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산업 종사자, 굶거나 빚지거나/실태조사
  • 노순동 기자 (soon@e-sisa.co.kr)
  • 승인 200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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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 실태조사 결과, 30%가 주변 도움으로 생활

사진설명 위험 천만 : 작업중 다친 사람이 24%에 달한다. 한국 전체 근로자 평균의 10배에 가깝다. ⓒ시사저널 이상철

'주변에 손을 벌리거나, 극빈자로 살거나'.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인 5백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복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영상산업 관련 종사자의 생활이 턱없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극영화와 기타 영화에 종사하는 영화인들, 즉 배우와 연출진, 영화사 소속 직원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가구 소득은 연 2천5백만원이 넘어 한국의 가구 평균치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일에 종사하는 당사자가 주소득원인 경우는 32%에 불과하다. 영상신업 종사자들이 부모에게 손을 벌리거나 배우자에게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여성은 부모에게 기대는 비율이 남성보다 높고, 남성의 경우 배우자가 '봉'이었다.

가구 수입으로 지출을 충당하지 못하고 주변에 손을 벌리는 비율도 30%나 되었다. 평균 보조 액수는 월 60만원. 빚을 가진 가계의 경우 '갚을 수 있다'고 대답한 경우는 30%. '갚을 수 없다'와 '모르겠다'는 자포자기 상태가 70%다. 학력은 전문대를 포함해 대졸자가 83% 이상이다. 오히려 배운 것이 죄다. 뼈빠지게 가르쳤을 부모 처지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그래도 '꿈돌이 꿈순이'들은 좀체 현장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수입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해 불만스럽다는 비율이 44%이지만, 정작 전직하고 싶다는 사람은 23%에 불과하다.

작업 여건도 불안정하다.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조사자가 전체의 24%에 달해 한국 전체 평균 2.8%의 10배에 가깝다. 일을 하고 돈을 제대로 받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부만 받거나, 아예 못 받는 경우(총 2.5편)가 제대로 받을 때보다 많다(2.3편). 그래도 따지는 법은 드물다. 서면으로 청구하거나 법에 호소하는 비율이 10%도 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도대체 영화인들은 무엇을 먹고 사나 싶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표준계약서를 통해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위 조사를 주도한 정책연구실 김혜준 실장은 "영상산업이 제대로 가려면 종사자 개인의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개별 회사가 아니라 투자사를 설득해 해결해야 한다. 개별 회사를 상대로 요구할 경우, 소모적인 내분에 그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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