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경제팀 개편론 '솔솔'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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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혼선 · 신뢰 추락 · 내홍으로 '개편론' 확산…
관료 출신 '한계' 드러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 10월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안이한 현실 인식으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경제팀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라고 딱부러지게 주장한 것이다. '이용호 사건' 등을 놓고 여야 사이에 정쟁이 한창일 때여서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이총재의 이런 인식은 현 경제팀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2000년 8월 취임한 진 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은 교체론이 비등하는데도 지난 9월7일 단행된 개각에서 전원 유임되었다. 대신할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대안 부재론'과, 대통령 선거 등을 감안한 정치적인 고려에서 '좀더 두고보자'는 분위기가 집권 세력 내부에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임 두 달이 지난 지금, 경제팀은 대우자동차 매각 문제를 어느 정도 마무리지은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하이닉스 반도체와 현대투신 등에 대한 처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DJ는 관료들에게 졌다"


게다가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짜내도 시원치 않을 상황에서 경제팀은 최근 내홍을 겪고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을 둘러싼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다툼이 대표적이다. 지정 범위를 놓고 자산 규모 3조원 이상을 고집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5조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재경부가 5개월째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증권거래소 및 코스닥 규정 개정 권한을 둘러싸고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런 현상들을 경제 리더십 부재와 부처 이기주의가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한다. 전형적인 임기말 현상이다.


현 경제팀은 세 정권에서 다섯 번이나 장관을 지낸 진 념 부총리를 비롯해 전윤철 기획예산처장관·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등 정통 관료 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박사는 경제 정책이 좀처럼 답답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았다.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도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인데 경제팀 간에 부처 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관료들에게 졌다"라는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한성대 김상조 교수도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진장관이 관료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보다는 단기 활성화 정책에 치중하다 보니 다른 부처와 충돌하며 정책 방향을 상실하고 있다"라며 박승록 박사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


서울대 정운찬 교수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공무원 출신만으로는 절대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고, 장관도 공무원으로 커오지 않은 사람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윤대희 재경부 공보관은 "경제팀은 1주일에 평균 2회 모임을 갖고 있다. 진 념 장관은 경제팀장으로서 별다른 권한도 없지만 관료 조직에 정통하기 때문에 팀을 잘 이끌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라고 진장관을 옹호했다.


경제 위기는 정권 위기를 낳게 되고 이것은 결국 통치력 약화로 이어진다. 벌써부터 정·관계에서는 경제팀 연말 개편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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