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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친구 따라 ‘어두운 길’ 함께 걷기

중고등학생 ‘또래 상담원’ 1만4천명 활동…‘동병상련 대화’ 큰 효과

노순동 기자 ㅣ soon@sisapress.com | 승인 2002.12.16(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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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향란
경기도 철산여중 ‘또래 상담원’들이 상담과 관련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조언을 주고받고 있다.



"와우리를 취재해요? 사진도 찍나요?” 왁자지껄 떠드는 바람에 상담실 선생님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 자리잡은 철산여중의 또래 상담실 ‘우탕또’(우당탕탕또래상담실)다. ‘이런 왈가닥들이 상담을?’



‘우탕또’ 같은 또래 상담실이 상담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시사저널> 설문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힘들 때 가장 위로가 되는 대상은 친구다. 가장 먼저 또래들의 가치에 눈을 돌려 활동을 시작한 곳은 한국청소년상담원. 1994년부터 또래 상담 지도자를 길러내기 시작해 지금까지 3천5백여 명을 교육했다. 이들로부터 학생 3만명이 또래 상담자 교육을 받았고 현재 활동 중인 학생은 1만4천명에 이른다.



철산여자중학교 조한별양과 친구들이 훈련을 받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현재 3학년 학생 7명이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년 동안 훈련을 받은 뒤에라야 정식 임명장을 받을 수 있다. 과연 고민이 많은 친구들이 자기 또래인 상담자들에게 사연을 털어놓을까? 또래 상담원 김아람양에 따르면, 자기와 얘기를 나누던 친구들은 예외 없이 울었다. 팀장 조한별양도 누군가에게 사연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서울 영신고등학교 상담부장 김현준씨가 또래 상담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지금까지 5년 동안 90여 명을 훈련했다. 김씨는 “성적보다는 자질을 보고 뽑고, 일단 활동을 시작하면 상담 일지를 작성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심각한 문제를 가진 학생을 일찍 알 수 있다는 점도 크게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또래 상담원으로 활동하는 영신고등학교 유진영양은 친구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앵무새 게임도 그런 훈련 중 하나다. “학교 성적이 오르지 않아 죽겠어.”(ㄱ) “성적 때문에 속상하구나.”(ㄴ) “담임은 맨날 나만 혼내. 짜증나 죽겠어.”(ㄱ) “담임 때문에 화가 많이 나는구나.”(ㄴ) 이런 식으로 맞장구를 친다.



훈련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의자’ 게임도 간단하지만 효과 만점이다. 한 사람이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으면 나머지 학생들은 그 친구에 대한 소감을 들려준다. 비난이나 조롱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좋은 점만 말한다. 칭찬이나 긍정적인 평가가 얼마나 사람을 신명나게 하는지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또래 상담원들은 보통 학생보다 친구들의 힘겨운 사연을 접할 기회가 많다. 간접 경험을 통해 본인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평한다. 상담원들은 “속으로 ‘너나 잘해’라고 혼잣말을 하거나, 나도 확 죽어버리고 싶은 적이 있다”라고 털어놓는다. 눈높이를 맞출 필요조차 없는 안성맞춤 상담원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간혹 함께 주저앉는 경우도 있다. 철산여중 상담교사 오경희씨는 “중간에 힘겨워 탈락하기도 한다. 감정이입을 하되, 문제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진영양은 또래 상담을 이렇게 평했다. “친구가 어두운 길을 갈 때 등불이 되어 준다기보다, 그 길을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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