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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 건과 최병렬의 ‘중원불패’ 쟁투

고 건·최병렬 맞대결에 양당 총력 지원

李叔伊 기자 ㅣ 승인 1998.05.28(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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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7백35만여 명. 전국 유권자의 4분의 1이 참여하는 서울시장 선거는 이번 6·4 지방 선거의 하이라이트다. 서울시장 선거가 중요한 것이 비단 유권자 수 때문만은 아니다. 서울시민의 선택은 늘 전국 선거의 풍향계 구실을 해왔다. 지난해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서울에서 4% 차로 이회창 후보를 앞질러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96년 15대 총선 때는 서울에서 신한국당이 국민회의를 1.3% 앞서 여당의 수도권 압승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95년 6·27 지방 선거 때는 서울시민이 당시 민주당 조 순 후보를 선택해 전국적인 야당 열풍을 선도했다. 한마디로 서울은 ‘태풍의 눈’이다.

이 때문에 여야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민회의가 DJP 단일화와 노·사·정 합의의 일등 공신인 한광옥 부총재를 주저앉히면서까지 고 건 전 총리를 영입한 것이나, 한나라당이 당 안팎의 정지 작업을 거쳐 최병렬 후보를 사실상의 야권 단일 후보로 내세운 것도 여야가 서울시장 선거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 건 대 최병렬.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맞붙은 두 후보의 대결은 한마디로 ‘행정가’ 대 ‘정치인’의 한판 승부로 압축된다.

고후보는 61년 고시 행정과에 합격한 이래 최연소 도지사, 청와대 정무수석, 교통부·농림수산부·내무부 장관, 서울시장, 명지대 총장 그리고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30여 년을 공직에 몸 담아 왔다. 12대 국회에서 잠시 외도를 했지만,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말해 주듯 그에게는 전문 행정가의 이미지가 배어 있다.

최후보는 전형적인 정치인이다. <조선일보> 기자로 출발해 편집국장까지 지낸 그는 12대 국회에서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14·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 역시 청와대 정무수석, 문공부·공보처·노동부 장관, 서울시장 등 고후보 못지 않게 다양한 공직을 거쳤지만, 그를 관료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양측 캠프에 간판급 정치인 대거 참여

두 후보의 이력이 다르다 보니 선거 캠프의 구성과 전략에도 차이가 도드라진다. 탄탄한 인맥에 비해 정치 기반이 전무하다시피 한 고후보는 선거운동을 전적으로 당에 의존하고 있다. 여의도 당사 앞 대하빌딩에 마련된 고후보 캠프에는 국민회의 당직자들이 전진 배치되어 있다. 박 실 서울시지부장이 선거대책위원장을, 임채정 의원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정동영(기획단장) 김한길(미디어대책단장) 정한용(유세위원장) 추미애(여성위원장) 김민석(청년위원장) 김병태(특별위원장) 등 당내 스타급 의원들이 총출동했다. 후보 비서실장은 운동권 출신인 신계륜 성북 을 지구당위원장.

대변인단도 모두 당이 선택한 인물들이다. 아태평화재단 출신으로 국제통인 김상우 의원이 대변인을 맡았고, 당 부대변인을 겸하고 있는 유종필 부대변인을 비롯해, 4·11총선 때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낸 김찬호 부대변인, KBS 아나운서 출신인 오미영 부대변인, 그리고 87년 6월 항쟁 때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 우상호 부대변인이 역할을 분담해 뛰고 있다.

일찌감치 당 차원의 조직이 꾸려진 고후보측과 달리 최후보는 크고 작은 선거를 여러 차례 치르면서 맺은 인맥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윤여준 전 청와대 공보수석이 단장을 맡고, 권영진 전 통일원 정책보좌관, 장병기 전 KBS 보도제작 주간, 기현정 전 광진 을 지구당위원장,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황현택씨가 각각 기획팀, 홍보팀, 조직·유세팀, 정책팀장을 맡은 전략기획단이 가장 먼저 가동되었다.

지난 5월13일 대변인에 임명된 박원홍씨도 최후보와 막역한 사이다. KBS 심야 토론을 진행하다가 얼마전 한나라당에 입당한 박대변인은 최후보가 사퇴해 공석이 된 서초 갑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최후보 진영은 최근 김덕룡 부총재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박명환 서울시지부장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하는 당 차원의 12인 기획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여기에는 서상목·이우재·김홍신·맹형규·김영선 의원과 이 철 전 의원 등 간판급 정치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고 건 ‘행정 능력’ 최병렬 ‘추진력’ 득표 무기 활용

양측의 캐치프레이즈나 텔레비전 토론 전략에서도 두 사람의 대결이 행정가와 정치인의 싸움이라는 인상이 느껴진다.

고후보측은 ‘행정의 달인’ ‘서울 전문가’ ‘깨끗하고 소신 있는 시장감’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 점이 고후보의 최대 강점이자 서울시민이 원하는 서울시장감에 딱 들어맞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임채정 선대본부장은 “서울시는 복마전의 이미지가 강해 서울시민들이 깨끗한 시장을 원하는 것 같다. 고후보가 여기에 전문성까지 갖추었으니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서울시장감이다”라고 치켜세웠다. 고후보측은 또 난마처럼 얽힌 서울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 정부의 도움을 끌어낼 수 있는 여당 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행정가 고 건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개혁을 주도하기보다 현상 유지에 머무르지 않겠느냐는 점이 우선 꼽힌다. 최후보측은 이 점을 겨냥해 ‘고후보는 난세에는 숨고 실세에는 붙는 처세의 달인’이라고 혹평한다. 게다가 고후보의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관료 이미지가 특히 중년 여성들로부터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후보측은 여성표를 잡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예정에 없던 ‘주부와의 대화’를 급히 만들어 한 가정집에서 고후보가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방법은 역시 여성표가 취약했던 DJ가 지난 대선 때 효과를 보았던 방법이다.
최후보는 최틀러라는 별명답게 ‘강한 추진력’을 최대 무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위기에 빠진 서울을 구하려면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정치 시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후보 캠프가 입주한 마포의 구 민주당사에는 ‘위기의 서울, 특급 소방수 최병렬’ ‘연습 없는 서울시정 최병렬은 검증됐다’는 플래카드가 층마다 걸려 있다. 대변인실에는 또 ‘구원 투수 최병렬’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야구 유니폼을 입은 최후보의 큼지막한 캐리커처가 붙어 있다. 이 캐리커처는 앞으로 최후보의 홍보물에 자주 등장할 예정이다.

물론 최후보의 이런 강성 이미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한번 결정하면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결정적인 정책 실패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청 직원들은 현재 최후보의 약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단국대 부지 풍치 지구 해제 추진’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후보 등록 직전에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민은 정치인 시장보다 행정가 시장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50% 안팎의 지지율을 얻은 고후보가 20∼25%를 얻은 최후보를 두 배 이상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후보는 이런 차이를 텔레비전 토론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마따나 이제 서울시장 선거의 남은 변수는 텔레비전 토론이다. 두 후보는 5월20일에는 방송 3사 합동 토론에서, 6월2일과 3일에는 KBS·MBC·SBS의 방송사별 토론회에서 맞붙게 된다. 양측 모두 ‘TV 토론은 정책 대결로!’를 앞세우고 있지만, 고후보의 병역 면제 의혹과 환란 책임론, 최후보의 재산 형성 과정 의혹과 각종 특혜 시비 등이 도마에 오를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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