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실패담을 들 으면 길이 보인다
  • 이경희(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
  • 승인 200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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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노하우’ 10계명/아이템·입지·시대 흐 름 ‘궁합’ 맞아야…곁눈질·동업은 ‘금물’
누구나 할 수 있는 창업, 아무나 할 수 없는 성공. 창업자들은 이 말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창업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업 성공률은 20~25%에 그친다. 그렇다면 창업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창업 전문가들은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궁합이 맞는 아이템 선택’을 꼽는다. 자신의 경험과 능력 등을 고려해 분수에 맞는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개가 성공했으니 나라고 못할소냐.’ 이런 식의 무분별한 창업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창업의 첫걸음은 내게 맞는 아이템 선택이다.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적성에 맞는 업종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장소에 대한 꼼꼼한 조사도 필수이다. 성공을 꿈꾸고 있는가? 열 가지 실패 사례를 통해 성공에 이르는 길을 찾아보자.


1. 창업 전에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하라



작은 사업을 하던 ㄱ씨는 결혼 전 아내가 그릇 도매점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그릇 소매업에 뛰어들었다. 근처에 다른 그릇 가게들이 있었지만 자신은 중·고가 제품을 취급할 작정이었으므로 개의치 않았다. 가게 터는 중소형 아파트와 유동 인구가 많아 B급 이상 상권이 형성된 산본 신도시의 중심 지구. 자본금은 약 1억5천만원. 그러나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마진이 20~30%로 낮은 편이었고, 한 달 매출이 4백50만원 선에 그쳤다. 그나마 들쭉날쭉이었다.



그러던 중 아파트 주변에 백화점과 대형 할인 매장이 줄줄이 들어섰다. 대형 매장에서 수입 그릇을 싸게 팔면서부터 ㄱ씨 가게에는 손님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그가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나만 잘 팔면 된다’는 안이한 사업 마인드였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단지에 대한 시장 조사가 부족했고, 선택한 업종에 비해 투자가 많았다.



2. 곁눈질하지 말라



대기업 해외 업무 부서에서 근무하던 ㄱ씨. 외국 출장 경험이 풍부한 데다 외국어도 능통해 자타가 공인하는 ‘아마추어 전문가’였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선택한 업종이 해외 여행 사업.



ㄱ씨는 일반 여행 상품보다 4배가 비싼 자기만의 노하우가 담긴 독특한 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차츰 복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회사 자금 사정이 조금 어려워졌을 때 그를 유혹하는 ‘대박’ 정보가 들어왔다. 어려운 가운데 여행 사업이 정착할 무렵 그는 무리하게 돈을 얻어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 사업에 손을 댔다. 곁눈질의 대가는 쓰라렸다. 결국 여행사는 문을 닫았다.



ㄱ씨의 경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항공사 인맥을 확보하지 못한 것, 여행업에 집중하지 못한 것, 엉뚱한 사업에 손을 댄 것이 실패 원인이다. 참고로 여행업은 소자본으로는 결코 시작하기 어려운 업종이다.



3. 동업은 하지 말라



ㅇ씨는 동업을 했다가 쓰디쓴 실패의 잔을 마셔야만 했다. 대기업에 다니던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선택한 업종은 맥주 전문점. 40대인 그는 대학교 근처 60평이 넘는 큰 규모의 맥주 전문점을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어 3명이 동업을 하기로 했다. 투자 금액은 각각 1억원씩 총 3억원.



처음에는 손님도 많고, 옛 직장 동료들이 자주 찾아와 하루 매상이 70만~80만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운영 방법이나 수익 분배를 놓고 말이 많아졌다.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감정이 쌓이고, 장사가 안되면 남의 탓을 하기 때문에 결국은 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동업의 흔한 사례다.



4. 동네 정보 모르면 망한다






제과점은 인기가 높은 창업 아이템이다. ㅈ씨(54)는 14년 전 제과점 문을 열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도로변이었다. 12평 면적에 1층 점포. 주거 밀집 지역이어서 업종·입지 선택은 그런 대로 성공적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ㅈ씨는 도로가 확장된다는 건설부의 통보를 받았다. 그보다 앞서 버스 종점 뒤편에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서자 많은 주민이 아파트에 입주했다.


정보를 먼저 입수한 사람들은 점포를 아파트 단지 근처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ㅈ씨 생각은 달랐다. 점포를 옮기기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보상을 받으려는 욕심에 가게 자리를 지켰다. 결국 손님이 뜸해지고 점포 유지비조차 벌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ㅈ씨가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로가 확장될 것이라는 정보를 놓쳤다는 점이다.



5. 유망 업종도 때를 만나야 성공한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 식품 및 채소를 테마로 한 외식 업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샐러드 전문점도 그 중 하나이다.
ㄱ씨는 샐러드 전문점의 장래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창업을 결심했다. 매장 면적은 약 70평. 깔끔한 음식과 현대적인 인테리어 등 고급스런 분위기로 문을 열자마자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ㄱ씨가 샐러드 전문점을 열 당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으나 샐러드는 아직은 외식 아이템으로는 낯설었기 때문이다. 이윤이 낮았던 것도 원인이 되었다.



ㄱ씨는 뷔페식 운영을 택했는데 채식은 배가 별로 부르지 않는 식품이어서 예상보다 손님 1인당 소비량이 많았다. 게다가 과일과 야채는 계절 별로 가격이 오르내리는 폭이 커서 특히 겨울에는 엄청나게 비싼 값으로 재료를 구입해야 했다.



낯선 아이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큰 규모로 시작한 데다 운영 방법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성장 가능성이 큰 업종이었지만 채소 뷔페가 아직은 일렀다는 점도 실패의 원인이었다.




6. 아이디어만 믿다 큰코다친다



ㄱ씨는 1990년대 초 의류 전문점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이름도 생소한 ‘유명 브랜드 의류 전문 멀티 숍’이라는 업종이었다. 쉽게 말해 인지도가 높은 유명 브랜드 의류들을 판매하는 것으로, 최근에 유행하는 사업 형태다. 타깃은 10∼20대 젊은이.



초기에는 반응이 좋아 경기도 일대와 전국에 1백50여 개의 체인점이 생겼다. 여기에 힘을 얻은 ㄱ씨는 취급 품목을 늘려 5~13세 어린이 옷 브랜드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매출이 계속 감소하고, 설상가상으로 IMF 사태가 닥치자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ㄱ씨는 시기 상조 업종 선택과 무리한 사업 확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아이템을 선정한 만큼 극복해야 할 점이 많았지만 그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ㄱ씨가 실패한 원인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초기에 짭짤한 재미를 보았지만, 그같은 성공만을 믿고 안이한 자세로 경영을 밀어붙인 데 있었다.



7. 부동산 투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



대기업 중역과 중소기업 전문 경영인 출신이라는 화려한 경력. 나름으로 경영을 잘 안다고 자부하던 ㅂ씨는 국내에서 커피 전문점이 한창 인기를 끌던 1995년 서울 잠실에서 60평 규모의 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경력은 무시할 수 없는 법. 그가 초기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1천∼1천5백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정책이었다. 가게 뒤쪽 먹자 골목의 유동 인구가 많았고, 주변에 여행사가 있어 단체 손님도 끊이지 않았다.
성공에 취한 탓일까? 분당에 사는 ㅂ씨는 집 주변에서 점포를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완공 단계에 이른 신축 건물이 있었다. 그는 3억원 가까이 투자해서 그 건물 2층을 분양받았다. 고급 커피 전문점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건물을 지은 건축 회사가 부도를 맞은 것이다. 결국 ㅂ씨는 그동안 번 돈을 몽땅 날렸다.



8. 경기 많이 타는 업종은 되도록 피하라






인테리어 제품 판매업은 생활 수준이 높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다. 당연히 경기를 많이 탄다. 창업 초보자는 경기를 심하게 타는 업종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 좋다.



ㅂ씨(36)는 광고 대행사에서 잘 나가던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그는 1997년 자기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인천시 부평에 그가 평소 눈여겨보던 인테리어 소품점이 있었다. 창업 자금은 권리금 1천7백만원, 점포 보증금 4천만원을 포함해 총 7천만원이 들었다. 다양한 계층의 손님들 취향에 맞추기 위해 5천원짜리 단품에서부터 1백50만원 정도의 실내 가구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구비했다.



디자이너로서 갖춘 미적 감각과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치는 노력 덕분에 그의 가게는 입소문이 났다. 뭔가 새롭고 분위기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 소품점이라는 소문과 함께 창업 후 3~4개월 동안 월 순수입이 3백5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창업한 지 1년쯤 지나 IMF 사태의 그늘이 본격적으로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의 사업도 불황의 영향으로 매출이 뚝 떨어져 한달 수입이 100만원 선에서 멈추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결국 ㅂ씨는 1998년 말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물건값·권리금·임대 보증금으로 4천여 만원만을 건진 채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9. 입지가 좋아도 실패한 경우



ㄱ씨는 전직 화물 차량 운전 기사, 부인은 전업 주부였다. 어렵게 돈을 모은 이들은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자 자영업에 도전했다. 아이템 선정이 어려웠던 ㄱ씨는 오락실을 운영하던 친구가 일도 쉽고 장사도 잘된다고 한 말을 듣고 오락실 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 충정로 지하철역 부근에 20평짜리 점포를 얻었다. 일단 입지 선정은 성공적이었으나 점포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오락 기계 구입비 또한 적지 않았다.



한 달에 3백만원 이상 수익을 올리게 되자 그는 친구의 말을 따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갈수록 학생 손님이 줄어들었다. 다른 오락실은 잘 되는데 왜 유독 내 가게만 안되는 것일까?



그가 실패한 원인은 오락 기계가 너무 낡았다는 것이었다. 창업 비용을 아끼느라 중고 기계를 구입한 데다, 신종이 아닌 프로그램들로 구색을 갖추다 보니 아이들이 금방 흥미를 잃었던 것이다. 입지는 학생층 유동 인구가 많아 더없이 좋았지만 오락 사업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점포 경영 경험이 없는 그는 학생을 대하는 방법도 미숙했다.



10. 주변 상권과 궁합이 맞아야



점포를 창업하는 데 주변 상권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40대 중반인 ㅂ씨는 재미 교포였다. 미국에서 햄버거 전문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그는 한국과 중국에 라이선스를 얻고, 전재산을 털어 체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들여온 햄버거는 종전의 햄버거와 달리 베이글 속에 고기와 소스를 넣어 만든 것이었다. 맛·크기·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ㅂ씨는 서울 노량진에 직접 점포를 얻고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2층 규모의 120평짜리 대형 매장이었다. 시설비가 부담이 되었지만 실내 인테리어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미국의 맛을 그대로 살리려고 고급 원자재를 쓰다 보니 햄버거 가격이 4천원을 웃돌게 되었다. 처음에는 ‘미국식 원조 햄버거’라는 점이 돋보여 손님이 몰렸지만, 맛에 만족한 손님들도 값이 비싸다며 발길을 끊었다.



그가 실패한 원인은 명확하다. 그의 점포와 주변 상권은 궁합이 맞지 않았다. 만약 압구정동같이 소비력이 좋고 유동 인구 계층이 다양한 곳에 시범 점포를 열었더라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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