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과 청소를 도맡아 하는 김지배인은 35년을 철도와 함께한 ‘지하철 맨’이었다. 6년간 혜화역장을 지낸 그는 아이디어맨으로 통했다. <김지미 영화 포스터 전시회> <제주 말싸움 전시회> 등 지하철역에서 80여 차례 문화 행사를 열었다. 실버악단 초청 공연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악단 매니저로도 활동한다.
가장 큰 시련은 2000년 내려진 위암 판정이었다.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왔나.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난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고 눈앞이 캄캄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위암도 삶에 대한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항암 치료로 그는 완치될 수 있었다.
퇴직 후 약수나 뜨러 다니며 소일했던 김씨는 “그때 나이가 많든 적든 바쁜 걸음으로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행복해 보였고, 부러웠다”라고 말했다. 퇴직 후에 할 일이 없어 빠르게 늙어가던 지하철 공사 선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할 일이 없는 선배들은 초라해 보였다.
김씨는 자신이 매니저로 있는 실버악단이 종로시니어클럽 현판식 때 공연했던 것을 계기로 지배인 일자리를 얻었다. 종로시니어클럽은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일자리를 만들어 노인들이 자립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선정한 노인 자활 후견 기관이다. 친친은 종로시니어클럽에서 연 창업 1호점인데,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한다. 여기서 일하는 ‘실버’ 9명이 재료비와 공과금을 제외한 수익을 공동으로 분배한다.
친친 식구들은 모두가 주인이다. 서울 신월7동에 사는 엄숙자씨(69)는 “아직 일을 할 수 있는데 식당도 나이가 많다고 쓰지 않았다. 일하는 것이 재미있고 고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