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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망령’ 깨워 새 정부 목 죄기

수구 세력 결집 ‘일시적 효과’…여론 반발 거세 자충수 될 듯

기자 ㅣ 승인 1998.04.02(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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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이여, 궐기하라!’ 군사 정권 때나 듣던 낡은 구호가 아니다. 요즘 한나라당과 우익 진영 일각에서는 권영해 전 안기부장의 할복 소동을 계기로 그동안 무덤 속에서 잠자고 있던 우익 망령을 깨우려는 조짐이 꽤 노골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권씨는 ‘칼로 배를 갈랐다’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우익의 궐기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권씨가 자신의 방패막이로 굳이 우익의 원조 격인 오제도씨를 택한 배경만 해도 그렇다. 오씨는 광복 직후 공안 검사로 명성을 날린 이후 지금껏 우익의 최선봉에 서 온 한국판 ‘매카시’나 다름 없는 인물이다. 게다가 고령(81세)인 그를 권씨가 변호사로 내세운 이면에는 어떤 의도가 깔려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권씨는 출두하기 하루 전날(3월20일)에도 특별히 오씨에게 30여 분이나 전화를 걸어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오변호사는 우익의 원조답게 “대공 기관의 수장을 정쟁(政爭) 때문에 이 꼴로 만들었으니 북한이 우리를 뭘로 알겠느냐”라며 분노를 터뜨렸다고 한다. 권씨의 또 다른 변호사인 전창렬씨 역시 12·12와 5·18 사건 재판 때 정호용씨 등 신군부측 변론을 맡았던 대표적인 우익 인사다.

권영해씨 진영이 울분을 터뜨리며 내놓은 우익 논리는 그대로 한나라당에 전파되었다. 3월23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DJ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좋아하는 발언만 되풀이해 왔다’ ‘선열들의 피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는 우파적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김중위 의원 같은 이는 북한에서 남파된 암살단 요원을 박 홍 전 서강대 총장이 알고 있다더라고 말했다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 날 의총에서는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영영 사라진 것으로 알았던 색깔론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사실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으로서는 앉아서 당하느니 역공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방법이 먹혀들었다. 정형근 등 한나라당 의원의 북풍 관련 혐의가 흐지부지되고 말았고, 초점이 온통 여당 쪽에 맞추어진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여세를 계속 몰고갈 참이다. 그러나 색깔 공세가 당장은 먹혀들지 모르지만 머지 않아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한나라당의 고민이 있다. 예컨대 권씨의 자해 소동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여론의 반발만 가속화했다. 거기다 ‘흑금성’ 박채서씨는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대성 문건 파동’은 구 안기부 세력의 조직적인 반발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권영해씨의 자해 소동은 일시적으로 여권을 공격하는 호재일지 모르지만 머지 않아 한나라당과 수구 세력의 발목을 붙잡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하 깊숙한 곳에 갇혀 있는 우익 망령이 되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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