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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지하철의 ‘폭력적 불편·불안전’에 분노

김은남 ㅣ ken@e-sisa.co.kr | 승인 2001.03.22(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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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폭력적
불편·불안전’에 분노

장애인들 ‘한 줄로 타고 내리기’ 준법
시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기본 권리 보장하라"






서울역∼청량리가 서울∼대전만큼 멀었다. 지난 3월9일 오후 1시45분
서울역을 출발한 지하철 1호선은 두 시간 가까이 걸려서야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평소 같으면 20분 남짓 걸릴 거리였다.


열차를 지연시킨 ‘범인’은 장애인이었다. 휠체어 26대를 타고 지하철에
동승한 이들 장애인은 서울역∼청량리 구간 아홉 군데 역에 기차가 멈출
때마다 ‘한 줄로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이들이 지하철 문을 한번
빠져나갔다 들어오는 데만 10여 분이 흘러갔고, 지하철에 타고 있던
일부 ‘정상인’ 승객은 급기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50대
남성은 생업에 바쁜 선량한 시민한테 왜 피해를 주느냐며 울화를 터뜨렸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는 이것이 일상이었다. 지하철 계단 30개를 내려가려면
직원 호출하랴, 리프트 가동하랴 30분은 족히 흘려 보내야 하는 이 ‘폭력적인
일상’을 고발하고자 장애인들이 준법 시위에 나선 것이었다. 지하철을
타다 보면 자유로운 이동권은 고사하고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하철은 사실상 장애인이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값싼 대중 교통
수단이다. 그러나 지하철에 접근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휠체어
리프트에서 최근 사고가 잇달았다. 4호선 혜화역에서는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떨어져 중상을 입었고, 환승역인 천호역에서는 가동되고 있던
리프트의 가드레일이 떨어져 나갔다. 지난 1월에는 4호선 오이도 역에서
장애인 노부부를 태운 리프트가 추락해 70대 할머니가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개선할 의지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배융호씨(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연구실장)의 지적이다. 정기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일반 승강기와 달리 장애인 리프트에는 설치 기준이나
안전 점검 규정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장애인용 최첨단 편의
시설’을 자랑하기에 앞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기본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 장애인들의 성난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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