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이광태 ‘커넥션’의 진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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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2002년 7월 부산시장·동성여객 대표 조사 후 ‘무혐의’ 처리
“친구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2월8일 부산시청 후정(後庭)에서 열린 고 안상영 부산시장 영결식에서 이렇게 추도사를 시작했다. 둘은 부산고 동기이다. 최대표는 조사에서 “3류 정치가 자네를 죽였다”라고 말했다. 원래 부산시장의위원회는 한나라당 최대표의 조사를 말렸다.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유족의 뜻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낭독을 강행했다.

여러 억측이 있지만, 안시장이 자살한 이유가 동성여객 이광태 대표(47)로부터 받은 돈 때문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안시장은 진흥기업 건으로 구속된 후 지난해 12월16일까지만 해도 생의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일기에는 ‘억울하다’ ‘장기전인데 잘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돌연 12월17일 안시장은 유서를 작성했다. 이 날은 바로 동성여객 이광태 대표가 검찰에 체포된 날이었다. 진흥기업에 대해서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안시장은 이광태씨 가족으로부터 3억원을 받았다고 순순히 시인했다. 안시장이 자살하기 이틀 전인 2월2일 역시 이광태 ‘버스 게이트’에 연루된 부산지방국세정 전 아무개 계장(53)이 자살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시사저널>이 확인해 보니, 동성여객은 안상영 시장과 관련해 이미 2002년 7월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시장 선거 때 불거진 안시장 성추문 관련 소송 와중에 불똥이 튄 일이었다. 한 부산 법조계 관계자는 “그때 이광태 대표가 안상영 시장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부인해 결국 무혐의로 끝났다”라고 말했다. 당시 이광태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묻혔다. 진흥기업과 달리 동성여객은 안시장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안시장 자살 때문에 정작 사건의 본질인 ‘버스 게이트’는 여론 바깥으로 밀려가 있다. 버스 게이트란 동성여객 이광태씨가 부산 지역 정·관계 인사에게 전방위 로비를 한 사건이다. 이광태씨는 동성·삼화·대진·세진 4개 회사와 버스 5백49대를 가지고 있는데, 부산 시내 전체 버스(40개 회사)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이씨의 아버지 이재헌씨(78)는 경찰 경감 출신으로 30년 전 인맥을 활용해 운송 사업을 시작해 성장시킨 뒤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었다. 이광태씨는 한마음상호저축은행을 소유하고 있으며 2001년에 진주CC 골프장을 6백3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그는 경우회 부산지부장·한나라당 후원회장·부산시체육회 부회장·부산양궁협회장 등을 지내고 있었다.

“뇌물 탓에 부산시 교통 행정 엉망진창”

버스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은 부산 지역 한나라당 의원 2명, 부산시청 고위급 공무원 5명 등 10여 명에 이른다. 버스 게이트는 일개 동성여객 회사의 비리가 아니다. 40개 버스 회사가 모인 부산시 버스사업운송조합(이사장 김권식)은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도종이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주었다.

버스업은 대표적인 현금 장사다. 영세 업체를 빼면 현금 유동성이 좋아 비자금을 만들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버스 업체가 정·관계에 로비해야 하는 이유는 공공적인 사업 성격상 시와 부딪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부산시지부 이창우 대변인은 “뇌물 때문에 부산시 교통 행정이 왜곡되고 있다. 부산은 지하철 노선과 버스 노선이 겹쳐 비효율적인데, 버스 회사들의 ‘황금 노선’ 챙기기 로비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다대포 지역 주민들은 6년 전부터 버스 노선을 연장해 달라고 민원을 내고 있지만 노선을 독점한 98번 버스 회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98번 버스는 1월30일 구속된 김권식 이사장이 소유한 회사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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