨 신드롬’을 지녔다고 고백한 미국의 NBA 농구 선수 알론조 모닝과 같이, 많은 남자들은 자신을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슈퍼맨과 동일시하려 한다. 기대와 요구가 늘어날수록 피로는 쌓여가고, 그것이 사고와 질병으로 연결되기 쉽다.

사회적 상황도 남자에게 불리하다. 여자보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고, 대신 동등한 상대인 남성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에너지를 소모한다. 남자들은 일상적으로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자에게도 희망은 있다. 절제된 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모르몬교’ 사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남자와 여자 사제의 수명 차이는 1년 미만이었다고 한다. 여러 모로 남자가 여자만큼 오래 살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건강한 생활 습관만 길들인다면 현재의 평균 수명 격차는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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