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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영욱 안경원 조윤제 이상엽 최해천

'세계 최초'에 승부를 거는 연구실의 공부 벌레들

李文宰·安殷周 기자 ㅣ 승인 2000.02.10(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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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취를 이룩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 학자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이들은 모두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겠다고 말할 만큼 자기 분야에 대한 애정이 뜨겁다. 둘째,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 유명해졌으며, 셋째, 국내 과학 기술 발전과 후진 양성을 위해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

1994년 세계 최초로 단원자 마이크로 레이저를 개발한 안경원 교수(한국과학기술원·물리학)는 박사 과정을 8년이나 밟았다. 남들보다 두 배가 길었다. 생체물리학을 전공하던 그는 1990년, 4년 만에 진로를 바꾸었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분야’를 연구하고 싶었다. 그동안 들인 공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지만 그때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그는 ‘특별한 과학자’라는 영예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레이저는 통상 많은 수의 원자나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레이저는 CD 플레이어나 광통신에 이용되는데, 원자나 분자 개개의 개성이 살아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에 견주어 원자 하나로 이루어진 단원자 레이저는 원자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 이용 범위가 매우 넓다. 예컨대 단원자 레이저는 새로운 개념의 광컴퓨터를 앞당길 수도 있다. 광컴퓨터는 빛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현재의 컴퓨터보다 수백 배 이상 빠르다. 안교수의 연구는 한마디로 빛과 물질의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 그의 연구의 최종 목표는 거시 양자광 레이저 소자를 개발해, 신개념 첨단 레이저 산업 및 양자 역학 원리에 바탕을 둔 차세대 정보산업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21세기 물리학의 화두는 ‘퀀텀‘이다. 2010년께면, 반도체 소자의 기본 연산 단위가 원자와 분자 크기로 축소되어 양자역학적 효과들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자나 분자 영역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양자 정보처리 기술은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이다.

‘난류(亂流) 문제야말로 풀기 힘든 난제’라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 교수의 한 마디가 최해천 교수(서울대·기계공학)를 난류 제어라는 난제와 씨름하게 만들었다. 최교수는 1994년, 난류에도 규칙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제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난류 제어 연구에 신기원을 이룩했다.

난류를 제어하게 되면 운송체의 마찰 저항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엔진 내부에 난류를 증가시켜 연료 효율을 높이고 자동차 소음을 줄일 수도 있다. 또한 전자제품의 열 전달 효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 난류 제어 연구 역사는 극히 짧다. 1990년대 초반에야 시작된 미개척 분야여서 앞으로 최교수가 길어올릴 성과는 무궁무진하다.최교수는 최근 열공학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난류 측정 센서를 자체 제작하고, 1억원대에 이르는 난류 속도 측정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들은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했고, 고장이 났을 때에도 외국에 수리를 의뢰해야 했다.

최교수에 따르면, 기계공학 분야의 키워드는 마이크로 스케일 기계공학과 생체모방공학. 전자는 마이크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역학 관계를 연구하는 영역이고, 후자는 생물체의 특성을 기계공학에 응용하는 학문으로, 기계공학뿐 아니라 생물학·화학 분야에서도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최교수는 “우리가 과학 후발 국가이지만, 과학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은 상당한 수준까지 닦여 있다”라고 말했다.

이영욱 교수(연세대·천문우주학)는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세계적 학자이다. 그의 연구 테마는 천문학계에서 가장 핵심적이고도 논쟁적인 주제이다. 허블 망원경이 우주 공간에 띄워진 이래,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기원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교수는 지난해 새 은하 오메가센타우리를 발견하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세계 천문학계는 10년 전부터 그를 주목했다. 1989년 미국 예일 대학 박사학위 논문에서 이교수는 50년 넘게 천문학계의 과제로 남아 있던 샌디지 이론(주기편이 문제)을 바로잡으면서 일약 세계적인 천문학자로 떠올랐다.
1992년에는 은하의 형성 과정에 대한 기존 학설을 뒤엎는 논문을 발표했다. 별의 광도 대신 온도를 가지고 별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1백50억년 된 구상성단보다 15억년 정도 나이가 더 많은 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97년에는 우리 은하의 구상성단보다 30억년이나 더 오래된 별이 거대 타원 은하에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교수는 2001년 하반기에 한국 최초의 우주 망원경 계획인 ‘은하 진화 탐사선’을 발사해, 필생의 꿈인 우주의 나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계획이다.

1994년 대장균을 유전공학에 접목해 100% 분해되는 플라스틱 제조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국내 화학공학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상엽 교수(한국과학기술원)는 이번 겨울 스탠퍼드·버클리·노스웨스턴 등 명문 대학과 기업의 초청을 받아 미국 전역을 돌며 강연하고 있다. 그는 “미생물을 이용한 완전 생분해성 고분자 생산 기술은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 효율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썩는 플라스틱에 이어 물속에서 붙는 접착제, 비만을 조절하는 물질인 렙틴 등 미생물의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환경 친화적인 다양한 정밀 화학 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그는 이 물질들의 상용화가 시간 문제라며 낙관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자원부 차세대 생물산업 과제로 선정된 DNA 칩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국내 기술로 만든 DNA 칩 제작기를 이용해 유전병 진단 칩과 발현 검색 칩 등을 연구하고 있다.1994년 가장 젊은 나이(29세)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교수가 된 그는 “1등이 아니면 살아 남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내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대사 공학을 중심으로 생물 고분자·재조합 단백질·게놈 등이 그의 연구 분야이다.

식품공학에서 생화학으로, 다시 생물학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조윤제 선임연구원은 이같은 전공 바꾸기가 일반적인 과정이라고 말한다. 암의 생성 및 억제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연구하고 있는 그에게 생물학과 화학에 대한 이해는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P53 종양 억제 단백질과 대장암 억제 효능을 갖고 있는 FEN-1 효소를 연구해 인체에서 암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국내 1인자 대열에 오른 그는, 구조생물학 및 분자생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종양 억제 단백질을 찾아내고 있다. 인체의 단백질은 무려 7만∼8만 개에 이르는데, 각기 그 기능이 다르다. 이 가운데 암을 발생시키는 단백질이 있는가 하면, 암을 억제하는 단백질도 있다.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밝히는 작업이 암 치료의 관건인 까닭은, 단백질의 기능이 그 구조와 직접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조연구원에 의하면, 현재 발견된 발암 단백질은 백여 종인데 견주어, 종양 억제 단백질은 10여 종에 불과하다. 1950∼1960년대에 연구 기초가 다져진 구조생물학은 이 분야에서만 1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을 만큼 발전 속도가 빠르다. “게놈 연구는 곧 포스트 게놈 단계로 이행할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앞으로 방대한 연구를 거쳐야만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암은 정복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어쩌면 대체 장기가 암을 완전 치유하는 것보다 더 빨리 정착될 수도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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