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포트, 죽었나 살았나
AFP의 폴포트(68) 사망 보도가 나간 후 잠시 혼란이 일었지만 니콜라스 번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유감스럽게도 폴포트의 사망설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크메르 루주의 지하 방송도 평소와 다름없이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20년 가까이 잊혔던 그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세기 가장 잔인한 지도자로 꼽히는 폴포트도 어린 시절에는 성격이 유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9년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받고 파리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그곳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심취하게 되었다. 캄보디아에 돌아온 후 그는 지하 단체인 캄보디아 공산당에 입당했고, 62년 당서기장에 올랐다.
그가 공산 크메르 루주를 이끌고 론놀 정부를 무너뜨린 것은 75년 4월. 그는 도시 거주자들을 모두 지방으로 내쫓고 화폐·사유재산권·종교를 폐지했으며, 집단농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가 건설하던 사회는 공산주의가 구현되는 ‘농경 유토피아’였다.
그러나 급진적인 사회 변혁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폴포트가 집권한 4년간 캄보디아에서는 처형과 질병과 기아로 2백만명이 죽어갔다. 8백만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캄보디아의 비극은 미국 정부한테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맹군이 월남 쪽으로 병력과 물자를 보내는 통로로 캄보디아를 이용하자 닉슨 행정부는 친미적인 론놀 장군을 조종해 시아누크 국왕을 몰아내는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했다. 폴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주는 무능했던 론놀 정부를 무너뜨리고 론놀 정부에 협력했다는 죄명을 씌워 지식인·정치인·외국인은 물론이고 노동자·농민·어린이·부녀자 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베트남전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닉슨 행정부가 캄보디아에 친미 정권을 세우려고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폴포트에 살육할 명분을 제시한 꼴이 된 것이다.
이스라엘
네탄야후 차기 총리, 아랍 국가 단결 불러
지난 5월29일 이스라엘 총선에서 리쿠드당의 벤야민 네탄야후 당수가 차기 총리로 당선되자 미국과 주변 아랍 국가들이 아연 긴장하고 있다. 네탄야후는 “진정한 평화, 안보를 동반한 평화를 얻기 위해 모든 이웃 국가들과 대화하기를 원한다”라고 밝혔지만, 주변국들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시몬 페레스 현 총리가 당선되기를 바랐던 미국 정부 역시 예상을 뒤엎고 네탄야후가 승리하자 ‘중동 평화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간단한 논평을 발표해 간접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은 해마다 이스라엘에 군사·경제 원조를 30억달러씩 제공하면서 중동 평화협상을 지원했는데, 네탄야후가 당선됨으로써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주변 아랍국들의 걱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 8일 이집트·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 3국 정상들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회담을 갖고, 네탄야후 당선자가 중동 평화 과정을 중단하면 중동 지역은 긴장과 폭력의 악순환에 다시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21∼23일에는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범아랍 확대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아랍정상회담은 90년 8월 걸프전 직후에 열린 뒤로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는데, 사담 후세인의 뒤를 이어 네탄야후가 아랍 국가들을 단결시킨 셈이 되었다.
총리 직을 인수하기도 전에 사방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네탄야후가 과연 중동 평화 과정을 되돌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조심스런 낙관론을 펼친다. 속도는 더디겠지만 중동 평화협상은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만
복 많은 차기 지도자 連戰
‘돈·명예·권력·아름다운 아내.’이것은 대부분의 남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공통의 가치일 것이다. 지난 5일 대만 행정원장(총리)에 유임된 連戰 부총통 겸 행정원장(59)은 이 모든 것을 갖춘 인물로 꼽힌다. ‘미스 대만’ 출신 부인을 둔 그는 대만성 臺南 시의 대지주 가문에서 태어난 덕택에 매년 고액 소득세 납부자 10위 안에 드는 재력가가 되었다.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대만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그가 관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75년. 그후 그는 교통부장·외교부장 등을 거친 후 지난 3월 총통 선거에서 이등휘 총통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과반수 득표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는 현재 이등휘 총통의 뒤를 이을 차기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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