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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삶과 온생명>

동양 사상에서 길어올린 독창적 학문 세계

김용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화학) ㅣ 승인 1998.12.2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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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20년 전 미국에 갔다가 귀국길에 프리초프 카프라의 <물리의 도(道)>(원제:The Tao of Physics)를 읽으면서, 이와 같은 책은 카프라와 같은 서양 사람에 의해서 저술될 것이 아니라 동양 사람이 저술했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그 후 <현대 물리학과 동양 사상>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장회익 교수의 <삶과 온생명>이라는 저서를 읽으면서 이 책이야말로 필자의 20여 년 전 염원을 풀어 주는 저서라는 생각이 앞섰다. 현재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장회익 교수의 전공은 물성론(物性論)이다. 말하자면 첨단 과학 이론을 전공하는 자연 과학자가 동양 사상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주역(周易)>과 양자역학(量子力學)을 비교 검토하고(제2장), 동양 사상에 나타나 있는 시공 개념을 논하면서(제3장), 저자의 조상 가운데 한 분인 장현광(1554~1637)의 우주설을, 율곡 이이의 <천도책(天道策)>과 대비하면서 깊이 있게 다루고(제4장) 최근 자주 회자되는 다산 정약용의 자연관도 소개하고 있다(제5장).

동양 사상에 대한 깊이 있는 개관을 마친 저자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선 그는 자연 과학 지식의 경험적 기반을 대인(對人), 대물(對物) 그리고 대생(對生)으로 독창적으로 분류한다. 저자는 동양에서 초기의 대인 지식만 심화할 뿐 대물 지식으로 분지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생 지식으로 옮겨 버린 점을 몹시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다산의 경우도 이(理)와 기(氣)의 개념으로 분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부에서 동양의 학문 세계를 개괄한 저자는, 서양 과학의 성과를 자신이 주창한 온 생명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집약시킨다. ‘온생명’이라는 개념은 영어로 글로벌 라이프로 번역되어 구미의 몇몇 학술지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온생명이란 필자가 소박하게 이해하기로는 우주 안의 태양계를 한 시스템으로 생각했을 때 총체적인 생명의 단위체이다. 제2부는 온생명의 장이라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저자는 3부에서 자신의 문제 의식을 드러낸다.‘우리의 작업은 존재의 과학을 붕괴시키고 새 과학을 모색하겠다고 나서는 이른바 신과학과는 달리 종래의 과학을 보다 단단한 새 토대 위에 올려 놓고 그 위에 한층 높은 새 구조를 엮어내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의 동양인은 기왕에 전수받은 동양의 학문 정신을 바탕으로 올바른 사실적 진리를 지향하는 서양 과학의 개념과 방법을 수용하여 하나의 새로운 사상 체계를 재구성해내는 일에 성공할 때 위험스런 현대 문명으로 하여금 안정된 진리를 잡아 가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제3부를 요약하고 있다고 하겠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그 독창성에서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훌륭한 저서로 독자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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