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 전남 · 전북]흔들리지 않을 DJ 철옹성
  • 崔 進 기자 ()
  • 승인 1998.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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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종 광주시장·유종근 전북지사 독주…전남, 허경만·한화갑 격돌?
광주에서 서민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몰리는 양동시장. 김대중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 상인들은 시장 바닥에 노래방 기구를 내놓고 노래를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대선 직후 그것은 형태만 달랐을 뿐 호남 지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로부터 40여 일이 지난 요즘 호남은 조용하다. 대구·경북에서 DJ에 대한 지지도가 나날이 치솟고 있는 것과 달리, 적어도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하다.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잡았더니 재미는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푸념이 있지만 ‘인자 DJ가 대통령이 됐응께 그걸로 만족해야제’라는 분위기가 아직은 지배적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에도 광주, 전남·북의 광역 단체장은 몽땅 국민회의 차지가 될 것 같다. IMF 정국을 헤쳐 가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DJ를 밀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심리가 대세를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에서는 무리 없이 시정을 이끌어온 송언종 광주시장이 재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송시장은 전남지사와 체신부장관 등 고위 관직을 두루 지내 행정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종근 전북지사, 입각설에 “무슨 소리”

그러나 DJ의 신임 속에 청와대 경제수석과 경제 각료 입각설이 나도는 최수병 전 보사부 차관이 중앙 무대 진입이 여의치 않아 광주시장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경우 경쟁은 만만치 않다.

현정권에서 호남 출신으로는 드물게 승승장구한 강운태씨도 최근 국민회의 지도부를 상대로 공천을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광주직할시장과 내무부장관을 지낸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관록을 쌓았지만 YS 정권에서 청와대 행정비서관을 지낸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주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박광태 의원은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막판까지 변수로 남을 전망이며, 김홍명 조선대 교수와 김태홍 북구청장, 고재유 광산구청장도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김동환 전 광주시장과 문창수 전 전남지사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전남은 허경만 지사와 동교동 가신 출신인 한화갑 의원이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전남도지부장을 맡아 지역 기반을 다져온 한의원은 오래 전부터 ‘살기 좋은 전남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피력해 온 데다 지역 여론이 좋아 강적으로 떠올라 있다. 한의원은 그러나 최종 결심은 아직 유보해 놓고 있다. 김봉호·김인곤 의원과 지난 지방 선거 공천 경선에서 허지사에게 밀렸던 김성훈 중앙대 교수의 이름도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전석홍 의원과 정시채 전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전북의 경우 유종근 지사가 IMF 바람을 타고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한 경제통으로 요즘 김 차기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유지사는 한때 청와대 경제수석과 입각 하마평에 올랐으나 본인의 재선 의지가 보통 강한 것이 아니다. 그는 투자교섭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다녀온 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재선 운동에 돌입할 참이다. 유지사를 적극 돕고 있는 최규선 차기 대통령 보좌역은 “유지사는 계속 지방에 남아 그동안 뿌려놓은 씨앗의 결실을 맺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유지사에 맞서 4선인 김태식 의원이 1월 들어 실무진을 현지에 상주시킨 채 조직 작업에 들어갔고, 3선인 정균환 의원은 최근 중앙당 지방선거준비위원에 임명된 것을 계기로 뛰어들었다. 장영달 의원도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는 입장이다.

이 외에 장명수 전북대 총장이 전주고 인맥을 동원해 물밑 작업에 들어갔지만 IMF 정국에서 유지사의 주가가 워낙 높아 다른 경쟁자들이 고전할 것 같다. 지난 지방 선거 때 당내 경선에서 유지사에게 6표 차로 석패했던 최락도 전 의원은 지사 출마를 사실상 포기하고 정부출연기관 쪽으로 목표를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 소리 말고 가만 있장께.” 요즘 DJ를 바라보는 호남 정서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한마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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