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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코소보 늪’ 어떻게 탈출할까

인명 피해 커 지상군 투입 가능성 희박, 공습 강화 로는 승리 어려워… 정치적 타협 모색할 듯

워싱턴·卞昌燮 편집위원 ㅣ 승인 1999.04.22(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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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역구 출신의 의원 나리를 붙들고 지도상에 코소보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보라. 그는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바로 그런 모습이야말로 코소보가 미국의 국익과 관련해 얼마나 하찮은 곳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외교 문제 해설로 정평이 있는 <뉴욕 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자신의 칼럼에서 코소보 사태를 보는 미국의 딜레마를 이렇게 묘사했다. 지난해 클린턴·르윈스키 성추문 사건으로 온 정신을 빼앗겼던 미국 국민은 요즘 코소보 사태 소식을 접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매스컴이 연일 코소보 관련 속보를 홍수처럼 쏟아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이 지적한 대로, 미국 국민 대다수는 무엇 때문에 미국이 코소보 사태에 개입해야 하는지 여전히 어리둥절해 한다.

현실적으로 49년 유럽을 정치·군사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을 주도한 미국은 크든 작든 유럽에서 분쟁이 터지면 자동 개입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그런 개입이 미국의 국익과 얼마나 직결되어 있느냐 하는 점이다. 프리드먼은 미국이 국익과 별 상관없는 곳에서 지상군 투입을 미룬 채 크루즈 미사일로 전쟁을 수행해 왔다며 코소보가 이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꼬집었다. “지상군 투입했으면 코소보 사태 이미 해결”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의 고민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 작전이 코소보에서는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워싱턴에 있는 두뇌 집단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아이보 댈더 연구원은 “클린턴 외교팀이 밀로셰비치를 잘못 봤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셀턴 합참의장, 코언 국방장관, 클라크 나토군 사령관 모두가 며칠 동안만 유고를 공습하면 밀로셰비치가 손을 들 줄 알았지만 오판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파리드 자카리아 편집장의 견해도 비슷하다. 그는 <뉴스위크> 최근호와 가진 인터뷰에서 ‘워싱턴과 그의 동맹국은 발칸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공습이라는 중간 노선을 택했다. 그러나 이 길은 전략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은 물론이고 인도적인 목적도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밀로셰비치의 권력만 강화시켰을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일부 군사 전문가는 ‘동맹 작전’ 이 개시된 3월24일부터 나토가 강력한 공군력을 바탕으로 지상군을 투입했더라면, 코소보 사태가 벌써 해결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상군 투입을 배제한 나토 공습은 사태 해결은커녕 무려 4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발생시켰다. 어차피 미국은 국익에 중요하지 않은 코소보에 지상군을 파견할 생각이 없었다. 지상군을 투입했다가 사태가 장기화해 제2의 베트남전으로 발전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상군 투입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율은 50%대로 저조한 편이다. 과거 걸프전 당시 80%대의 압도적 지지율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사태를 관망하던 러시아마저 나토의 지상군 투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이쯤 되면 미국의 지상군 투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우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사태가 갈수록 장기화해 결국 지상군을 투입하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코소보에 배치된 세르비아군은 4만여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을 격퇴하기 위해서는 나토군 20만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지상전을 펼 경우 무엇보다 개전 초기부터 엄청난 인명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지난 1년 내내 르윈스키 추문으로 홍역을 치르다 이제 막 한숨을 돌린 클린턴 대통령에게 이런 시나리오는 악몽이다. 때문에 그는 나토 공습 작전이 시작된 날 지상군을 투입할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분명히했고, 그 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를 두고 <뉴욕 타임스>의 독설가 윌리엄 사파이어는 최근 칼럼에서 지상군 투입을 배제한 나토의 공습 방침을 ‘제3의 길’에 비유하고, ‘외교에서 제3의 길이란 있을 수 없다’며 클린턴을 비난했다.

두 번째는, 나토 공군기에 의한 공습을 지금보다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도 나토 공군기 4백여 기가 매일 백회 넘게 출격하는데도 기대했던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워싱턴에 있는 민간 두뇌 집단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나토가 최초 2주간 공습에 소요한 돈은 무려 5억 달러. 그러나 지상군이 투입되면 전비는 단숨에 수십억 달러로 치솟는다.

문제는 미국 국방 예산 중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하는 미군 유지비 18억 달러와 이라크에 대한 작전 비용 11억 달러 외에 코소보 사태와 관련한 예산은 단 한푼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상군 투입에 따른 전비는 의회의 승인이 없으면 마련할 수 없다.


셋째 대안은, 세르비아 정부군과 맞서 무장 투쟁을 벌이는 알바니아계 코소보 해방군(KLA)에 군사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 상원의원 2명이 2천5백만 달러에 이르는 군사 지원 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나토가 극력 반대하고 있어 성사될지는 의문이다. 현재 코소보 해방군 병력은 3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이들의 무기는 매우 빈약하다.

네 번째로는,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안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과거 코소보의 자치와 독립 절차를 담은 ‘랑부예 협정’은 이번 코소보 사태로 산산 조각이 났다. 이 협정의 골자는 앞으로 3년간 코소보에서 자치를 실시한 뒤 자유 투표를 통해 유고에 남을지 아니면 독자 정부를 구성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로, 아예 이번 기회에 밀로셰비치를 제거하는 것이다. ‘인종 청소’의 장본인을 제거하는 것이 코소보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에 필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토는 공습 초기에 그를 제거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사실상 축출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오히려 나토가 공습을 강화할수록 그에 대한 유고 국민의 결집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적당한 시점에서 나토가 코소보에서 발을 빼는 것이다. 그 경우 미국은 지상군 투입이라는 최대 고민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나토가 코소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발을 뺄 경우 인종 청소를 묵인하는 셈이 되고 나토 자체의 신뢰성도 땅에 떨어진다.

여섯 가지 대안 중 지금까지 미국이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두 번째 공습안이다. 그러나 공습만으로 전쟁에 승리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클린턴 외교팀은 나토 공군기의 맹폭과 크루즈·토마호크 미사일을 동원한 대량 폭격이 3~4일 정도만 이어져도 밀로셰비치가 두 손을 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오히려 밀로셰비치는 코소보 해방군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펼쳐 급기야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의 대량 탈출 사태를 야기했다.

문제는 공습에 의존한 기존 군사 작전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다. 어차피 지상군 투입을 배제한다면, 앞으로 더욱 공습을 강화하든가 아니면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든가 두 가지 선택뿐이다. 그 경우 현실적인 대안은 다시 한번 정치적 타결을 모색하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습으로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합의점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코소보 점령은 나토의 성격·임무 훼손 행위

이와 관련해 일부 외교 전문가가 제기한 대안은 현재 두 가지다. 하나는 랑부예 협정을 일부 수정해 코소보를 국제 사회로부터 보호받는 자치주로 만들되, 치안 담당을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아닌 세르비아에 맡기자는 안이다. 다른 하나는 아예 코소보를 두 쪽으로 분리하는 안이다. 동방정교 사원이 몰려 있는 북쪽 10%를 세르비아가 차지하고, 나머지 90%를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물론 두 지역의 경계 지대에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배치해 감시 임무를 맡긴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은 나토 평화안과는 거리가 있다. 나토는 최근 △코소보에서 세르비아군 완전 철수 △코소보 난민 완전 복귀 △다국적 평화유지군 주둔 허용 △코소보 자치 정부 허용 등 평화안 4개 항을 제시하고 여기에 못미치는 어떤 제안도 일축한 상태다. 밀로셰비치는 나토의 공습이 격화하자 최근 코소보 해방군과의 일방적인 휴전과 약 40만명의 알바니아계 난민에 대한 코소보 귀환을 담보로 한 휴전안을 제의했지만, 나토로부터 거부당했다. 나토는 유고가 코소보에서 즉각 세르비아 병력을 철수하고 평화유지군 주둔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77∼81년 유고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로런스 이글버거 전 국무장관은 밀로셰비치가 끝내 굴복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번 코소보 사태에서 발을 빼든가 아니면 지상군을 투입하든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교 전문가들은 지상군 투입을 가정한 전면전보다는 정치적 타협안을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 나토가 지상군을 투입해 코소보를 점령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소보 점령지를 어느 나라의 손에 신탁 통치를 맡기느냐도 문제지만, 그같은 점령 행위 자체가 나토의 성격과 임무를 본질적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

러시아에 타협안 중재 맡겨야

만일 나토가 지상군을 투입해 코소보를 무력으로 점령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그 후유증은 곧바로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전반적인 관계 악화로 나타날 것이 뻔하다. 러시아는 나토군 공습 직후 나토 확장 계획의 일환인 ‘평화의 파트너십’ 계획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가뜩이나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가 과거 미국과 맺은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2단계 협정 조인을 미루는 마당에, 나토가 코소보를 점령하면 두마에 있는 민족주의자들을 더욱 자극해 러시아의 군비 강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정치적 타협안을 이끌어 내는 데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역할이다. 이와 관련해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은 지난 4월7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유고의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설득해 나토가 제시한 평화안을 받아들이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러시아 전문가 셀레스티 월렌더 교수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어떠한 정치적 타협안도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며, 그것은 앞으로 러시아와 서방과의 안보 협력 관계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코소보를 나토가 점령해 분할하는 안이 유력할 경우, 다국적 평화유지군에 반드시 러시아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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