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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20세기 과학의 쟁점>임경순

김동원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ㅣ 승인 1995.12.21(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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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과학이라는 지적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난 백년만큼 급속한 성장을 이룩한 적은 없었다. 상대성이론·양자역학·분자생물학 등장으로 대표되는 20세기 과학은 전통적인 세계관을 뒤엎는 지적 혁명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인간이 오랫동안 꿈꾸어온 우주 진출을 가능하게 하리만큼 물질적인 진보를 크게 이루는 데에 기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류 전체를 순식간에 멸망시킬 수 있는 대량 살상 무기 개발이나 환경 문제 따위를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포항공대 임경순 교수가 쓴 <20세기 과학의 쟁점>은 ‘과학의 세기’인 20세기에 일어난 여러 가지 극적인 변화들을 잘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이 책은 쟁점이 되는 주제를 ‘오늘’의 관점에서 선택했기 때문에, 지루한 역사책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즉, 저자는 오늘의 관점에서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선택함으로써 통사적 성격의 역사책들이 범하기 쉬운 지루함을 피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적 세계관의 형성’ ‘노벨상과 20세기 과학’ ‘연구 중심 대학의 성장―MIT와 칼텍’ ‘핵무기 개발과 과학자’ 등은 흥미로운 주제일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둘째, 저자는 과학사가 이제까지 축적했던 연구 성과를 충분히 소화하였다. 이 점은 저자가 전공한 물리학뿐 아니라, 과학 제도나 분자생물학을 다룬 부분에서도 잘 드러난다. 어설프게 몇몇 논문을 요약해 정리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온 분야를 자신의 처지에서 독자적으로 정리하였기 때문이다.

셋째, 쉬운 문장을 사용하고 사진과 삽화를 적절히 배치하여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현대 과학이라는 주제를 다루었으면서도 수식(數式)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그러면서도 중요한 과학 내용을 무리없이 전달한 것은 저자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20세기의 획기적인 발전들이 주로 물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분야에 관한 서술이 지나치게 적은 점이 무엇보다 아쉽다. 의학·생리학·화학 분야의 발전들은 충분히 ‘20세기 과학의 쟁점’으로 다루어져야 할 만한 것들이다. 또한 어려운 수식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만 하지만, 대표적인 수식은 써 주는 것이 오히려 독자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20세기 과학의 쟁점>은 21세기를 불과 4년 남긴 오늘날 한국의 지성인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무엇보다도 구미에서는 20세기 동안 도대체 어떻게 과학을 발전시켰는지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성공하고 실패한 예를 통해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관한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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