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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목에 칼날 댄 중수부 수사팀

비자금 수사팀, 계좌 추적 전문가·학구파로 구성… 안강민 부장 등 대부분 PK 출신

기자 ㅣ 승인 1995.11.23(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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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는 지금 ‘패자 부활전’을 치르고 있다. 그것도 백 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부활전이다.” 전직 대통령이 재임중 끌어모은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 사건을 맡은 대검 중수부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 하는 말이다.

중수부는 흔히 ‘권력의 칼’로 비유돼 왔다. 김영삼 정부 들어서도 중수부는 동화은행 사건, 율곡사업 비리, 원전 비리, 이형구 노동부장관 비리, 박은태·최락도 의원 비리 사건 등을 수사해 국회의원·장관·고위 장성·은행장·재벌 총수 등 고위직의 비리를 처리해 왔다. 따라서 중수부가 칼을 뽑은 사건은 늘 신문 1면이나 적어도 사회면 머리 기사를 차지한다.

김성호 검사, 94년 노씨 정치 자금 조사

그 중에서도 특히 이번 부활전의 총사령탑인 안강민 중수부장(사시 8회)은 비자금 사건 이후 4주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신문과 방송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안검사장은 하루 두 번씩 열리는 브리핑을 도맡고 있다. 그밖에도 수사선에 떠오른 거물들을 부르는 것도 그의 몫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한테도 그가 직접 전화했다. 노씨 조사 때는 그가 ‘모르쇠’로 일관하자 주임 검사에게 추가 신문 사항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경기고를 나왔지만 부산 출신이다. 흔히 하는 말로 PK(부산·경남)로 분류된다. 그 점이 이번 수사에서 그의 최대 약점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검사장급인 중수부장 아래는 1실 4과가 있다. 수사기획관실은 전국 각 지검과 지청의 특수부가 처리하는 모든 사건에 대한 보고를 종합해 중수부장의 지휘를 보좌한다. 이번 사건을 ‘기획’하는 이정수 수사기획관(사시 15회)은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실장과 국회 전문위원을 지낸 학구파 검사이다. 저서도 많다. 대검에 오기 전에는 서울지검 특수3부장을 거쳤다. 그 자리에는 김성호 전 중수2과장이 나가 있다.

이번 수사에 ‘차출’된 김성호 서울지검 특수3부장은 중수부에 있을 때인 94년 2~5월에 30대 재벌을 상대로 노 전대통령에 대한 정치 자금 제공 사실을 조사했다. 검찰은 공식으로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때 이미 중수부는 노씨의 핵심 측근이 천억원대가 넘는 불법 정치 자금을 수십 개 가·차명 계좌에 관리하고 있음을 포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8월 서석재 총무처장관의 4천억원설 파문이 터졌을 때 조세형 의원(국민회의·전직대통령비자금특위위원장)은 “94년 당시 이 자금을 국고로 환수하자는 내용을 포함한 대검과 안기부의 보고서가 청와대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당시 김성호 중수2과장은 서장관의 발언을 ‘시정잡배들의 소문’으로 결론지었다. 그런 그가 다시 투입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도 경남 남해 출신이다.
이 사건 주임 검사인 문영호 중수2과장(사시 18회)도 PK이다. 부산 출신에 부산고를 나왔다. 85년 서울지검 특수부에 근무한 것을 빼고는 일선에서 특수 수사를 맡은 적은 별로 없다. 중수부에 오기 전에는 대검 마약과장을 지냈다. 전직 대통령을 신문하기에는 대가 여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양한 분야를 거친 학구파 검사인 그의 차분한 수사 스타일이 적격이라는 평도 있었다. 원칙주의자라는 주변의 평가이다.

계좌추적팀 5개 운영

박상길 중수3과장(사시 19회)은 11월4일부터 착수한 노씨 비자금의 부동산 유입 관련 조사를 맡고 있다. 그뿐 아니라 노씨의 스위스 은행 비밀 계좌 보유 의혹 등 비자금을 제외한 노씨 관련 사건 수사가 3과의 몫이다.

대검 연구관인 김진태 검사(사시 24회)는 이번 사건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 그 또한 경남 사천 출신으로 진주고를 나온 PK이다. 사시에 붙기 전에 한국은행에 다닌 적이 있어서인지 자금 추적 분야의 1인자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서울지검 특수부에 있을 때는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를 구속해 유명세를 탔다. 당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둘러싼 논박에서 김검사의 장서량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검사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김성호 특수3부장을 제외하고는 김영삼 정부의 사정 정국에서 정치권의 비자금 계좌를 건드려본 유일한 검사라는 점이다. 93년 사정 정국에서 김검사는 당시 홍준표(서울지검 강력부)·함승희(서울지검 특수부) 검사와 함께 서울지검의 ‘특수 3인방’으로 꼽혔다. 그때 홍검사는 박철언 의원의 비계좌를, 함검사는 이현우·이원조 씨의 비계좌를, 김검사는 엄삼탁 병무청장의 비계좌를 건드렸다. 두 검사는 결국 자신이 칼을 댄 검찰 조직과 정치 권력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검사 직을 버리고 정치를 택하려 하고 있다. 김검사는 조직을 택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심취해 있는 불교에 관한 책을 내려다가 이번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출간을 미뤘다. 그가 이번에 누구의 비계좌를 어떻게 건드릴지 관심을 끈다.

그밖에도 중수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계좌추적팀을 5개 운영하고 있다. 검찰이 죽느냐 사느냐는 ‘패자 부활전’에 참전한 이들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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