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스님, 1310년 만에 부활
  • 경주·李文宰 기자 ()
  • 승인 1996.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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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원효문예대제전 열려…和諍·一心·無碍 사상 재조명
원효 스님이 입적한 지 1천3백10년 만에 경주 분황사와 황룡사지, 그리고 경주 시내 일원에서 새로 태어났다. 지난 5월16일 오전 10시 분황사 경내에서 열린 원효성사 봉찬의식으로 시작된 ‘제1회 원효문예대제전­신새벽 술을 토하고 없는 길을 떠나다’(원효제)는 17일 경주시내 일원에서 펼쳐진 길놀이와 가장행렬로 이어졌다. 원효제는 17일 저녁 황룡사지 가설 무대에서 절정을 맞았다. 연날리기·시낭송·음악·춤·거리굿·풍물·마당놀이·탑돌이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가을, 원효 스님(617~686)의 근본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기 위하여 설립된 원효학연구원(이사장 성타 스님)과 원효문예대제전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이 행사는, 원효의 화쟁(和諍)·일심(一心)·무애(無碍) 사상을 민족·자주·생명 사상의 처지에서 재조명하고, 온갖 반생명적 문화를 뛰어넘어 자비가 넘치는 문화를 가꾸어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원효제는 원효 사상의 현재화·미래화라는 핵심적 의미말고도 앞으로 해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마다 부처님 오신날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개최되는 것이어서 불교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집중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원효제는, 원효와 불교로 상징되는 민족성을 새로운 형식에 담아 천년 고도 경주를 세계적인 문화 축전 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김영태 원효학연구원 원장(한국불교학회장)에 따르면, 불교를 우리 겨레의 종교와 사상으로 확립한 인물이 원효이다. 김원장은 이번 강연에서 “민족 불교의 새벽을 열어젖힌 원효사상의 중심이 화쟁 또는 화회(和會)라고 알려져 있으나, 화쟁과 화회는 그의 중심 논법이다. 원효의 중심 사상은 이 논법을 통해 부처님의 뜻과 일치하려는 일심 사상이다”라고 밝혔다.

화쟁을 통해 독자적 사상 체계를 세운 원효는 삼계유심(三界唯心)을 깨달은 뒤 스스로를 광대라고 부르며 성과 속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애가무행으로 대승 불교를 몸소 실천했다. 이번 원효제는 원효의 무애가무행을 되살린 것으로, 시와 노래, 음악과 춤, 마당극과 마당굿 등이 어우러지는 총체적인 민족 예술 한마당을 펼친 것이었다.

이번 원효제에는 김지하 시인과 작곡가 김영동·최태현·박범훈, 범패 전수자 범성 스님, 경성대 최은희 교수(<영산회상 불보살> 안무)를 비롯해 부산춤패 배김새, 부산극단 자갈치, 불국사합창단,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사물놀이 한울림(예술감독 김덕수) 등 경주와 부산을 중심으로 한 22개 공연 단체 4백여 명이 참여했고 총연출은 채희완 교수(부산대·미학)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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