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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허리띠 졸라매자는데 웬, 해외연수

암웨이, 발리에서 세미나…2천4백명 출국

李政勳 기자 ㅣ 승인 1997.12.0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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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기아에 이어 대한민국이 부도 났다. 한보 정태수 회장이나 기아 김선홍 회장처럼 ‘끄떡없다’ ‘물러날 수 없다’고 버티던 강경식 부총리마저 사표를 냈다. 그러는 사이 산업은행을 비롯한 각 은행의 외환 담당 직원들은 달러를 구하지 못해 두 눈이 충혈되었다. 밤을 새우며 시차 별로 홍콩·싱가포르·런던·뉴욕·도쿄의 외환 시장을 호출했기 때문이다.

1천3백원대로 환율이 치솟던 지난 11월21일, 김포공항에서는 대한항공 여객기 3대를 전세낸 8백여 명의 대규모 여행단이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했다. 미국계 다단계 판매 회사인 암웨이의 ‘리더십 세미나’에 참가하는 인파였다. 이들은 4박5일간 발리에서 세미나에 참석한 후 관광을 할 예정이다. 암웨이는 11월25일과 29일 같은 방법으로 2진과 3진을 발리로 보내, 도합 2천4백여 명을 리더십 세미나에 참가시킬 계획이다.

이 행사에는 실적에 따라 누적되는 여행 점수가 8백50만점이 넘는 우수한 판매원만 참가한다. 실적이 아주 좋은 판매원에게는 비행기 1등석이 제공된다. 암웨이가 판매하는 상품은 약 70가지. 그러나 국산품은 단 7개뿐이다.

좋은 제품을 판매해서 번 돈으로 해외에서 세미나를 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그러나 달러를 구하지 못해 나라 전체가 비틀거리는데 웬 대규모 해외 연수인가. 우수한 판매원들에게 해외 여행 기회를 주는 것은 암웨이의 ‘인센티브’ 경영술이다. 암웨이측은 1년 전에 세미나를 계획해 관광 비수기인 11월을 택한 것인데, 출국하는 시점에서 환율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기가 하도 나빠 달러가 적게 나가도록 국적기를 이용하고, 이번 행사도 국내 여행사에 맡겼다고 덧붙였다. 또 참석자들에게 국내 경제를 고려해 검소하게 여행을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최근 외환 위기에 맞춰 또 다른 비수기인 내년 3월로 세미나를 연기할 것도 검토했으나, 회계 연도 변경으로 인한 어려움 때문에 할 수 없이 집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말이 있다.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자.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자’는 목소리가 높은 이때에, 아무래도 대규모 해외 연수는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기는 ‘경기 좋은’ 미국이 아니라 ‘비틀대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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